[단독] 소비쿠폰이 독 됐나…서울·경기 '비상' 걸렸다
서울·경기 '비상재정 모드'
국비 포함하면 전체 예산 늘었지만
취약계층 주요 복지사업 대폭 줄여
경기도 '사과'…"복원 노력할 것"
재정확보 TF 꾸리고 '긴급논의'

서울시와 경기도가 내년 복지예산(국비 포함)을 각각 18조 7214억 원, 15조 3496억 원으로 키웠지만 노인·장애인·저소득층 등을 겨냥한 자체 핵심 사업은 오히려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에 따른 부동산 거래 감소로 인한 재정 부담이 결국 복지 예산 축소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는 사회복지·여성 분야 326개 사업에서 4465억 원 가량을 삭감했고, 서울시는 145개 복지 관련 사업에서 3624억 원을 감액하는 과정에서 어르신·아동 급식과 복지시설 확충 예산 등을 축소했다. 특히 경기도는 세수 감소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등으로 불어난 재정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확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재정 비상 모드에 들어갔다.
경기도, 재정확보 TF 가동 … '공공요금 인상·체납 징수 강화' 검토
12일 경기도에 따르면 재정확보 TF는 지난 6월 출범해 김성중 행정1부지사가 단장을 맡고, 기획조정실장·자치행정국장 등 관련 실국장이 부단장과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월 1회 이상 회의를 열어 재정확보 안건을 발굴하고 실행계획을 세우며,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 본회의에서 제2회 추경과 내년도 본예산 편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TF는 5개 분야 30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공유재산 매각,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익잉여금 배당 확대, 세외수입 총괄부서 지정, 보조금 조기 정산·반납 등 자산 활용·세외수입 확대부터 버스·택시 요금 인상, 교육청 비법정 전출금 재검토, 자체사업 세출 구조조정, 지방채 발행 용도제한 폐지 건의까지 재정확보 수단 전반을 포괄한다.
우선 자산 활용·매각 분야에서는 활용도가 낮은 공유재산을 매각·임대해 재원을 확보하고, 방치된 금융투자 자산을 정리해 현금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GH 이익잉여금에 대해서는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상 당기순이익의 3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던 배당 한도를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45%까지 확대해, 일반회계로 들어오는 배당금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공공기관 이전 부지와 건물의 활용 방안을 총괄 검토하는 방안도 들어가 있다.
세외수입 확대를 위해서는 세외수입 총괄부서를 지정해 체납 징수와 과징금·과태료 부과를 강화하고, 민간·시·군 보조금을 신속히 정산해 남은 재원을 추경 재원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는 전담 조직을 통해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자에 대한 압류·공매 등 징수 강도를 높이고, 보조금 관리 시스템(보탬e)을 활용해 미사용 보조금 환수도 체계화한다는 구상이다.
공공기관과 세출 구조조정도 논의되고 있다. 도는 지난해 공공기관 출연금과 위탁사업비를 조기에 정산해 22개 기관에서 189억 원 중 99억 원을 반납받는 등 출연금 조정에 나섰다. 앞으로는 출연금 대신 공공기관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실제 손실 발생분에 대해 사후 손실보전금을 주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도의료원 경영혁신, 통합채용 대상 확대, 공공기관 특별회계 관리 강화도 재정확보 과제에 포함됐다.
경기도, 복지 예산 삭감편성에 '사과' … "복원 노력"
도는 내년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15조 3496억 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13조 7326억 원에서 국고보조를 포함해 11.7% 안팎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이혜원 의원(양평2)이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복지국 예산안에 따르면 도는 노인상담센터·노인·장애인복지·여성분야 등 326개 사업에서 4465억 원 가량을 줄였다. 전액 삭감된 사업만 60여 건, 감액 편성된 사업도 150여 건에 달한다.
시·군 노인상담센터 지원비는 2025년 도비 10억 원대에서 내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노인복지관 운영비, 재가 노인복지시설 운영비, 장애인복지관 운영 지원 등도 일제히 도비 지원이 끊기거나 크게 줄었다. 감액 항목에는 △어린이 급식비 △결식아동 급식비 △장애·가족·무한돌봄 사업 △취약노인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비 △산후조리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소아응급 지원 △노인복지관 운영비 △노인 월동난방비 등, 생애주기별 복지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에 직결되는 핵심 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제387회 정례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도지사는 민생경제와 돌봄 강화를 강조했지만, 실제 예산에서는 가장 먼저 약자 복지가 도려졌다”며 "사회복지 예산이 국고보조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복지 사업은 대부분 삭감됐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영인 경제부지사는 내년도 복지 예산 삭감 편성으로 인한 장애인단체 반발 등 파장이 커지자 지난달 21일 공식 사과했다. 고 부지사는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논란의 핵심이 된 복지 예산 축소는 경기도의 재정 여건 악화와 국비 증가에 따른 도비 매칭 부담 확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취약계층 복지 예산 '일부 감축'

서울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소영철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내년도 복지예산안에 따르면 시는 저소득 어르신 급식지원 예산을 내년 429억 9300만 원으로, 올해보다 약 11억 원 줄인다. 노숙인·쪽방촌 주민을 위한 ‘쪽방 주민 동행식단’ 무료급식 지원도 예산이 삭감됐다. 저소득층 아동 급식지원은 315억 2500만 원으로 약 20억 원 감액됐다.
서울시는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예산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일부 복지사업이 축소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 복지 규모를 줄인 것이 아니라 실제 집행률과 수요를 반영해 예산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예산 편성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시행에 따른 부동산 거래 감소로 세수가 줄어든 데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 들인 지방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지방 재정이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1조 799억 원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우 다른 시도에는 국고보조율 90%가 적용되지만 서울시는 "국비가 75%만 인정돼 시비 부담이 3500억 원에 이른다"며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기도 역시 정부의 소비쿠폰 사업비에서 지방비로 충당해야할 345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1900억 원 안팎을 끌어쓰고 1000억 원대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빚과 기금에 의존해 재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군은 자체 사업비를 줄이거나 추가 차입에 나서야 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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