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아직 시작도 안됐다? 수치로 드러난 부작용 "내년 더 심각"

정심교 기자 2024. 10. 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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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의료인력 감소에 따른 응급실 대란 우려가 이어진 가운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도착한 구급차에서 환자 보호자가 응급실 풀베드 상황에 따라 대기를 위해 다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4.9.18/뉴스1 Copyright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전공의 대다수가 수련병원을 떠난 지 8개월에 다다랐지만, 아직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0명 중 9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대규모 전공의 공백이 빚어낸 '의료대란'이 단순히 환자의 불만과 토로 같은 주관적 평가뿐 아니라 객관적 수치로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의료대란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내년부터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몰려올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7%(1만3531명 중 1178명, 9월30일 기준)로 전공의 1만2353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술과 입원, 응급실 24시간 진료 대기 등을 도맡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의 수술·입원과 응급진료 등이 직격타를 입었는데, 실제 수치로는 어땠을까.

전공의들이 대거 떠난(2월20일)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주요 국립대병원의 수술 예약 건수는 '반토막' 났다. 서울대병원·부산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강원대병원 등 주요 국립대병원의 수술 예약·취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료공백 기간(올해 2~8월) '수술 예약' 건수(3만1504건)는 전년 6월(5만1691건)보다 50.8%나 줄었다. 지난 3월 주요 국립대병원의 '수술 취소' 비율은 23.3%로 전년 3월보다 11.4%P나 늘었다.

전공의 공백 기간, 사망환자는 전년보다 확연히 늘었다. 지난 3월 인구 1만명당 사망환자 수가 6.3명에서 6.8명으로 0.5명 늘었다. 특히 3월 이후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다수)에서는 진료 인원도 사망자 수도 모두 줄었지만, 동네병원(종합병원과 병원급)에선 진료 인원만 줄었고, 사망환자는 오히려 늘었다. 김윤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을 놓친 응급환자가 늘면서 종합병원과 병원에서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았어야 할 중증 환자가 종합병원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다 사망했을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 뺑뺑이 실태는 내년에 더 암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지난해 4분기 910명에서 지난 8월 513명으로 1년도 안 돼 43%나 줄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의사 1명당 환자 수는 197.9명으로 늘었다. 지난 3분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줄사직 결과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남은 '전공의'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응급의학과 322명, 타과 99명이었지만 지난 8월 기준 응급의학과 전공의 21명, 타과 1명만 남은 상태다.

장기간 입원 치료 받는 것도 이젠 '하늘의 별 따기'다. 밤샘 당직을 서며 입원환자의 안위를 24시간 살핀 전공의들이 빠지면서다. 올해 상반기 3개월(90일) 이상 장기 입원 환자는 지난해 상반기(2778명)보다 57.3% 줄어든 1186명으로 집계됐다. 6개월(180일) 이상 장기 입원 환자는 올해 상반기 2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33명)보다 85%나 줄었다. 12개월(360일) 이상 장기 입원 중인 환자는 올해 상반기 한 명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엔 전공의 공백에 신규 일반의·전문의·전공의·공중보건의·군의관 공백까지 '덤'으로 예고됐다는 것이다. 일단 내년 신규 의사 면허 취득자(일반의)는 예년의 10%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일반의 면허 취득을 위해 지난달 2~24일 실시된 '제89회 의사 실기시험'에 고작 347명만 응시했다. 이는 지난해 응시한 3212명보다 89.1% 줄어든 규모다.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 여파로 의대생이 집단으로 거부해서다.

내년 배출될 신규 전문의도 예년의 10%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전공의 가운데 인턴을 제외한 레지던트 출근율이 10.2%(1만463명 중 1072명)이고, 진료과에 따라 레지던트 3·4년 차가 내년 신규 전문의가 된다는 점에서 많아야 25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흉부외과의 경우 내년 전문의가 될 레지던트 4년 차가 고작 6명만 남은 상태다.

올해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들이 내년에 다 돌아와도, 돌아오지 않아도 문제다. 다 돌아온다면 의대 예과 1학년의 경우, 복학생 3000여명에 25학번 신입생 4567명까지 7500명 이상이 6년간 한 데서 부대껴야 할 판이다. 만약 이들이 내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신규 배출 의사는 최소 5년간 예년 수준의 3%대에 그칠 전망이다. 전국 의대 40곳 재적인원 1만9374명 가운데 올 2학기 등록을 마친 학생은 653명(3.4%)에 불과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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