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⑰피폭→노출…방사선 부문 용어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방사선방어학회 등 국내 기상 전문가들의 도움을 토대로 방사선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전문용어 중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잘못 쓰이고 있거나 오인하기 쉬운 단어들을 꼽았다. 방사선 분야 용어는 최근 일상생활에서 부쩍 잦은 빈도로 접할 수 있지만, 일반 대중이 곧바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 용어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들을 제안하면서도 학계는 물론 국민들과의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80. 피폭→노출
피폭은 에너지 흐름인 방사선이 지나는 경로에 있는 물체에 들어간 방사선 에너지 일부 또는 전부가 흡수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피폭'이라는 어휘 자체가 주는 거칠고 위압적인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폭이란 용어는 파생 전문어, 규정 등에 깊이 자리잡고 있어 노출로 완전히 대체는 어렵지만 일반인과 소통에서 '노출'이란 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노출량, 노출시간, 노출예방 등 다양한 용어에 활용이 가능하다.
81. 피폭방사선량→유효선량(선량), 조직선량
피폭방사선량은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 신체의 특정 조직이 받은 선량이다. 그레이(Gy)나 밀리그레이(mGy) 단위의 흡수선량으로 나타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엑스(X), 베타 방사선 노출에 대해서는 밀리시버트(mSv) 단위로 표현할 수도 있다. 우리 법규에는 '피폭방사선량'으로 적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피폭'이란 표현이 불필요하게 위험을 강조한다고 꼬집었다. 또 사람 선량에서 전신 선량과, 피부나 갑상선과 같은 특정 조직의 선량을 구분하지 않아 혼동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전신에 해당하는 피폭 방사선량은 '유효선량'이나 '선량'으로 표현하고 특정 조직 선량은 해당 조직명을 밝혀 표현할 것을 제안했다.
82.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
핵발전소는 핵분열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원어인 'Nuclear power plant'를 직역하면 '핵발전소'로 이는 틀린 표현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이란 용어는 평화적인 용도로 사용될 때는 '원자력'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관례다. 대표적으로 발전소의 심장인 'nuclear reactor'가 '원자로'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용어사용법을 고려했을 때 핵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란 용어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83. 핵폐기물→방사성폐기물
핵폐기물은 해제기준을 넘은 방사능 농도 및 총 방사능을 함유한 물질로서 폐기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핵무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이 대표적이다. 방사성페기물에는 맥을 달리하는 두 범주가 있다.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조사 핵물질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분리 후 남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전문가들은 첫번째 범주의 경우 초기부터 '핵폐기물(nuclear waste)로 불러 온 관행이 있는 만큼 '핵폐기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두번째 범주의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폐기물이란 설명이다. 애초 의도부터 핵무기와는 다르므로 '방사성폐기물'로 바꿔 부르는 것을 제언했다. 다만 반핵, 환경운동가가 의도적으로 모든 폐기물을 '핵폐기물'로 부르는 것은 이러한 대체어 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84. 방사능물질→방사능관심물질
방사능물질은 방사능 농도나 총 방사능이 일반면제 기준 미만이어서 규제할 가치는 없으나 방사선방호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살필 필요성이 있는 물질이다. 극저준위 폐기물, 대기나 수중으로 배출기준 미만이 되도록 정화하여 배출하는 배기/배수, 천연방사성핵종을 유의하게 함유한 광물 등 위험이 사소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 물질까지 '방사성물질'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방사능물질이란 용어는 불안과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대체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체어로는 '방사능관심물질'을 제안했다.
84-1. 방사성물질→방사능물질, 방사능 유의물, 방사능 오염물
방사성물질은 방사성핵종의 농도와 총 방사능이 법정 면제기준을 초과해 안전관리가 필요한 물질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사능이 검출되기만 하면 '방사성물질'로 부르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이란 법규에서 규정하는 농도와 총 방사능을 초과해 안전관리가 필요한 물질만 해당한다. 일정 수준을 넘는 방사능이 검출되지만 농도나 총 방사능이 기준 미만이면 대상의 특성에 따라 '방사능물질', '방사능 유의물', '방사성 오염물' 등으로 구분해 부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85. 역치→문턱선량
방사선 분야에서 역치는 많은 세포가 방사선 영향을 받아 인체 조직이나 장기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방사선량 수준을 의미한다. 문턱선량을 넘어가면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급격히 증가하여 결국 모든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선량이 더 증가하면 증상의 심각도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역치라는 용어는 다소 어려워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감을 완화한 '문턱선량'을 대체어로 제안했다.
86. 무역치선형모델→문턱없는 비례모델
무역치선형모델은 방사선방호 기반을 위해 관찰된 증거가 없는 낮은 선량에도 선량에 비례하는 수준의 확률론적 영향(암) 위험을 가정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방사선 역학연구에서 50~100밀리시버트(mSv) 미만에서는 통계적 분석력 한계로 암 위험의 변화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방호기준과 방호정책 체계를 위해 이처럼 낮은 선량에서도 선량에 비례하는 수준의 위험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모델을 적용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방호를 위한 모델일 뿐, 실제 선량에 비례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위험성을 표현하는 어감을 완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문턱없는 비례모델'이란 대체어를 제안했다.
87. 일반인→무동의 피폭자
일반인은 본인의 동의 없이 타인의 결정에 따라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직무피폭자나 방사선 의료절차를 거치는 환자가 아니면 모두 '일반인'이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예를 들어 가정에서 라돈에 노출되는 사람 등도 '일반인'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연간 방사선량 한도인 '연간 1 mSv' 잣대를 적용하는 등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타인의 행위로 방사선 노출이 강요되는 특성까지 고려해 '노출자'보다 '피폭자'란 용어를 권고했다. 대체어로는 '무동의 피폭자'를 제안했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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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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