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라는 독무대에서
선발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야구 경기는 비로소 진정한 시작을 알린다. 누군가는 투수라는 포지션이 0을 향해 영원히 자책점을 만회해 나가는 고단한 포지션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끔은 한 계단 더 높은 마운드의 무게가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족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의 눈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넓은 야구장도, 수많은 관중도, ‘1라운드 지명 후보’ 타이틀도 부담 대신 동기부여로 바꾸는 강심장의 고교 시절은 마침표를 찍었다. 어떤 구장의 마운드도 상관없다. 왼손잡이의 강한 직구가 그곳이 어디든 박정훈의 화려한 독무대로 바꿔 줄 거니까!
Photographer 나인비 Editor 손하현 Location 더그아웃매거진 스튜디오

박정훈
출생 2006년 3월 23일
신체조건 192cm 100kg
출신교 경기 삼일초-경기 매향중-장안고-비봉고
포지션 투수 투타 좌투좌타
2024년 성적 9경기 47.1이닝 평균자책점 2.30 4승 2패 55탈삼진 24사사구 28피안타
#혜성처럼 등장한 좌완
비봉고등학교 선수로서는 첫 출연입니다. 평소에 본지에서 다른 친구들이 참여한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8월 26일 인터뷰)
(정)우주랑 (박)준순이가 참여했던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본인이 어떤 장점이 있는 투수라고 보나요?
구속이 전체적으로 빠른 편이에요. 키도 크다 보니까 타점이랑 각도 좋은 편이고요. 변화구 제구에도 꽤 자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제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학년 때까지 정식경기 투구 수가 20구도 안 돼요. 근데 3학년 때는 정식경기에서만 750구가량을 던졌어요.
평소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경기를 마치고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랑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에요. 공을 던지고 나서 필요하면 피로를 풀러 사우나에 가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자주 하면서 컨디션 관리를 하려고 노력해요.
경기를 풀어나가는 동안 투구량이 늘어나도 구속이 줄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2학년을 마치고 나서부터 비시즌 동안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체계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하다 보니까 체격도 커지고, 체력도 훨씬 좋아진 게 느껴져요. 그래서 꾸준한 힘으로 더 오래, 편안하게 던질 수 있게 됐어요.

#무대 체질
황금사자기 대회 첫 경기에서 비봉고등학교가 강호 휘문고등학교를 상대로 2 대 1로 승리했어요. 특히 7이닝 103구에 달하는 호투가 빛을 발했어요.
올해 첫 전국대회인 신세계 이마트배에서 너무 아쉽게 떨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애들끼리 모여서 성적을 내보자고 다짐했어요. 휘문고를 만나는 게 부담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기만 이기면 대진이 괜찮은 편이어서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날은 저도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서 정말 집중해서 던졌어요.
경기를 마치고 팀 분위기도 엄청 좋았겠어요.
맞아요.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에서 나왔는데, 팀 학부모님들이 모두 절 반겨주시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반대로 슬럼프 상황도 있었는지 궁금해요. 있었다면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1, 2학년 때에는 제가 그렇게 잘하는 투수가 아니었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도 많이 못 나가고, 야구에 흥미도 잃곤 했어요. 극복하려고 특별하게 노력한 건 아니지만, 전학을 오면서 마음가짐이 크게 바뀌었어요. 2학년 때 한 살 위의 잘하는 형들을 보면서, 저 형들처럼 마운드에서 잘 던지고 싶다. 이런 마음가짐이 생겼어요. 동기부여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더 열심히 하고 다시 야구가 좋아졌어요.
2학년을 마치고 장안고등학교에서 전학을 왔어요. 전학을 선택한 이유는 뭐였나요?
저랑 같은 레슨장을 다니던 선배 중에 지금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우현이 형이 추천해 줬어요. 비봉고등학교가 팀 분위기도 되게 자율적이고, 야수 친구들도 잘해서 합을 맞추기 좋을 거라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이런 장점들을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비봉고를 선택하게 됐어요.
올해 치른 경기 중에 다시 치르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주말리그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유신고 경기요. 그때 너무 아쉽게 진 기억이 나요. 경기 자체가 타이트하기도 했지만, 저희가 1점 차로 리드하고 있었는데 실책이 나오면서 동점을 내줬거든요. 그리고 2학년 후배가 마지막 투수로 나왔는데, 만루에서 끝내기 보크를 내주면서 허무하게 졌어요. 그 경기를 이기면 주말리그 우승을 할 수 있기도 했고, 전국대회도 하나 더 출전할 수 있었던 만큼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도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8강에 올랐어요.
일단 8강에 진출한 게 처음이고, TV 중계를 탄 것도 처음이었어요. 8강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뿌듯했어요. 3학년 친구들끼리 졸업하기 전에 멋진 결과를 하나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기뻤어요.
봉황대기 대회에서의 마지막 경기는 소감이 남달랐겠어요.
봉황대기가 마지막 전국대회잖아요. 고교야구 인생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까 유독 심장이 빨리 뛰었어요. 잘 긴장하지 않는 편인데 긴장도 됐고요. 뒤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전력으로 던졌습니다. 팀이 아쉽게 져서 속상하긴 하지만, 후회가 남진 않아요.
상대한 선수 중에 어떤 타자가 가장 까다로웠나요?
휘문고등학교 염승원 선수가 정말 까다로웠어요. 직구로 하나, 슬라이더로 하나씩 안타를 두 개나 허용한 기억이 나요. 어떤 공을 어디에 던져도 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유신고등학교 (심)재훈이도 상대하기 어려웠어요. 재훈이한테도 안타를 두 개 맞았거든요. 원래 잘 치는 친구인데, 제가 너무 정신없이 던지다 보니까 방심해서 치기 좋은 공을 던졌더라고요. 그래서 이 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타자를 상대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는 편인가요?
마운드에 올라갈 때는 제가 무조건 타자보다 유리하다고 되뇌면서 올라가요. ‘칠 수 있다면 쳐봐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감 있게 제 페이스대로 던지는 편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짜릿했던 경기는 뭔지 궁금해요.
주말리그나 전국대회보다는 6월에 올스타전 갔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방금 언급한 지난 5월에 열린 제2회 고교‧대학 올스타전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발탁 당시 소감은 어땠어요?
내심 기대했는데, 뽑혔다는 사실이 처음엔 되게 안 믿겼어요. 프로 레벨의 야구장에서 던진 적도 없어서 긴장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점점 실감이 나면서 신나게 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어요. 올스타전에서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넓은 구장과 팬들 앞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가 더 컸습니다. (선수별로 다른 멘트가 적힌 공인구를 받았다고 하던데,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기억나요?) ‘좋은 타점, 그리고 우수한 체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프로 야구장에서, 팬들 사이에서 던지는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긴장되진 않았어요?
사실 긴장되지는 않았고, 마냥 신났어요. 그렇게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곳에서 섞여서 야구를 해 본 것도 처음이고요, 그렇게 큰 무대에서 던진 것도 처음이니까요. 팬들도 많이 오시고 프로 야구장에서 던지다 보니까 그런 분위기들이 더 기분 좋게 만들어 줬어요.

#10점 만점에 10점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촌 형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마침 사촌 형이 친구들하고 모여서 야구를 하고 있었거든요. 같이 놀고 싶어서 해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을 때 정한 목표가 있을까요?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 말고는 딱히 목표가 없었어요.
포지션을 바꿀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포지션이 있어요?
아뇨. 바꿀 수 있다고 해도 다시 투수를 선택할 거예요.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합이 시작되니까요. 그 점이 낭만적이라고 느껴요. 그리고 투수는 특히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잖아요. 투수가 잘하면 훨씬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올해 본인을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주고 싶어요?
10점 만점에 10점이요.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잘하지도 않았고, 저를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엄청나지는 않더라도 작년보다 훨씬 크게 주목받고 있고, 제 이름을 아는 사람도 생겼잖아요. 올해는 아쉬운 점보다는 제가 이만큼 해냈다는 사실이 더 뿌듯해요. 만족할 만한 1년이었어요.
인터뷰일 기준으로 드래프트가 20일도 안 남았어요. 소감이 어때요?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드래프트도 부담스럽기보다는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커요. 딱히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아요. (상위 지명 후보라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요.) 의식은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저기서 친구들도 얘기해주고, 코치님들도 말씀해 주시고 있는데, 너무 기대는 안 하는 중입니다.
혹시 프로 1년 차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저는 신인왕을 해보고 싶습니다. 1년 차에 꼭 이루고 싶어요!
프로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직구요. 프로 무대가 만만하진 않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 중에 직구가 정말 자신 있거든요. 제가 자신 있어 하는 만큼 프로에서도 이 직구가 통할 정도로 위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제가 출전하는 순간 팬분들이 ‘아, 이 경기는 이겼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럼, 후배들에게는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요?
절 보면서 누군가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할 만한 선배였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힘이 되어준 친구들이 있을 텐데, 이 자리에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친구가 있나요?
아무래도 저희 3학년 동기들이죠. 제 옆에서 큰 도움을 준 친구들이라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3학년 포수 (이)승훈이한테 고마워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제 공을 받아 주느라 너무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프로에 가면 꼭 상대해 보고 싶은 타자가 있을까요?
KT 위즈 강백호 선수요. 배트를 정말 파워풀하게 돌리시는데, 동시에 엄청나게 잘 치시니까요. 저도 힘 있게 공을 던지는 편이라, 예전부터 꼭 힘 대 힘으로 정면 승부를 해보고 싶은 선수였습니다.
시즌 전에 세웠던 목표 중에 얼마나 지켰다고 보나요?
차근차근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뤄가는 편이에요. 처음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는 3라운드 안에, 상위 라운드에 지명되겠다는 목표를 정했어요. 고교‧대학 올스타전에도 한 번 출전해 보고 싶었고요. 그리고 청소년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목표도 있었어요.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도전하다 보니까 이젠 1라운드 지명에도 도전하고 싶더라고요. 점점 목표가 한 단계씩 올라가기는 했는데, 이것도 올해 잘해왔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목표인 거겠죠. 그래서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프로에 가서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제가 나오자마자 이겼다고 확신할 수 있는 멋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2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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