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맞고 포르셰 뺏긴 차주, 폭행범과 나란히 유죄 나온 이유는

방극렬 기자 2024. 10. 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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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술에 취해 눈 앞에 멈춰선 포르셰에 올라타 차주를 폭행하고 차량을 빼앗아 달아난 50대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그런데 당시 음주운전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포르셰 주인도 함께 기소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작년 8월 15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앞 도로에서 발생했다. 50대 A씨는 전날 저녁부터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방문했다가 만취한 채 길가로 나왔다. A씨는 택시를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고, 그러던 중 40대 B씨가 운전하는 포르셰 차량이 정차했다.

A씨는 포르셰에 접근해 쳐다보다 문을 여는 등 B씨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A씨는 소리를 지르며 B씨의 뺨을 때렸고, B씨가 놀라 내리자 운전석에 옮겨앉아 차를 몰고 떠났다. 이후 포르셰로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도 도망치는 등 계속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41%로 운전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피해자인 B씨도 당시 음주운전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같은 날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81%의 상태로 인근 지하주차장에서 사건 현장 도로까지 약 93m 거리를 운전해 왔다.

검찰은 A씨를 강도 및 도주치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했다. B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다. A씨 측은 “만취 상태에서 앞에 온 택시가 승차거부를 한다고 오해해서 잘못 행동했다”면서 “강도 짓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B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A씨에게 적용한 강도 혐의 대신 폭행 및 절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만취 상태로 포르셰 차량을 택시로 오인해 탑승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당시 피해자가 반항이 억압되거나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강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B씨에 대해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높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음주운전 거리가 비교적 짧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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