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옷과 같은 편안함,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 XC60


강원도 속초에 볼보자동차코리아 전 라인업이 떴다. 크기와 출력은 전부 제각각이지만, 그들 사이엔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 환경에 최적화한 ‘SKT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따끈따끈한 신차 V60 크로스컨트리와 효자 SUV인 XC60을 시승하면서, 볼보가 국내 소비자를 위해 쏟은 정성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볼보자동차코리아, 서동현

지난해 시승한 XC40의 순정 내비게이션

느린 화면 전환과 어지러운 UI, 다소 불친절한 길 안내. ‘수입차 순정 내비게이션’ 하면 떠오르는 특징들이다. 일부 제조사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넣어 편의성을 올렸다고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순정 내비게이션 또는 T맵과 비교하면 실력이 한참 뒤처진다. 결국 운전자는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띄우곤 한다.

볼보도 그랬다. 진작부터 널찍한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써왔지만, 크기 대비 활용도는 뒤떨어졌다. 새하얀 지도는 보기에만 깔끔할 뿐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 화면을 확대·축소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했고, 무엇보다 과속 단속 카메라 경고를 빼먹기도 했다. 대한민국 도로에서 카메라 안내를 생략하다니. 내비게이션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9월, 신형 XC60을 출시하며 싹 지웠다. 2년 동안 SKT와 협업해 볼보 전용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를 만들었다. 지도는 당연히 T맵. 아울러 인공지능(AI) 비서인 ‘누구(NUGU)’와 음악 플랫폼 ‘플로(FLO)’를 연동했다. 명령어 ‘아리아’로 활성화하는 음성 인식 시스템은 무려 96% 넘는 인식률을 자랑한다.


볼보를 깨우는 단어, ‘아리아’




첫 시승차는 V60 크로스컨트리. 불과 지난달에 선보인 신차로, 함께 출시한 S60과 함께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외모도 소소하게 변했다. 레이더 센서를 라디에이터 그릴 엠블럼 속으로 집어넣고, 머플러를 차체 밑으로 감췄다. 리어 범퍼는 음각으로 새긴 ‘CROSS COUNTRY’ 레터링과 은은한 크롬 장식으로 꾸몄다.


“아리아, 에이프레임으로 가자.” 역시 귀가 밝다. 목적지 이름을 말하자마자 검색을 끝냈다. 이어서 경유지 설정도 순식간에 마쳤다. 솔직히 어떤 시승차를 타도 음성인식 기능은 쓰지 않는 편이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만큼 똑똑하다면 말이 다르다. 일일이 타자 쳐서 주소를 검색하기보다, 목소리로 명령하는 편이 훨씬 속 편하다.

높은 인식률의 원인은 방대한 데이터와 끊임없는 학습에 있다. 탑승자가 운전 중 요구할 만한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했다. 또한, 기계적인 말투 대신 대화하듯 건네는 말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가령 “더워” 또는 “추워”라고 툭 던지듯 얘기하면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볼보가 좋아, 벤츠가 좋아?”라는 농담엔 “둘 다 좋은 자동차예요”라며 상황을 회피할 줄도 안다.


그렇다면 주변이 시끄러워도 잘 알아들을까? 주행 중 만난 터널에서 창문을 살짝 열고 “아리아, 오늘 뉴스 알려줘”라고 말을 걸었다. 우려와 달리 KBS 뉴스 라디오가 곧장 흘러나왔다. 그 비결은 시승 후 만난 볼보 음성인식 시스템 개발자에게 들을 수 있었다. “주행 소음과 사람 목소리의 주파수 영역이 달라요. 아리아의 주파수를 사람에게 맞췄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도 충분히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특별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볼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에만 각 지역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한다. 어느덧 글로벌 10위 시장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다. 5년 뒤에도 최고의 수입차 내비게이션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가장 편리한 인포테인먼트인 점은 분명하다. 덧붙이자면 T맵과 누구는 신차 구매 후 5년 동안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며, 플로 이용권 기간은 1년이다.


B5 심장 품은 V60 크로스컨트리·XC60


이번엔 V60 크로스컨트리의 주행 성능에 집중했다. 볼보의 ‘B5’ 트림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낸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14마력 및 4.1㎏·m를 보태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맞물렸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며, 세단인 S60과 달리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복합연비는 1L당 9.9㎞.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전기 모터는 혼자서 자동차를 움직일 만큼 강하지 않다. 대신 12V 배터리가 혼자 감당했던 일들을 48V 배터리로 지원한다. 그중 운전자가 제일 체감하기 쉬운 역할이 엔진 스타트 & 스탑 시스템이다. 신호를 대기할 때, 순수 내연기관보다 시동 off를 유지하는 시간이 월등히 길다. 용량이 큰 48V 배터리 덕분에 기름을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엔진 회전 질감은 대체로 온화하다. 평범한 운전 패턴대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 4기통 엔진만의 거친 음색이 잘 들리지 않는다. 억지로 회전수를 높여도 불쾌하기보단 꽤 스포티한 고회전 사운드를 낸다. 단, 볼보 특유의 아늑한 인테리어에 파묻혀 운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른발 힘이 빠진다. 넉넉한 엔진 출력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달리면서 느낀 장점은 ‘승차감’이었다. S60과 XC60, XC40은 다이내믹 섀시를, 나머지 모델들은 투어링 섀시를 쓴다. 투어링 섀시의 서스펜션이 상대적으로 무른데, 이런 특성이 V60 크로스컨트리의 주행 품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확실히 S60보다 노면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한다. 힘 좋은 엔진과 나긋나긋한 서스펜션, 부드러운 변속기가 운전자 마음에 여유를 만든다.

그러나 일말의 재미마저 없는 밋밋한 왜건은 아니다. 두둑한 토크를 네 바퀴로 뿌리며 굽잇길을 헤쳐 나가는 맛이 있다. 약간의 좌우 기울임은 있지만, 욕심을 덜고 가속 페달을 살살 다루면 깔끔한 라인을 그린다. 적당히 무거운 스티어링 휠도 운전에 자신감과 안정감을 더한다. 험로와 산길을 가리지 않는 AWD의 ‘다재다능함’이 V60 크로스컨트리의 핵심 매력 포인트다.



반환점에서 XC60으로 갈아탔다. 이번에도 B5 트림으로, 직전에 탄 V60 크로스컨트리와 파워트레인 스펙이 똑같다. 차이는 서스펜션이다. 다이내믹 섀시를 품어 승차감이 비교적 탄탄하다. 저속에서 자잘한 요철을 밟았을 때 네 바퀴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는다. 핸들링 성능은 어떨까? 무게중심 높은 SUV지만, 하체가 든든하게 버텨주니 코너에서도 믿음직하다. 태생적 한계를 알맞게 조인 서스펜션으로 극복했다.

자연스럽게 고속 주행 안정성도 올라갔다. 속도를 높일수록 낮게 웅크리는 듯한 모습에서 독일산 SUV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큰형님인 XC90과도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XC90이 어느 정도의 넘실거림을 허락하며 플래그십다운 모습을 보인다면, XC60은 위아래 움직임을 최소화해 흔들림 없이 뻗어나간다. 가끔은 혼자 속도를 즐기고 싶은 가장들도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다.


짐을 더 많이 삼킬 수 있는 차는?

V60 크로스컨트리


XC60

실용성이 무기인 왜건과 SUV. 같은 ‘60’ 시리즈인 두 차의 트렁크 공간을 비교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V60 크로스컨트리의 승리였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29L.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441L로 늘어난다. XC60은 기본 용량이 483L, 2열 폴딩 시 용량이 1,410L다. 적재 공간의 좌우 폭은 비슷하나, V60 크로스컨트리의 트렁크가 안쪽으로 더 깊어 용량 차이를 만든 듯하다. 더불어 동급 차종인 BMW 3시리즈 투어링(500L),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465L)보다도 크다.

디테일에서도 V60 크로스컨트리가 앞섰다. 바닥에 매끈하게 숨은 패널을 들어 올리면, 트렁크를 두 개 공간으로 나누는 파티션으로 변신한다. 여기에도 플라스틱 고리 2개와 고무 밴드를 달아 기능적인 면을 챙겼다. 이외에 12V 소켓과 2열 6:4 폴딩 기능, 스키 스루, 금속 고리 4개는 두 차 모두 동일하다.


총평


이번 시승행사의 슬로건은 ‘Wear the Volvo’. 볼보를 인간 삶에 꼭 필요한 3요소 중 하나인 옷처럼 여겨, 볼보와 밀접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려보라는 뜻이었다. 두 차는 북유럽 가구를 닮은 인테리어와 모난 구석 하나 없는 주행 성능, 뛰어난 실용성으로 항상 입던 옷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감성을 전했다. 여기에 말이 잘 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더한 결과, 가장 인간 친화적인 자동차로 거듭났다.

*V60 크로스컨트리

장점
1) 동급 라이벌보다 넉넉한 트렁크 용량
2)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높인 정숙성(상위 트림만 해당)

단점
1) 꽤 높게 올라온 2열 센터 터널
2) 사라진 ‘진짜’ 머플러...원가 절감의 흔적일까?

*XC60

장점
1) 듬직한 고속 주행 안정성
2) 부드럽게 작동하는 엔진 스탑 & 스타트 기능

단점
1) 왜건에 비해 아쉬운 트렁크 활용성
2) MHEV지만, 연비가 눈에 띄게 훌륭하진 않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