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주 두고 트럼프 당선 가능성, 해리스에 앞서…경합주 속속 뒤집혀
미국 대통령선거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가능성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자체 선거 예측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52%, 해리스 부통령은 42%를 기록 중이다.
매체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8월 말 이후 줄곧 54~56%의 당선 가능성을 보여 44~46%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 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10월 초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 17일 양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50%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후 사흘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로 넘어간 셈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매체는 "해리스에게 약간 기울었던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트럼프의 여론조사 평균 수치가 개선된 것"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근소하게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7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주 만이 여전히 여론조사 평균에서 해리스 후보가 앞서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 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오차 범위 내에 있고,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어느 쪽으로든 결과는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선거는 여전히 백중세인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우나,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8일 미 여론 분석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역시 처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기관은 18일 기준으로 트럼프가 선거인단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52%로 해리스의 48%에 비해 앞서있다고 전했다. 기관은 "북부(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주)와 선벨트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통칭한 단어) 격전지에서 치열한 접전이 나타난 이후"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20일 기준 현재 당선 가능성은 트럼프 전 대통령 53%, 해리스 부통령 47%로 2% 더 벌어진 상태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지난 10월 1일 해리스 부통령이 여론조사 평균 0.6% 앞섰으나 그 격차가 0.1%로 줄어들었고 이후 20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0.2% 앞서게 됐다는 점을 변화의 이유로 꼽았다. 미시간주에서도 1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이 1.9% 앞섰으나 20일 0.2%로 격차가 줄었고, 위스콘신주 역시 1일 해리스 부통령이 1.6% 앞섰지만 20일 현재는 동률이 된 상황이다.
남부 선벨트의 경우 트럼프 우위가 굳어지고 있다. 이들은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를 경합주로 분류했지만 18일을 기점으로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주로 변경했다. 20일 현재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평균 1.8%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는 지난 몇 주 동안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정도 우위를 점했다"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몇 개만 있으면 그가 내일 다시 선두에 오를 수도 있다"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선의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세가 다소 주춤한 것과 관련,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몰표를 보냈던 흑인 유권자들의 결집이 이전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2일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대학교에서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흑인 유권자 5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흑인의 78%가 해리스를 지지한 가운데 흑인 여성의 지지는 83%로 나타났지만 흑인 남성의 지지는 70%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20일 폭스뉴스는 2020년 대통령 선거 당시 조 바이든 후보가 흑인 유권자의 90%, 특히 흑인 남성 85%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은 이때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방송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도 흑인 유권자의 92%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여론 분석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를 만들었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 역시 여전히 선거 판세는 박빙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불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일 본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인 '실버 불레틴'에 "역사적으로 봤을 때 유권자들은 물가 상승률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2022년 물가상승률이 9.1%로 최고치를 찍었는데, 현재 이보다는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미국의 경제 상황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버는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비해 뒤늦게 따라오고 있으며, 지난 수년 동안 기업 수익 증가에 비해 서민층의 가정 소득 증가는 부진했다"며 "유권자들은 트럼프 임기 첫 3년 동안의 비교적 강력한 경제적 성과에 향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도 유권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실버는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6일, 2020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지지자들 앞에서 "끝까지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 이들은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총상을 입고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버는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이 매우 유효하고 중요하지만, 실제 이 폭력 시위는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은 백악관, 상원의회를 포함해 많은 주요 주지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이 공격을 너무 많이 실시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직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버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외교적 문제도 민주당 지지층에 분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외교 정책은 유권자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바이든 재임 기간 동안 세계는 더욱 불안정해졌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민주당 기반이 분열됐는데, 이 문제가 공화당 기반을 분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정부가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무기 제공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아랍계를 비롯한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면서 민주당은 지지 기반을 일부 잃을 수 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 팬실베이니아주 피스터빌-트레보스에 위치한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본인이 대학 재학 당시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친서민·중산층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해리스는 맥도날드에서 일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직접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만약 내가 여기서 20분을 머문다면 해리스보다 20분 더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입증할 수 없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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