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넘었는데, 주가 떨어지는 기업이 더 많다?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돌파했어요. 지난 1983년 1월 4일 처음으로 코스피가 공표된 이후 43년 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코스피는 어제(22일) 주식 시장이 열리자마자 5019.54까지 올랐다가, 거래가 끝나는 오후 3시 30분에는 다소 하락해 4952.53을 기록했어요.

코스피가 한때 5000선을 돌파한 22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27일에 처음으로 4000을 넘긴 채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후 약 2달 반 만에 5000 마저 넘기며 유례없는 급등세를 보여줬어요. 모든 언론은 “새 역사”나 “대기록” 같은 표현을 넣어서 뉴스를 쏟아냈고, 금융회사들은 한국 금융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숫자를 축하했어요.

코스피가 정확히 뭐였더라?

주가지수는 증권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의 변동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예요. 주가지수의 종류는 정말 다양해요. 각국의 특정 증권 시장에 있는 주식들을 모두 묶어 만들기도 하고, ‘대형 반도체 회사(업종)’ ‘규모로 100등 안에 드는 기업(규모)’ 같은 기준을 세워서 만들기도 해요. 주가지수를 참고하면, 특정 기준의 주식들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기 쉬워요.

코스피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주가를 ‘시가총액(전체 주식 가치의 합)’ 기준으로 나타낸 주가지수예요.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잡고, 이후에는 이 기준보다 얼마나 올랐는지를 따져서 산출하는 방식이에요. 코스피가 5000이라면, 전체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1980년 1월 4일의 ‘50배’가 됐다는 뜻인 거예요. 주식 시장의 규모가 50배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오천피’ 공약 내세웠던 정부

비록 5000을 지키며 하루를 마치진 못했지만, ‘오천피(코스피 5000)’를 잠시나마 달성해서 기쁜 건 주식 투자자만은 아니었어요.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코스피 5000 달성’을 내세웠던 정부는 아주 짧은 기간에 공약을 달성하게 됐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가 5000을 넘기기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왜곡돼 있던 경제가 제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라고 평가했어요.

실제로 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주가지수 상승을 유도했어요. 부동산 시장에 쏠려있는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옮겨 가도록 유도했고, 기업들이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이익을 더 많이 돌려주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죠. 배당금 등 주식으로 번 돈에 매기는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하고,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까지 출범시켜 입법 활동 등으로 정부를 지원했어요.

실제로 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주가지수 상승을 유도했어요. 부동산 시장에 쏠려있는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옮겨 가도록 유도했고, 기업들이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이익을 더 많이 돌려주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죠. 배당금 등 주식으로 번 돈에 매기는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하고,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까지 출범시켜 입법 활동 등으로 정부를 지원했어요.

정부는 의도대로 국내 증권시장(증시)을 활성화하는 성과를 거뒀어요. ‘너무 급하게 오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단 목표를 예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이룬 건 사실이에요.

불과 1년 전인 2025년 1월 22일에 코스피는 약 2547포인트였어요. 딱 1년 만에 국내 주식 시장이 2배 가까이 커졌다는 뜻이에요. 올해 상승세만 봐도 그래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는 코스피가 4214였는데, 새해 들어 3주 만에 놀라운 상승세로 5000에 도달했어요. 실제로 경제가 그렇게 빨리 성장할 리 없으니, 아무래도 급하게 오른 느낌이긴 하죠.

다만 왜 이렇게 빠르게 주가지수가 올랐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수가 상승할 만했네’라는 생각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어요. 사실상 ‘한국 증시’가 아니라 ‘반도체 기업’이 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약 1515조원 늘었어요. 이중 인공지능(AI) 개발과 운용에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해서 ‘초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가분은 49%에 달했어요.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는 추세예요. 올해 1월 21일 기준으로 지난 한 달간 상승분을 따져보면, 두 기업이 차지한 상승분이 64%에 달했대요. 최근 1년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189%, SK하이닉스 주가는 247%나 상승하며 사실상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거예요.

주가 떨어진 기업이 더 많다?

지난해 코스피가 2399에서 4214까지 무려 1815포인트나 상승했지만, 딱 두 개의 거대 기업의 상승분을 빼면 3300 수준에 그쳤을 거라는 뜻이에요. 게다가 두 기업과 협력하며 덩달아 주가가 오른 국내 기업들도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도체 산업만 성장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었던 셈이죠. 반도체 기업 외에는 자동차·조선·방산·로봇 등 분야에서 몇몇 주목받는 기업의 주가만 크게 올랐어요.

주요 반도체 기업 등 일부 기업 주가만 크게 상승하는 현상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연초 ‘피지컬 AI’로 주목받은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급등해 새해 들어 어제까지 벌써 800포인트 가깝게 코스피가 올랐는데, 이 기간에 코스피 종목 954개 중 3% 이상 상승한 기업은 299개밖에 안 된대요. 조금이라도 상승한 종목을 따져봐도 415개였대요. 오히려 하락한 종목이 훨씬 많았던 거예요.

‘코스피 5000 시대’가 우리나라 경제의 호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최근 증시 호황이 ‘AI 수혜 기업들의 주가 급등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죠. 실제로 한국 산업 지형은 반도체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다른 분야의 비중이 작아지는 불균형이 심화하는 모습이에요.

국가데이터처가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제조업 생산 동향을 보면, 2020년 생산을 ‘100’으로 볼 때 반도체 산업 생산은 지난해 3분기에 193까지 늘어났어요. 5년 사이 2배가량 생산이 늘어난 거죠.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의 생산은 같은 기간에 100에서 104.4로 늘어나는 데 그쳐서 제자리걸음에 가까웠어요. 우리 경제가 반도체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는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이 지나간 후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와요.

선순환 기대도 큰 코스피

최근 국내 증시가 누리는 호황은 AI 열풍과 소수 반도체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불안한데요. ‘오천피 돌파’ 같은 증시 호황이 한국 주식 시장의 전반적 평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 또한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예요.

특정 업종에 투자금이 너무 몰리긴 했지만, 이런 기업들의 선전이 지속되면 한국 증시의 격을 높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기대예요. 지정학적 위험과 낮은 신뢰도 등으로 한국 기업이 다른 주요국보다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예상이죠.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제도 도입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추진 중인 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에요.

과연 올해 우리는 ‘코스피 5000 시대’와 함께 빠르게 회복하는 경제를 체감할 수 있을까요? 몇몇 기업들이 이끈 증시 호황이 더 많은 이들의 호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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