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스트 반도체’ 배터리 산업
BYD 등 중국 기업에 역전당해
정부의 K-배터리 공약 발표
국내 배터리 업계 줄줄이 적자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4대 배터리 소재를 다루는 국내 주요 8개 업체 중 7곳이 지난해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양극재 부문 1위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은 4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내 배터리 3 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올해 1분기 성적도 좋지 못했다.
삼성SDI와 SK온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4,341억 원을, SK온은 영업손실 2,993억 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 사 중 유일하게 잠정 영업이익 3,747억 원을 기록했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효과(4,577억 원)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손실은 830억 원에 달한다.
이에 전기차 대중화 이전에 수요가 둔화하는, 이른바 ‘캐즘’ 현상이 길어지면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핵심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축소와 사업 철수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에 점유율 밀리는 한국
반면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아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대규모 생산 시스템으로 낮은 원가 구조를 구축해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중국 회사인 룽바이(487억), 후난위넝(389억), 베이징이스프링(369억 원) 등은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경쟁력은 바로 ‘낮은 원가’이다. 국내 소재의 경우 이들과 비교하면 가격이 20~30% 더 높다.
이에 국내 배터리 3 사도 생존을 위해 점점 중국산 의존도를 높이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산업 차원을 넘어 경제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소재 공급이 끊기면 국내 배터리 생산 설비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전기료, 인건비 모두 중국이 유리하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중국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CATL은 세계 배터리 사용량의 38.1%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고, BYD는 127.5%의 연간 성장률을 보이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 반면 국내 3 사의 합산 점유율은 17.9%에 머물렀다.

반등 기회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유효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국내 배터리 산업은 계속해서 성과를 보이면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 또한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배터리 셀뿐 아니라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제조 장비까지 전 밸류체인을 자체 구축한 몇 안 되는 국가다.
에코프로, LG화학, 포스코퓨처엠, SKIET, 엔켐, 솔브레인 등은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수준 경쟁력을 갖췄고, 제조 장비의 국산화율도 90%에 달한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이 장악한 저가형 LFP 배터리를 넘어서 전고체, 원통형, ESS 등 부가가치 높은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체리자동차의 자회사인 ‘체리기차’와 46시리즈 원통형 삼원계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계약 규모는 총 6년간 8GWh로, 약 12만 대의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최소 1조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46시리즈 배터리는 직경 46㎜, 높이 80~120㎜로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출력은 5배, 용량은 6배 향상됐다.

전방위 지원 나선 세계…한국도 속도 내야
업계가 일군 노력이 빛을 발해 한국 배터리 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해외 경쟁국에서는 정부에서 강력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으로만 2,31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일본은 ‘탈탄소 이행 채권’을 발행해 1조 6,000억 엔을 배터리 산업에 투입했다. 미국 역시 IRA를 통해 배터리와 전기차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K-배터리 육성’ 공약을 발표해 업계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해당 공약에는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과 전고체 기술개발 R&D 확대,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도입, 충청·영남·호남권 배터리 삼각벨트 조성 등이 포함됐다. 업계는 “한국판 IRA를 도입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직접 보조금 정책이 절실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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