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에도 무역전쟁 위협…"대규모 석유·가스 안 사면 끝장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럽연합(EU)에 자국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하지 않으면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위협했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나는 EU에 우리 석유와 가스를 대규모로 구매해서 미국과의 엄청난 무역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끝장을 볼 때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관세’를 모두 대문자(TARIFFS)로 써서 강조했다.
EU 측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에너지 부문을 포함해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로프 질 EU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EU와 미국은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무역과 투자를 통해 깊이 통합된 경제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에너지 부문에서의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등 이미 강력한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EU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 이사회 의장은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EU가 실용적인 방식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지속해 대서양 횡단 관계를 강화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EU 상품의 최대 수입국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EU를 상대로 기계 및 자동차 분야에서 총 1020억유로(약 154조2000억원)의 무역 적자를 냈다. 다만 에너지와 서비스 부문에서는 각각 700억유로(약 105조8000억원)와 1040억유로(약 157조2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주로 상품 무역에 집중하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EU산 자동차가 많지만 반대의 경우는 없다며 종종 비판해왔다. 트럼프는 특히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석유와 가스 수출 확대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분기에 EU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수입 물량의 47%와 17%를 각각 차지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 22%를 공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차기 행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서 공급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무역 전문가인 윌리엄 라인쉬는 현재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대체에 나서서 미국산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현재 수요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면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애스펙트의 리처드 프라이스 석유시장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이 최대치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내년에 더 많은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내년에 유럽의 정유소 폐쇄가 예상돼서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EU를 포함한 전 세계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중국에 60%의 고율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해왔다.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트럼프의 위협이 현실화되면 4배로 늘어나게 된다.
트럼프는 대선 이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국경을 통한 마약 및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9개국 협의체) 국가들에도 달러 지위를 위협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