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3강체제 공고화..중복투자 걱정보다 기대 커(종합)

김보경 2022. 9.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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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LNG선 수주경쟁력 강화될 듯..'빅2'로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중단
한화와 방산산업서 시너지 기대..기업결합 심사·노조입장은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넘는 매각 작업 끝에 한화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3강 구도'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 조선업은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이라는 이른바 '빅3'가 수주의 90%가량을 독점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이중 대우조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주인 없는 회사'라는 낙인 때문에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어 결국 저가 수주로 빅3 간 출혈 경쟁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초 한국조선해양으로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대우조선에는 비(非)조선기업으로의 매각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았고,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화로의 인수는 최선의 대안이었다고 조선업계는 평가했다.

또 3강 구도 유지로 과다 경쟁과 중복투자의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민간기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빅3가 이전과는 다른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조선 3사(왼쪽부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사진은 [현대중공업 제공], 대우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제공], 삼성중공업은 [연합뉴스TV 제공]

'통째매각'에 조선업계 안도…"경쟁보다 협력 가능"

조선업계는 26일 발표된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이 분리매각이 아닌 '통째 매각'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대우조선 사업부는 특수선(군함·잠수함)과 상선 부문으로 나뉘는데 일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방산에 속하는 특수선 부문은 국내 기업이 인수하고, 상선 부문은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이 한때 거론됐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출에서 특수선 분야에 차지하는 비중이 10∼15%인 점을 고려하면 분리매각은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또 상선 분야가 해외에 매각되면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우조선해양 로고 대우조선해양 로고 [대우조선해양 제공]

하지만 대우조선이 한화로 일괄 매각되면서 국내 조선업의 기존 3강 체제는 더 굳건해질 전망이다.

3강 체제 공고화가 국내 조선업계에 미칠 여파로는 부정적보다 긍정적 전망이 많다.

비록 조선업 불황이 닥쳤던 2016∼2020년 빅3 간 내부 경쟁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현재와 같은 초호황 국면에서는 기업이 많을수록 수주에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 평가다.

한국이 전 세계 발주량 82%가량을 독점하고 있는 LNG 운반선 분야가 대표적으로, 선가가 가장 비싼 LNG 운반선을 한국 업체들이 '사이좋게' 나눠 수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민간기업 2곳(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정부 지원을 받는 1곳이 겨루는 불공정한 빅3 경쟁 구도가 이번 인수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한화로의 인수는 대우조선 노사안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대우조선 하청노조는 지난 6월 국내 최대 조선소 중 하나인 거제 옥포조선소의 제1독(선박건조장)을 점거하는 파업을 벌여 8천억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출혈 경쟁과 중복 투자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빅2'로의 구조조정 작업이 이번 인수로 사실상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도 있다.

특히 최근 7년새 조선업 종사자가 54%나 감소하는 등 인력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군함만을 제조하는 특수선 전문 조선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유력 인수후보 한화 (서울=연합뉴스)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넘는 기나긴 매각 작업 끝에 새 주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후 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민영화를 추진해온 대우조선은 2008년과 올해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될 뻔했으나 무산되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2022.9.26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경영실적에도 긍정적 영향 전망…노조 반대 등 과제 남아

한화의 인수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경영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대비 12% 증가한 2조4천29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5천696억원, 6천67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상황이라 전망은 나쁘지 않다.

조선업체들은 주로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을 맺어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이 소요되는데 지난해부터 급증한 수주로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또 대우조선은 현재까지 LNG운반선 30척 등 총 86억 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해 올해 수주 목표인 89억 달러의 97%를 채웠다. 여기에다 높은 환율까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조선 건조력이 한화의 방위산업 경쟁력과 더해질 경우 시너지도 예상된다.

상선은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박 교체가 끝나고 신규 수주가 감소할 때는 수익성이 크게 둔화하지만, 특수선은 국가 정책에 따라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에 꾸준한 내부수요가 있다.

특수선의 안정적 매출이 상선 부문의 위험성을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한화가 LNG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LNG 운반선 수주실적이 세계 최고인 대우조선과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한화 디펜스 [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가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된 대우조선으로서는 우려도 없지않다. 다만 한화는 조선업체가 아니라서 각국 기업결합 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노조의 반발도 변수다.

하지만 과거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을 동종업계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로 반대한 노조도 이번에는 별 잡음없이 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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