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보복에 맞서려면 집단 경제안보체제 구축을"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1. 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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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피해 본 14國 나토처럼 연대
대중 주요 수출품목 400개
역공 수단으로 활용 가능

◆ 피크 차이나 ◆

"내일 당장 중국이 한국에 또 다른 경제 보복을 한다면, 한국은 무슨 준비가 돼 있습니까?"

최근 외교가에서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및 한국석좌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2월호에 기고한 '중국의 경제 압박을 멈추는 법(How to Stop Chinese Coercion)'이 논란이 됐다. 차 부소장은 이 기고문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당했던 세계 16개국 120개 기업의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데이터도 의미가 있지만 중국의 경제 보복에 속수무책 당해왔던 국가들을 위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차 부소장은 지난 17일 매일경제와 영상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 최고위층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기고문을 읽고 다양한 피드백을 보내주고 있다"며 "정치적 어려움은 있겠지만 다들 중국이라는 불량배에 대항할 방법을 찾고 싶어하는 게 아니겠냐"고 밝혔다. 지난 14년간 전 세계에서 나타난 중국 경제 보복 피해 사례에서 그는 3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경제 보복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보복 대상은 중국 입장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품목 위주로, 마지막으로 외교적 협박을 통해 해당국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2016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금지시켰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2020년 호주가 중국 코로나19에 대한 기원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호주산 귀리, 와인 등에 고가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면서 보복했지만, 중국이 절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호주산 철광석에 대해서는 보복하지 않았다. 중국이 자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만 경제 보복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다.

차 부소장은 이 같은 중국의 경제 보복 패턴에서 역공 포인트를 찾아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전체가 나서 방어하는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했듯, 경제 분야에서도 '집단경제안보체제'를 만들면 중국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집단경제안보체제를 통해 대중국 보호무역 블록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며 "목적은 중국의 경제적 억압을 저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위협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중국의 주요 수입국이자, 경제 보복을 당했던 14개국의 주요 대중국 수출품목 400개에 대해 조사했다. 가령 중국은 일본에서 골판지와 볼펜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불도저와 켄터키블루그라스 씨앗, 한국에서는 페로몰리브덴, 염화에틸렌, 광어 등을 90%가량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 중에서 대체 불가능한 품목들을 찾아내서 대중국 경제 보복의 방어 무기로 써야 한다는 게 차 부소장 생각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이 일본의 볼펜 수입을 중단한다 해도 대체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수입국에서도 대중국 볼펜 수출을 중단한다면 중국은 그 불편함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부소장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했던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일본·호주 4개국이 먼저 나설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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