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성 떠난 광주FC 7번은 '알바니아 특급'…아사니는 뛰고 싶다
(광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에서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의 주인공은 엄지성이었다.
그러나 이정효 감독 체제의 광주에서 윙어, 미드필더, 스트라이커를 두루 소화하며 활약한 엄지성은 이제 없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스완지 시티 입단을 위해 영국으로 떠난 상태다.
이정효 감독은 이 번호를 '알바니아 특급' 아사니에게 주겠다고 한다. 올 시즌 1경기 출장에 그칠 정도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아사이지만 이제는 중용할 뜻을 내비친 걸로 보인다.
엄지성의 스완지 시티 입단이 확정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 같은 구단의 방침을 승인하면 아사니의 등번호 변경도 확정된다.
이 감독은 14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우리의 새로운 7번이 아사니 선수다. 상당히 몸을 끌어올린 상태라 아마 주중 코리아컵에 출전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지성이 빠졌지만 광주는 여전히 공 점유율 1위 팀답게 경기 주도권을 쥐고 특유의 조직적인 패스워크를 선보였다.
하지만 공격 작업 중 창의적인 플레이가 사라지면서 페널티박스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득점하지 못한 광주는 잔뜩 웅크리며 역습을 노린 인천에 0-2로 졌다.
이날의 완패는 상대 진영에서 수비진을 휘젓고 공격 전개 작업을 마무리까지 이어갈 '해결사'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광주가 인천을 마지막으로 이긴 지난해 3월 맞대결(5-0)에서 아사니가 해트트릭을 폭발한 바 있다.
이후 광주와 치고받는 '맞불 싸움'을 피하기로 한 인천이 내려서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광주는 3무 3패로 고전 중이다.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아사니는 경기 후 연합뉴스와 만나 "감독님이 날 부르더니 7번을 가져갈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셨다. 좀 놀랐고, '좋다'고 답했다"며 "한 번도 7번을 단 적이 없는데 번호를 받아서 기쁜 것보다는 빨리 팀에 합류해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사니는 이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경기에 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가 준비해온 몸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이 감독에게 중용되지 못한 아사니가 출전 기회에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가브리엘과 경쟁에서 밀리는 등 어려운 시즌을 보낸 아사니는 알바니아 국가대표로 나선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펄펄 날았다. 크로아티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전반 11분 정확한 크로스로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이때 활약을 토대로 광주에서 출전 기회를 다시 잡을 줄 알았지만, 유로 2024가 끝나고 돌아와서도 아직 경기를 뛰지 못했다.
아사니는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다가 대표팀에서 갑자기 뛰어서인지 허벅지 근육이 조금 올라왔다. 광주에 합류한 후 회복차 한동안 쉬었고, 최근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몸 상태는 좋다. 다음 경기에 충분히 (활약을) 보여드릴 수 있는 상태"라며 "어쨌든 의욕만 있다고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결정은 감독님이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광주처럼 공격 자원이 부족해진 팀은 이적시장에서 마무리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구해오면 된다.
그러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새로 도입한 재정 규정을 지키지 못해 올해 초 단기 예산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 조치를 받은 광주는 이번 이적 시장을 '빈손'으로 보내야 한다.
구단의 실제 수입이 예산안에 기재된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선수 추가 등록이 불가능하다. 지난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아사니의 복귀에 더욱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아사니는 "지금은 해결사 역할을 맡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 팀에 합류해서 이기고 싶고,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지금 순위가 광주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구단 사상 1부리그 최고 순위인 3위를 차지한 광주는 올 시즌 9승 1무 13패로 12개 팀 가운데 8위에 자리해있다. 23라운드까지 치른 리그에서 가장 많이 졌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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