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e스토리] 기인과 팬의 눈물, 누구 하나라도 포기했으면 오지 않았을 봄

박상진 2024. 4. 29. 13: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 LCK 스프링은 많은 이야기를 남기며 끝났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젠지 e스포츠와 '쵸비' 정지훈이 달성한 최초 4연속 우승이다. 이를 바탕으로 젠지의 다섯 선수는 모두 각자의 기록을 세웠고, '기인' 김기인 역시 데뷔 후 첫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무서운 신인으로 등장한 기인은 2018 스프링에서 결승에 진출하며 기량을 뽐냈지만, 그 이후로 6년이나 결승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가보지 못한 자리였으면 마냥 동경만 했겠지만, 이미 밟아본 무대였기에 기인에게 이 시간은 분명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결국 LCK 우승을 차지한 기인은 방송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고, 긴 시간 기인을 응원하던 팬들 역시 눈물을 보였다. 누구 하나라도 중간에 포기했으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숙원을 이룬 기인은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앞에 두고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커리어 첫 우승 이후 시간이 좀 지났는데, 지금 기분은 어떤가요
LCK 첫 우승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났죠. 우승 당시의 기분과 지금 기분이 다른 게 재미있습니다. 지금은 별 느낌 없이 최대한 연습과 팀 일정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덤덤하다고 하더라도 우승 직후 무대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죠
마지막 세트 넥서스를 깨고 우승이 확정됐을 때에는 실감이 안 났어요. 넥서스를 깼을 때는 기쁘기도 한데 상황이 믿어지지 않기도 한, 하나로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기분이었죠.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 인터뷰 질문을 받으니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흘렸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마지막 세트에서 접전을 벌여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생각보다 라인전이 잘 풀렸어요. 그래서 킬을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하려 했는데, 실수로 한 번 죽었죠. 하지만 나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 경기력에는 만족했습니다.

긴 시간 우승을 하지 못했던 기인과, 이제 LCK 우승을 차지한 기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스스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그냥 열심히 해야죠.

기인에게 LCK 우승은 어떤 의미일까요
프로게이어 생활을 오래 했지만,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였죠. 닿을 수 없는 목표 같았는데, 막상 우승하고 나니 저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LCK 우승이 제 목표였고, 이를 달성했으니 다음 목표인 국제전 우승을 목표로 삼으려 합니다.

첫 결승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고, 이 부분이 오히려 본인에게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2018 스프링 시즌에 결승에 갔죠. 데뷔하고 거의 바로 결승에 갔으니까 다음 기회도 금방 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결승 진출이 간절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결승에 가지 못하니까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겠다는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바심도 나고, 그러면서 지치기도 했을 거 같네요
첫 결승 이후 눈에 띌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중위권과 하위권에 있으니 실력에 의심이 갔죠.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다섯 시즌 같은 팀에서 있었으니 저에게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되는대로 플레이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도 많이 했고요.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경기력도 영향이 있을 테니 여러 생각이 들었을 듯 합니다
시간은 흐르면서 저도 데뷔 시기의 제가 아니라는 건 느꼈어요. 하지만 여전히 과감한 플레이를 할 자신감은 있었지만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막을 수 없었죠. 특히 2022시즌 막바지에 스스로 벽에 막힌 기분을 느꼈습니다. 평소에는 잘 된다고 생각했던 플레이가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는 팀을 바꾸는 도전을 했는데, 이후로 잘 풀려서 결국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팀에서 오래 있다가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죠
아프리카 프릭스, 그러니까 지금 광동 프릭스가 제가 데뷔한 팀은 아니지만 정말 오래 있던 팀이었어요. 2022 시즌이 끝나고 나서 저에게 좋은 제안을 해줘서 그대로 남으려면 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팀에 오래 있었다는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었고,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저에게 활력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kt 롤스터로 이적하고 2023 시즌 제 실력에 다시 자신감을 얻은 후 이번 시즌 젠지로 와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서머 자신의 경기력도, 정규 경기에서 팀의 모습도 좋았죠. 그만큼 기대를 했는데 결승에 가지 못한 점이 또 아쉬웠을 듯 합니다
최종 결승 진출전에서 탈락하고 나서 두 달 가까이 헤어나지 못했어요. 계속 그 경기가 생각나면서 힘든 시간이 이어졌죠. 그래도 시간이 약이 되어서 좋지 않은 감정은 잊고, 다시 도전하기로 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 챔피언 숙련도나 경기력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었죠.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8강에서 탈락한 월드 챔피언십은 또 큰 아쉬움이 없었어요. 당시 상황을 보면 최선의 노력을 한 결과였죠.
 

다음으로 선택한 팀이 젠지였습니다. 계속 시간이 흐르면서 팀 고르기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듯합니다. 젠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젠지가 아쉬운 경기력을 보였지만, LCK에서는 계속 좋은 흐름을 이어갔어요. 그래서 저도 젠지에 오면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경기를 치르면서 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처럼 다른 사람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할 일만 잘하면 됐죠. 그래서 결승까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긴 시간 노력의 보상을 받았죠.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기에 얻은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거 같습니다
제 경기력에는 자신 있지만, 팀 성적이 따라오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자신의 경기력에 의문을 가졌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그 시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적인 감정도 사라지고, 저도 경력이 쌓이면서 힘든 것을 견딜 수 있는 강한 의지력이 생겼기에 우승까지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LCK 우승을 차지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릴 듯하네요. 기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팀도 저도, 이제 각자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LCK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뤘지만, 결국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MSI와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것이 저의 새 목표죠.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노력했기에 이번 우승이 더욱 인정받는 듯합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낸 기인이기에, 이번 우승으로 힘을 얻은 사람들도 많은 거 같고요. 같이 오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저보다 늦게 데뷔하고도 우승은 빠르게 한 선수도 많죠. 그런 모습을 보고 낙담하지 않고, 더 독기를 품고 열심히 했기에 결국 저도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위에서 많은 조언도 해줬지만, 힘든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 스스로가 지치기도 했죠. 힘들 때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저는 첫 기회를 빨리 잡았지만 결과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간을 겪었기에, 기회가 오면 꼭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시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결승 인터뷰에서 본인의 모습을 보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팬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전부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아마 그 장면이 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과 이어지는 거 같은데, 저는 차마 제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응원에 감사하면서, 저 만큼이나 마음고생을 했을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같이 고생하고 기뻐한 팬들에게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MSI는 처음 출전합니다. 다시 첫 기회를 잡은 셈인데,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Copyright © 포모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