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동창회도 단체 대화방에서 시작됩니다. 날짜를 잡고 회비를 정하는 이야기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옵니다.한 분은 알림을 켜 두지 않아 저녁에야 대화를 몰아서 읽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자기 이름이 적힌 대목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스크롤을 올려 읽은 대화
회비를 올리자는 이야기가 오가던 중이었습니다. 누군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 천천히 가자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시로 자신의 이름이 나와 있었습니다. 나쁜 뜻으로 쓴 말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배려한다는 말 속에 자신이 어느 자리에 놓여 있는지가 보였습니다.

답을 쓰다가 지운 밤
괜찮다고 답을 쓰려다 몇 번을 지웠습니다. 아니라고 하면 변명처럼 보일 것 같았습니다. 웃는 표정을 하나 붙이려다 그것도 그만두었습니다. 그날은 결국 아무 말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대화방은 평소처럼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나가고 나서 든 생각
며칠 뒤 그분은 알림을 끄고 대화방을 나왔습니다. 누구를 원망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온 뒤에 따로 연락해 온 친구가 두 명 있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두 사람과는 요즘도 가끔 밥을 먹습니다. 숫자가 줄었는데 마음은 가벼워졌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좋은 뜻으로 한 말도 다르게 닿을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특정한 사람의 사정이 언급되면 더욱 그렇습니다.나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불편한 자리를 억지로 지키는 일이 늘 옳은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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