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의외로 쓸어담고 있는 한국 제품

한국인들이 기쁠 때나 화가 날 때, 슬플 때나 즐거울 때, 언제나 찾는 것이 하나 있죠? 바로 소주! 한국인들의 국민 술, 소주. 우리들의 소중한 친구지만 이 친구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소주는 알코올에 물을 탄 화학 약품이다, 오로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 즉 저렴한 술이다'라며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맞긴 맞습니다.

한국인들이 주로 먹고 있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로 전통 소주 '증류식 소주'와는 달리 싼 값에 먹기 위해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제품입니다. 곡물 발효액을 여러 차례 중류시켜 알콜 도수를 90도 이상으로 만든 후 물 등을 희석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소주의 도수까지 맞추고 있는 것인데요.

희석식 소주는 증류식 소주처럼 깊은 맛이나 향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K식품이 유행할 때도 소주만은 유행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하는 한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외국인들에게 한국 소주를 주니 맛이 없다고 하더라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거기다가 한국 경제가 살아난 이후 다양한 주류들이 한국 주류시장에 자리 잡게 되면서 한국인들조차 소주를 점점 찾지 않고 있었습니다.

2017년 성인 1명당 소비한 소주는 평균 62.8병이었는데, 2021년에는 평균 52.9병, 아직 많이 팔리긴 하지만 과거 80병대까지 팔린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줄었습니다. 한국인들조차 찾지 않는다면 우리의 소주, 이대로 지는 해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최근 소주가 초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의사분이 유튜브에서 소주에 대해 다뤘었습니다. 원래 소주는 쌀 등의 곡류로 밑술을 담근 후에 증류시켜서 만듭니다. 그러니 원료의 술맛이 살아있는 술인데 지금 시중에 나온 술은 그런 게 아니라 순수알코올에 가까운 원료를 만들어 여기에 향료, 아스파탐 등의 감미료 를 넣어 만든, 한 마디로 저렴한 가격에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는데요.

한국 소주에는 안동소주나 화요처럼 전통 증류식 소주가 있고 흔히 우리가 마시고 있는 희석식 소주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희석식 소주는 정말 수많은 논란들이 있어 왔는데요. 과거에 외국인들이 한국 술 소주는 맛없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희석시 소주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주는 해외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그동안 한국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이트 진로 소주 수출액이 1억 2,200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해외에서 초대박을 친 것이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소주는 역대 수출기록을 경신하고 세계화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만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미주지역,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팔린다는 사실이 주목할 포인트였습니다. 이들은 한국 소주에 대해 유독 부정적인 나라였기 때문이죠.

갑자기 세계가 한국 소주에 이토록 스며들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는 한류 컨텐츠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류 컨텐츠가 성공하면서 한국 식문화가 인기를 끌게 되었죠. 분명 소주만 마셨을 땐 맛이 없었는데 한식이랑 같이 먹으니 술이 쭉쭉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한식이 유행하면 유행할수록 소주의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인들도 해외에 나가거나 국내에서 외국 음식을 먹을 땐 해당 국가의 술을 함께 곁들이곤 하죠. 소주도 똑같았던 것입니다. 소주만 봤을 땐 별로지만 한식과는 찰떡궁합이었죠. 거기다 한국 드라마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맥을 보고 따라 마시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늘기도 했습니다.

영국 주류 전문지인 드링크 인터내셔널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수로 우리 소주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만하면 진짜 잘 나가는 거 인정이죠. 단순히 일반 소주만 있었다면 이만큼 대박을 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인기의 가장 큰 주역은 바로 과일소주였습니다.

2015년 3월 혜성처럼 나타나 소주 시장을 강타한 과일소주.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맛이 그 시작이었는데요. 기존 소주의 쓴맛과 높은 도수에 비해 달달하면서도 도수가 낮았던 순하리는 주 타겟층이었던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인기였습니다.

순하리가 대히트를 치게 되자 경쟁 주류회사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과일소주를 출시했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시작된 인기는 단기간에 국내 주류시장 15%를 차지해버렸습니다. 정말 과일소주의 시대였습니다. 딱 1년 동안 말이죠. 놀랍게도 1년이 지나자 뜨겁던 인기는 거짓말처럼 싹 식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술자리에서 과일소주를 마시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한때 15%나 되었던 점유율은 어느새 1%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회사들이 너도나도 출시했던 다양한 맛의 과일소주들은 한순간 대박 제품에서 재고처리가 머리아픈 골칫덩이로 전락했죠. 그런데 2019년 과일소주는 다시 한번 대박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인기가 폭발 하게 되었죠. 과일소주의 해외 수출액은 2017년 만에도 195억 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993억으로 약 5배 이상 대폭 상승했죠.

순하리의 경우 미국을 시작으로 한 해외 수출이 지금은 37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연평균 57%씩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 인기가 남다르다 보니 해외에 먼저 출시돼서 대박이 난 후 한국으로 역수출된 제품도 있었는데요. 자두의 이슬이 이 같은 경우였습니다. 과일소주의 선두주자 순하리도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순하리 딸기의 경우에는 고급 주류로 분류되어 캄보디아에서 결혼식 담례품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해외 시장, 다른 주류 매체들도 빠르게 진출하며 해외에서 한국 과일소주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한국에서 사라졌나 싶을 정도로 인기가 뚝 떨어졌던 제품이 해외에서는 이만큼이나 인기를 얻고 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해외인기가 급증하자 한국에서도 과일소주에 대한 관심이 조금 살아났습니다. 과거만큼 술집마다 과일소주를 배치해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맛의 과일소주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데요. 국내 주류회사들은 과일맛 말고도 홍초, 비타500, 아이스크림 등 더 다양한 맛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는 반짝 인기밖에 못 얻었던 과일소주가 해외에서는 몇 년째 인기가 식기는커녕 그 영역을 이만큼이나 넓히고 있는 걸까요. 가장 인기 있는 동남아 주류시장을 분석해보니 그곳에는 주류가 맥주와 증류수로 양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류수의 종류가 위스키나 보드카처럼 기본 30~40도나 되는 매우 높은 도수의 술이었죠.

반면 맥주는 일반적인 맥주보다 도수가 낮았습니다. 동남아의 무더운 날씨 때문에 맥주는 음용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마셔도 체온이 많이 올라가지 않도록 저도수의 맥주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하는데요. 고도의 증류수, 저도의 맥주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지 밖에 없다 보니 가볍게 즐길만한 술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주류시장에 가볍게 즐길만한 도수에 맛도 좋은 과일소주가 등장했으니 동남아 사람들이 홀릴 수밖에 없었겠죠. 미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저도수 트렌드에 딱 맞춰 과일소주가 진출한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으며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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