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가 사라졌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조회수 2024. 5. 3. 09: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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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MBN

조선 시대 민가에서 사람을 납치해 혼인하던 풍습인 '보쌈'은 현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 이야기들 중 2021년 방영된 드라마 [보쌈 - 운명을 훔치다]은 조선시대 광해군 말기를 배경으로 '보쌈'으로 인연을 맺은 과부 옹주와 몰락 양반의 애절한 사랑을 그렸다. 그리고 2024년 공개된 [세자가 사라졌다]는 [보쌈]의 '속편' 격으로 '왕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당하면서 벌어지는 조선판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라는 발칙하고 경쾌한 소개글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저 한 줄 글은 전체 내용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반정으로 왕이 바뀌고 몇 년이 지난 시기, 세자 건은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궁궐을 몰래 빠져나가면서 대신들의 눈총을 받는다. 어느 날, 건은 궁궐의 한 전각에서 왕대비 민씨가 외간 남자와 밀회를 나누는 것을 보고 만다. 건은 사내의 정체를 밝히려 단서를 추적하는데, 도움을 줄 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보쌈'을 당한다. 그는 손발이 묶이고 눈과 입이 가려진 채로 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한 몸종의 도움으로 탈출해 궁궐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사이 대비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왕실 가족들이 세자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세자를 제거하려 온갖 술수를 부린다. 건은 결국 체포되었지만 동생 도성대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감옥에서 탈출한다. 한편 건을 구한 여인은 사실 어의 최상록의 외동딸 명윤으로, 왕실과 합의하에 세자빈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과숙살, 즉 '남편 죽일 사주'를 타고 태어난 명윤을 위해, 최상록은 낯선 남자를 보쌈해 명윤과 하룻밤을 보내게 하여 위험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보쌈을 당한 이는 건이었고, 모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명윤과 혼인했을 인연이었다. 결국 도망자가 된 건과 혼인보다 자유가 소중한 명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함께 도망길에 오른다.

이미지: MBN

드라마는 소개글처럼 혼인하기로 한 남녀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보쌈'으로 기막힌 인연을 맺는 게 핵심이지만,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펼쳐지는 이야기는 복잡하고 꽤 묵직하다. 바람 앞 등불 같은 세자 건의 처지, 자유롭게 살고 싶어 세자빈이 되길 거부하는 명윤의 당찬 성격, 권력을 가졌지만 불안정한 왕과 궁궐을 장악한 대비의 세력 싸움, 도성대군을 왕위에 올리려 하는 반정 세력의 존재 등, 사극 특유의 재미를 만드는 요소들이 드라마를 채운다. 그중 당장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악역인 왕대비 민씨다. 반정 전까지 큰 고초를 겪었는데도 한없이 인자하고 따뜻한 사람처럼 보였던 대비는, 세자에게 밀회를 들킨 순간 악인의 얼굴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세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왕과 왕비를 무자비하게 압박할 때 대비의 말간 얼굴엔 독기가 보인다. 한편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을 때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억울한 목숨이 희생되었을 땐 눈물을 흘린다. 남성 중심의 유교 국가에서 음과 양으로 세력을 구축하고 왕을 바꿀 만한 힘마저 휘두르려는 모습에서 역사 속에서 권력을 좌지우지한 여러 여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사랑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대비나 사극 연기 베테랑인 다른 배우들에게 시선이 가다 보니, 건과 명윤 등 주요 캐릭터에게는 상대적으로 눈길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갈 것이다. 우당탕탕 보쌈 소동으로 어쩌다 부부가 된 두 남녀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할 때부터 마음을 준 둘이 고생이 훤히 보이는 도망길에서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어떻게 그릴까? 이를 풀어나갈 배우들의 연기도 궁금하다. 건 역의 수호, 명윤 역의 홍예지는 회차가 진행되며 능글맞은 세자와 똑 부러지는 양반 아씨라는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한다. 그래서 건과 명윤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어떤 '케미'를 발산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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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작의 ⅓ 지점인 6화까지 방영된 [세자가 사라졌다]는 지금까진 건과 명윤이 함께 길을 떠나는 배경 설명에 집중한,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정치 사극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7화부터 건과 명윤이 함께 길을 떠나면서 펼쳐질 스토리는 궁중 암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다. 건이 대비의 음모에 맞서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을지, 명윤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룰지, 두 사람은 사랑과 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다려 본다.

테일러콘텐츠 / Zapzee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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