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 타던 사람은 이차만 탄다?" GV80에도 없는 에어서스 달고 더 강력해진 SUV

볼보 XC90 오너들 사이엔 묘한 자부심이 있다. “한 번 타면 다른 차로 못 갈아탄다”는 것이다. 스웨덴 특유의 안전 철학과 미니멀한 북유럽 감성이 만들어낸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 때문이다. 그런 XC90이 전 세계 최저가라는 파격 카드를 들고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 재편에 나섰다.

볼보 XC90

볼보코리아는 이달 2차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 XC90을 9,900만원에 출시했다. 미국 1억700만원, 일본 1억1,20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한 전 세계 최저가다. 현재 원화 약세를 감안하면 상당한 모험이다. 하지만 볼보는 이 가격에 확신을 갖고 있다.

볼보 XC90

그 근거는 명확하다. XC90은 전 세계 판매량에서 한국이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에서 성공한 모델이다. 볼보가 2021년 300억원을 투자해 한국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볼보 XC90

신형 XC90의 핵심 변화는 에어 서스펜션 탑재다. 기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 모델 전용이었던 이 시스템을 B6 울트라 모델에도 기본 적용했다. 이는 직접 경쟁 모델인 제네시스 GV80도 포기한 사양이다.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세단 G90에만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볼보 XC90

에어 서스펜션의 위력은 단순히 부드러운 승차감에 그치지 않는다. 노면 상황에 따른 차체 높이 자동 조절, 주행 모드별 차별화된 댐핑 특성 제공 등 프리미엄 SUV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안정감과 정숙성은 기존 스프링 서스펜션과 차원이 다르다.

볼보 XC90

파워트레인은 300마력 4기통 2.0리터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다. 같은 배기량 대비 상당한 고출력으로, 2.2톤 차체를 6.8초 만에 시속 100㎞까지 끌어올린다. 복합연비는 9.5㎞/다. 다만 4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과 거친 소음은 프리미엄 SUV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볼보 XC90

디자인은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답게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전면부는 확실히 세련되고 젊어졌지만, 후면은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해 통일감이 떨어진다. ‘페페리’(페이스리프트+페이스리프트)의 한계다. 10년 넘은 대시보드 레이아웃도 노후함을 감추기 어렵다.

볼보 XC90

하지만 볼보만의 장점은 여전하다. 3열 시트 공간은 해당 급 최고 수준으로, 성인도 무리 없이 앉을 수 있다. 바워스 앤 윌킨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의 음질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볼보 특유의 안전 이미지와 가족 친화적 브랜드 가치는 독일 프리미엄 3사(BMW, 벤츠, 아우디)와 차별화되는 강력한 무기다.

볼보 XC90

볼보의 승부수가 성공할지는 상품 완성도에 달려 있다. 가격과 사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XC90 오너들이 말하는 “한 번 타면 못 바꾼다”는 충성도를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산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프리미엄 SUV 시장의 판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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