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플래그십 G90의 2세대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차세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에 그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디자인으로 제네시스만의 독창성까지 선보이며 빈약했던 디자인 아이덴티티까지 제대로 보완했죠. 직전 모델에서 예고했던 'Two-Line' 패밀리룩을 그 어떤 라인업보다 과감하게 적용한 외관은 여러 개의 조각을 결합해 놓은 듯한 보통의 차들과 달리 곳곳의 절개선을 최대한 없애 마치 하나의 금속 덩어리를 깎아낸 듯한 유려함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조개껍데기를 연상시켜 '클램쉘'이라는 이름이 붙은 후드가 큰 역할을 했죠.

휠 아치와 헤드램프를 따라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전면부가 상당히 깔끔해졌고 더욱 심플해진 신형 엠블럼, 도어 핸들마저 플러시 타입을 적용해 차체에 숨기면서 돌출된 부위를 최대한 없앤 것도 차를 보다 매끈해 보이게 만드는 디테일이었죠.

더욱 넓어진 오각형 크레스트 그릴은 속의 그물망을 이중으로 처리해 하단 범퍼와의 연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꽉 찬 느낌을 전달했습니다. 컨셉트카에서나 보던 가느다란 두 줄의 램프는 단 한 세대만에 신형 제네시스의 상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죠.

측면은 뒤로 갈수록 우아하게 낮아지는 벨트라인으로 럭셔리 세단다운 차분함과 약간의 무게감을, '20인치대'로 들어선 거대한 알루미늄 휠과 잘 다린 수트에 칼주름을 잡듯 꼿꼿한 캐릭터 라인을 더해 보다 경쾌해졌습니다. 덕분에 전장이 무려 7cm나 길어졌음에도 둔한 느낌 하나 없이 전작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낮고 늘씬한 옆태를 자랑했어요. 헤드램프에서 뻗어나온 방향지시등도 흔한 사이드미러 리피터보다 훨씬 멋스러웠구요.

뒷모습 역시 직전 모델과는 달리 한층 가뿐한 느낌으로 전면부에서 이어지는 가늘고 길게 이어진 두 줄의 LED램프와 매끈함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안으로 둥글게 말려드는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실제 수치보다 좀 작아보였어요.

전반적으로 전작이 가지고 있던 보수적이고 중후한 이미지를 탈피해 젊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는데, 보기에 따라 필요 이상 가벼워 보이기도 하다보니 기존의 권위적인 플래그십을 원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세련미만큼은 모두들 동의했죠.
공개된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호평일색, 디자인만큼은 독일 브랜드조차 앞선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제네시스의 신형 모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주요 타겟이었던 중장년 층은 물론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면 여러모로 독보적인 디자인인 건 확실해 보이네요.

동시대 플래그십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가장 고풍스러워 보였습니다. 미래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듯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수입 플래그십 세단들과는 달리 눈에 익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구성으로 이전 모델을 타던 소비자들도 손쉽게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었죠.

고품질의 소재와 디테일이 돋보이는 단순하지만, 심심해 보이지 않는 구성과 탑승객을 감싸는 앰비언트 라이트로 안정감과 포근함을 제공했습니다. 전용 카트리지 방향제를 추가해 향기까지 신경쓰는 등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탑승객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어요.

나란히 배치된 2개의 12.3인치 고화질 디스플레이, 근데 이것만 있으면 참 밋밋했겠죠. 쇠뿔처럼 우뚝 쏟은 파티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을 막론하고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모델인지 분간이 안 가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한옥의 우진각 지붕을 연상케 하는 이 작은 디테일이 G90과 다른 차량의 인테리어를 분명하게 구분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밖에 현대차 그룹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모델답게 이미 차고 넘쳤던 편의장비도 몽땅 새것으로 채워 넣었습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공조장치, 필기 인식이 가능한 통합 컨트롤러와 다이얼식 기어레버가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그나저나 멋들어진 크리스탈 스피어 노브는 GV60에 쓰고 사라졌나 싶네요.

또 차량 내 결제나 스마트키 없이 시동을 걸 때 필요한 지문 인식, 고스트 도어에서 더 나아가 차량의 모든 도어를 전동식으로 여닫을 수 있게 한 '이지 클로즈', 풍부한 해상력을 선사하는 도합 23개 스피커의 '뱅앤올룹슨 3D 프리미엄 사운드' 등 해외 플래그십 부럽지 않은 편의 장비를 새롭게 갖춘 것도 분명한 세일즈 포인트였습니다.

안 그래도 운동장 같던 뒷좌석은 휠 베이스가 늘어나면서 더 넉넉해졌고 개방감이 좋은 파노라마 썬루프와 제대로 된 마사지 시트, 스탠다드 모델에도 들어가는 허벅지 및 발 받침대, 드디어 전동으로 움직이는 모니터 등 전작에서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보완해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또 수많은 버튼 대신 암리스트에 터치스크린을 심어 이 넘칠 듯한 편의 기능을 보다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죠. 에어 서스펜션과 후륜 조향 장치가 들어가면서 트렁크가 전작 대비 좁아진 게 흠이지만요.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자연흡기 라인업을 대체하는 V6 3.5L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 단일 사양으로 개선된 8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해 구성이 단촐해졌습니다. 전자식 4륜구동도 여전히 선택할 수 있었어요. 380마력 54kgf.m의 토크를 발휘하는 신형 엔진은 앞서 선보인 하위 라인업과 공유하는 유닛이지만, 이 차의 성격에 맞게 여유롭고 안락하게 주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노면의 상태를 미리 감지해 감쇄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전작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에어 서스펜션을 다시금 옵션으로 장비하면서 승차감과 주행성능도 보강했죠. 심지어 에쿠스 시절 사용하던 독일제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국내 업체가 개발한 국산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향후 유지관리 부분에서도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상 소모품이라 수명이 다 하면 교체를 해줘야 하는데, 이거 가격이 만만치 않았죠?

여기에 앞서 'G80 스포츠 패키지'에서 선보인 뒷바퀴를 최대 3.5도까지 제어하는 후륜 조향 시스템까지 갖춰 몸놀림이 가뿐해진 것도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체감상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냈고 5m가 훌쩍 넘는 전장에도 불구하고 유턴 시 회전 반경이 일반적인 중형차 수준으로 줄어들었죠. 하필이면 벤츠가 10도까지 꺾이는 신형 S클래스를 1년 먼저 선보여 괜시리 비교가 되기도 했는데, 해당 분야에서 넘사벽의 수준인 벤츠는 어쩔 수 없죠.

한편 리무진 모델도 새로워졌습니다. 이번에는 경쟁 모델과 마찬가지로 B필러 대신 뒷좌석 도어를 길게 늘려 이질감 없는 옆모습을 뽐냈죠. 전작의 리무진들은 사실 그 이질감을 의도한 모델이었습니다. 최상위 모델로서 일반적인 플래그십 사이에서 튀어 보여야 VIP의 권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권위주의와 보여주기 문화의 산물로써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모델이었죠. 아무튼 이런 모델이 사라졌다는 건 한국형 럭셔리의 기준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겠죠. 그래도 일반형 모델이 경쟁차의 롱바디만큼 긴데, 거기서 거진 20cm가량을 더 늘렸으니 남다른 분위기는 여전했죠.

더욱 넉넉한 거주성과 세미 아닐린 가죽으로 마감한 시트 등 내부 역시 일반형 모델에 비해 호화롭게 꾸며졌고, 무게감을 덜어낸 스탠다드 모델과 달리 누가 봐도 마이바흐 S클래스를 의식한 번쩍이는 크롬 장식과 육중한 전용 휠로 꾸며 이게 정녕 국산차가 맞나 싶은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했습니다. 그 대신 풀옵션 가격 1억 8천만 원이라는 '국산차가 맞나?' 싶은 가격표를 달아 밸런스를 맞췄어요.

이와 더불어 롱바디에 한해 탑재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눈여겨볼 만하죠. 흔히 하이브리드 차 하면 떠올리는 풀 하이브리드처럼 배터리와 모터가 바퀴를 직접 굴리는 것이 아닌 엔진이 돌아가는 데 힘을 보태 시동을 걸 때나 가속을 돕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시동도 더욱 부드럽게 걸리고 연비와 배출가스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이 G90에 탑재된 건 정확히는 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해 과급기를 작동시키는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시스템입니다. 그동안 플래그십 모델의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배척받았던 이유가 터보 엔진 특유의 울컥임, 중저속에서 두드러지는 터보랙 때문이었는데요. 앞좌석에서도 느껴지는 울컥임은 뒷좌석의 VIP에겐 더 큰 불쾌감으로 다가오겠죠.

아시다시피 터보는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많은 공기를 불어 넣는 장치로, 충분한 배기가스 압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정 이상 rpm을 올려야 하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특정 rpm에서 터보가 작동해 체감상 성능이 갑자기 확 좋아지는 구간이 생기고, 이로 인한 가속의 딜레이, 즉 랙이 생기거나 울컥임을 유발하죠.
반면 슈퍼차저는 배기가스가 아닌 엔진의 동력을 이용해 공기를 불어 넣는 장치로 딜레이 없이 저속에서도 안정적인 출력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고속으로 갈 수 터보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일렉트릭 슈퍼차저는 말 그대로 이 슈퍼차저를 전기 모터로 작동시켜 동력 손실 없이 중저속의 낮은 rpm에서도 과급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입니다. 여기에 기존 3.5L 트윈 터보 용량을 확장해 육중해진 차체의 끌기에 충분한 기존 V8 5.0L의 맞먹는 성능을 제공하면서 자연흡기 못지않은 매끄러움으로 호평 받았죠.

이후 선보인 연식 변경 모델에서는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일반 모델까지 확대 적용하고 다양한 첨단 편의장치를 기본화해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번에 기본 사양이 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은 단순히 앞뒤로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조향과 전후진을 반복해 웬만한 초보 운전자들보다는 안정적으로 주차를 합니다만 주로 주차된 차를 꺼내는 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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