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2시간 동안 이 잔인한 영화를 왜 봐야할까?

영화 <늑대사냥> 후기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들을 이송할 움직이는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 극악무도한 이들과 베테랑 형사들이 필리핀 마닐라 항구에 모이고 탈출을 꿈꾸는 종두(서인국),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도일(장동윤)을 비롯해 이들은 각자의 목적과 경계심을 품고 탑승한다. 한국으로 향하던 중,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이들에게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극한의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데…

<늑대사냥>은 공개 전부터 지나칠 정도로 잔인한 수위를 지닌 작품임을 강조한 영화였다. 해당 영화 마케팅 당시에도 이점이 부각되었는데, 잔혹한 범죄자들과 경찰이 격돌하는 잔인한 범죄 액션물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본다.

영화에서 잔혹한 묘사는 미학적 혹은 상징적으로 쓰일 수 있으며, 장르 영화에서는 극의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쓰일수 있다. <늑대사냥>은 후자의 성향을 이어받아 잔혹성을 부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선보인 잔혹함은 홍보용 보도 자료에서 언급된 내용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피범벅에 신체가 분해되는 과정이 여과없이 묘사되는데…

장르의 정서상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장면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2시간 내내 진행된다면 이를 마주한 관객은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제아무리 고어용 영화 마니아라 해도 이 폭력이 지나칠 정도로 무의미한 의미로 그려졌다면 살짝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늑대사냥>의 폭력이 장르의 범주상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이를 오락거리의 요소로 느끼게 만들었다면 그야말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아무리 폭력을 오락의 요소로 다룬다 해도 어느 정도의 적당한 수위와 나름의 절제된 구성이 정교하게 짜여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더 잔인해 지겠다'라는 각오로 대학살의 향연을 보여주려고 한다.

수위를 높이려 한다면 여기에 이유와 의도가 분명해야 한다. 이쯤 되면 관객도 이 영화의 잔인함에 대한 이유에 의문을 느껴야 한다. '대체 왜 이렇게 잔인하게 영화를 만들려 하는거지?''내가 왜 이 영화의 잔인함을 계속 봐야 하는거지?'라는 의문을 말이다. 이전에 봐온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영화속 폭력에는 어느 정도 미학과 B급 감성을 자신의 개성으로 녹아내려는 의도가 담기기 마련이며, 이를 통쾌한 장르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늑대사냥>은 그러한 의도가 담기지 않은 불분명한 학살극을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이른다. 악당은 그저 잔인하고 악하기에 경찰을 잔혹하게 죽인다가 이 영화가 내놓은 공식이다.

이러한 폭력의 의미가 불분명한 가운데 그래도 이 영화가 범죄 액션물이라는 장르의 범위에서 뭔가 반전이나 반격의 요소를 보여주며 통쾌하게 그리려나 싶었는데…영화의 중반부 부터 <늑대사냥>은 그야말로 역대급 대실수이자 무리수를 시행하고 만다. 이는 <늑대사냥>이 선보인 폭력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그야말로 자극적인 의도로 쓰인 장치에 불과한 것인지를 보여준 것이다. 다름 아닌 판타지 액션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제작/배급사는 타 회사의 작품인 <마녀>의 세계관을 부러워해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야말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영화의 예고편, 홍보에서 부터 분명한 범죄 액션물임을 예고한 <늑대사냥>인데, 느닷없는 SF 판타지로 전환했으니,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자의 관점에서 영화를 기대하고 본 관객의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더 큰 당황스러움을 느낄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전환이 나쁜게 아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비슷한 흐름으로 넘어간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떠올려 본다면 나쁜 전개는 아닐것이다.

그런데 잠시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늑대사냥>의 방식을 비교해 보자. 영화는 잔혹성을 캐릭터들의 성격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게 한 뒤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잔혹함을 뱀파이어 집단을 일망타진하는데 쓰이는데 사용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직자 가족과의 만남, 셀마 헤이액이 연기한 인간이라 느껴지지 않는 관능적인 캐릭터의 연이은 등장 이를 묘사한 영상미를 통해 곧바로 이어질 판타지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제대로 계산하고 구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이 영화가 범죄물에서 잔혹 판타지 액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


<늑대사냥>의 흐름과 전개는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전개와 너무 다를 정도로 그러한 계산의 개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영화 초반에 문제의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통해 복선을 암시했지만, 이 캐릭터가 그런 판타지로 연결될 것이라는 여지와 단서가 있었나? 무엇보다도 포스터와 예고편 어느 한 장면에서도 그러한 SF적 요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서가 전혀 없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늑대사냥>은 관객에게 너무 심한 거짓말을 한 작품이다. 말 그대로 요즘 영화 티켓값이 높아진 시대에 어느 정도 장르성과 기대치에 부여해야 하는 게 요즘 영화인데, <늑대사냥>은 이 영화를 범죄물로 알고 보러 온 관객의 돈을 갖고 장난질을 한 것이다. 연출진과 제작진은 그러한 관객의 시선을 망각한 체 그저 자신들의 표현 욕구를 최대치로 내세우는데 거액의 제작비를 낭비해 버렸다.

무의미한 폭력의 향연에 느닷없는 장르의 변화와 전개로 <늑대사냥>은 근래 보기 드문 최악의 완성도와 불쾌감을 전해준 영화였다. 그나마 무난한 연기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배우들이 있었기에 이 영화의 별점이 아래와 같을 수 있었다.

평점:★★

늑대사냥
감독
김홍선
출연
서인국, 장동윤, 성동일, 박호산, 정소민, 고창석, 장영남, 손종학, 이성욱, 홍지윤, 우민지
평점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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