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티바 EV 공개… 진짜 쉐보레일까, 그냥 이름만 빌린 걸까

2000년대를 SUV와 함께 보낸 이들이라면 ‘윈스톰’이라는 이름에서 추억이 떠오를 것이다. 한때 싼타페, 쏘렌토와 함께 국내 SUV 시장을 이끌었던 GM대우 윈스톰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캡티바’라는 이름으로 팔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그리고 2025년, 그 ‘캡티바’라는 이름이 전기 SUV로 돌아왔다. 과연 진짜 부활일까?

이번에 공개된 2025 쉐보레 캡티바 EV는 사실 중국 우링자동차의 ‘스타라이트 S’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쉐보레 엠블럼만 달았을 뿐, 설계와 생산 모두 중국 주도. 이 점에서 과거 윈스톰과는 기술적·철학적으로 단절된 모델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쉐보레는 이 차에 과거의 이름을 다시 부여했다.

디자인은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했다. 전면 LED DRL과 수직형 헤드램프, 그릴리스 구조는 깔끔하지만 다소 무난하다. 후면은 원형 모델인 스타라이트 S와 거의 동일해, 엠블럼만 바꾼 ‘배지 엔지니어링’ 느낌이 강하다. MINI를 닮은 스티어링 휠, 15.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등은 실내에서 나름의 감성을 살리려 했다.

제원상으로는 나쁘지 않다. 전장 4,745mm, 배터리 60kWh, CLTC 기준 주행거리 510km, 150kW 모터 등 무난한 사양을 갖췄다. 급속 충전도 20분 내외로 30~80%까지 가능하다. 전륜구동 기반 5인승 구조로, 도심형 전기 SUV를 지향한다.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에 집중한 흔적이 짙다.

북미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으며,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이는 쉐보레가 얼티움 플랫폼 기반 EV를 북미·유럽에 투입하고, 중국산 EV는 신흥시장에 배치하는 ‘투트랙 전략’을 강화한 결과다. 이번 캡티바 EV도 브라질에서 처음 공개된 만큼 이 전략의 일부로 해석된다.

캡티바 EV는 추억 속 ‘윈스톰’과는 분명 다른 차량이다. 한국에서 개발된 SUV가 아닌, 이름만 남은 글로벌 전략용 전기차다. 국내 출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쉐보레가 전기차 시대를 어떻게 타개하려 하는지, 그리고 브랜드가 ‘이름의 무게’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