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미국 꺾고 첫 WBC 우승한 날 전국 공휴일 지정 “베네수엘라 국민, 미국 이긴 자부심 충만”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적 환호 속에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베네수엘라는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LoanDepot Park)에서 열린 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9회초 에우헤니오 수아레스가 결승 타점을 올렸고, 투수 다니엘 팔렌시아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아레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무도 베네수엘라를 믿지 않았지만 우리는 오늘 우승했다”며 “이 순간을 신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 살바도르 페레스는 우승의 의미를 ‘국가를 위한 경기’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도 큰 대회지만, 조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그 이상”이라며 “태어난 나라와 가족,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우승은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승은 경기 내용뿐 아니라 정치적 배경 때문에도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1월 미국 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양국 관계는 극도로 긴장된 상태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결승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은 어떤가”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키웠다.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정치적 논쟁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피했다. 팀의 간판 선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는 경기 전 “우리는 야구에 대해 말하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마이켈 가르시아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타율 0.385, 10안타, 7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가르시아는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우승이 없다는 이유로 과소평가됐다”며 “이제 세계 1위 팀이 베네수엘라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우승 직후 대규모 거리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광장에 모여 국가를 부르며 밤늦도록 축제를 벌였다. 임시 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는 이번 우승을 기념해 전국 공휴일을 선포했다. 정부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기관 업무를 중단하고 학교 수업도 휴교하기로 했다. AP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번 우승은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 카라카스 시민은 “세계 강대국인 미국을 이겼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이 승리는 베네수엘라 국민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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