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희 AP위성 대표 "후발 우주기업의 발판 될 것"

이성희 AP위성 대표이사. /사진=이동현 기자

"우리 회사가 후배 우주기업들이 따라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성희 AP위성 대표는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제 무대에서 정도를 걸으며 성장하고 다른 기업들에도 자부심과 기준이 되고, 누군가 그 길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 담겼다. 이는 AP위성이 내건 목표인 '우주와 세상을 잇는 글로벌 퍼스트 무버'와도 맞닿아 있다.

AP위성은 위성 시스템과 위성통신 단말기 사업을 양축으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아리랑·천리안·정지궤도 공공복합통신위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에 탑재되는 온보드컴퓨터(OBC), 데이터처리장치 등과 중동의 이동위성통신 기업 투라야와의 파트너십으로 키워온 위성통신 단말기가 있다. 이 대표는 "AP위성은 이런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1세대 우주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AP위성에서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기술은 기본이고 중요한 것은 기술을 시장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회사가 가진 역량에 비해 고객 저변이 넓지 않았던 점도 같은 맥락에서 짚었다. 이 대표는 연구자 출신의 경영자로서 AP위성이 갖고 있는 기술을 어디에 연결하고 어떻게 시장에 안착시킬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용역만으론 다음 없다"...체질 개선 드라이브

이 대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경영 판단에 담았다. 지난해 실적이 주춤했지만, 그는 단순한 부진으로 보지 않았다. 국가 프로젝트 위주의 위성 사업은 한 건당 기간이 길고 반복 양산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다음 먹거리를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먼저 단말기 부문의 차세대 통신을 전담하는 별도 연구소를 만들고 5G·6G NR-NTN을 준비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며 "이는 지금 당장이 아닌 수년 뒤의 차세대 먹거리를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적 축소의 배경에는 단말기 수주 감소와 일부 위성 사업의 지연, 연구 인력 확충이 있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78억원으로 전년(586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2년 정도는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며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해외 시장에 우리 위성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말기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우주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기술 이전, 운용 지원, 현지 교육까지 함께 묶은 패키지 제안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AP위성의 최근 사업 움직임도 이와 맞물려 있다. 단말기 사업 부문에서는 기존 투라야와 함께 두 번째 고객인 영국 기반 글로벌 위성통신 기업 인마샛을 확보했다. 동시에 회사는 5G NR-NTN의 시연과 차세대 위성통신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AP위성이 무게를 두는 지점은 위성단말 경쟁 자체보다 네트워크와 서비스에 있다. 차세대 위성통신 사업에서도 하드웨어를 중점으로 두는 것이 아닌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AP위성의 위성 제조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이 대표. /사진 제공=AP위성

위성 제조 부문에선 선택과 집중이 분명해졌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과거 집중하던 큐브샛(초소형위성) 시장은 이미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현재는 200~750㎏ 수준의 중형급 위성에 집중하고 있다. 소형위성보다 활용성과 수요가 보다 뚜렷한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2027년 상반기 예정된 누리호 6차 발사에 탑재될 우주검증위성 3호 탑재체 기관으로 선정된 것 또한 이런 방향성과 상통한다.

제조·운용·외교까지 겨냥

제주 아시안스페이스파크(ASP)와 내달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부천 AIT 센터는 AP위성이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인프라다. 회사는 위성 제조·탑재체 개발과 같은 업스트림과 데이터 수신·처리·활용 플랫폼 서비스와 같은 다운스트림을 잇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 AIT 센터는 위성의 조립·통합·환경시험을 자체 수행하는 제조 거점, ASP는 지상국 안테나와 데이터 수신 거점을 담당한다.

이 대표는 "AIT 센터가 외부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위성의 생산과 시험 등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ASP는 한반도가 태평양 진출의 관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외 우주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와 시험, 운용과 데이터 수신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다만 이런 인프라만으로 해외 시장으로의 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제조와 운용의 기반을 갖추는 것과 별개로 실제 해외 진출과 사업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과 중국이 공적개발원조(ODA), 금융, 외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 기반을 깔아주는 반면 우리나라는 민간 기업이 먼저 뛰고 정부가 뒤따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먼저 우산이 돼야 한다"며 "정부의 우산 아래에서 우주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먼저 판을 열어줘야 그 위에서 산업과 기업이 따라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위성은 단독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을 넘어 다른 우주기업들도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드는 목표를 세웠다. 후발 기업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후발 우주기업들의 배경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더 많은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는 AP위성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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