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거리·공원서 '기후위기 대응' 목소리 높인 학생들
경남지역 학생들이 지난 5일 세계 환경의 날 학교 밖 거리로 나서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원에서 시민들과 만나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실천을 공유했다.
◇미래세대·어른 함께한 행진 =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좋은 마음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나라에서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정책을 만들어 사람들이 따를 수 있게 해줬으면 해요."
학생기후정의행진을 마친 진주 대곡초등학교 6학년 기민석 학생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민석 학생은 행진 전 행사에서 사회를 맡았고, 다른 학생들과 연설·역할극도 함께했다.
진주 갈전초교, 관봉초교, 대곡초교, 명석초교 등 학교 4곳 학생들이 지난 5일 학생기후정의행진을 했다. 학생 240여 명과 교사, 보호자, 진주교육지원청 직원, 진주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 시민 참여자까지 300여 명이 진주교육지원청 앞에서 남가람공원까지 2㎞ 남짓을 걸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은행, 병·의원, 상점이 밀집한 대안동 차 없는 거리와 중앙광장 사거리, 남강 위 진주교를 지났다. "지구를 지켜주세요", "내가 먼저 해야 해요", "일회용품 줄여요" 등 학생들의 외침에 손을 흔들거나 말로 응원해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학교별로 기후위기 대응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대곡초교 6학년 학생들은 미술 시간에 '빙하가 녹습니다', '함께 실천해요' 등 문구를 넣어 만든 부채를 이날 행진 때 들었다.
또 학교 점심때나 집에서 잔반을 남기지 않으면 학생 1명당 학급비 100원씩을 적립해 졸업까지 50만 원가량을 모아 학교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금정 대곡초교 6학년 담임교사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에 경각심을 갖고자 여름 내내 쓸 수 있는 부채를 만들었다"면서 "학급비로 생일 파티 등을 할 수 있지만, 지구를 위한 실천을 하기로 했다. 학생 21명의 이름으로 학교에 나무를 기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생기후정의행진은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과 현재를 책임지는 어른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진 출발 전에는 학교별로 준비한 노래와 율동, 연설, 역할극 등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나무를 심어보자", "물을 낭비하지 말자"와 같은 기후위기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별 대표 학생이 기후정의선언문을 낭독했고, 이를 진주교육지원청에 전달했다. 지난해까지 학교와 환경단체 중심이었던 진주 학생기후정의행진은 진주교육지원청까지 힘을 보태 환경교육주간 캠페인으로 진행됐다.
◇학교 안팎 실천 잇따라 = 김해신명초등학교 학생 환경동아리 '신명나비' 6학년 7명(김민채·노은채·박수아·박진아·박하영·손가연·이서정)과 심태훈 교사는 같은 날 김해 수릉원에서 경남도, 경남교육청, 김해시가 함께 연 제29회 환경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바다에 버려진 유리로 키링 만들기나 천연 수세미와 팔토시 만들기 등 배우고 체험할 게 많아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신명나비'는 지난해부터 학교 주변과 아파트 단지, 작은 공원과 큰 공원을 돌며 나무를 조사하고 이름표 달아주기 운동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칠엽수, 스트로브잣나무, 느티나무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체험하는 학생도 많았지만, 준비한 체험을 시민들과 나누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날 경남교육청과 각 학교는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교육을 위한 다양한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김해 임호초등학교 학생 환경동아리 '기후천사단' 6학년 21명(김민서·김수현·김시은·김지우·방서현·백예림·손한비·정원희·정지희 등)과 문대인 교사는 '나무를 활용한 새 모형 만들기'를 선보였다. 재활용 나무를 조립하고 색칠하면서 잠자리, 작은 앵무새, 큰 앵무새 등 세 가지를 만들어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종일 부스에서 힘들었지만, 친절하고 웃으면서 체험하고 돌아가는 분들이 있어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후천사단' 역시 교실에서 버섯 키우기, 텃밭에서 감자와 고추 재배, 급식실 잔반 없는 날 캠페인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동식 작업장인 경남교육청 '카멜레온' 체험 버스는 생태전환교육으로 목공 체험인 나무 인형 만들기, 환경캠페인 티셔츠 만들기를 했다. 특히 체험자들은 '나는 지구의 환경지킴이', '기후위기해결사 고래 보호하기(나무 1500그루 = 고래 1마리)' 등 문구와 고래·북극곰·펭귄·지구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해 티셔츠를 만들었다.
이지윤 메이커 전문강사는 "자신이 직접 문구와 그림을 선택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티셔츠가 된다. 커팅 기기를 쓰고 열 압력으로 그림을 티셔츠에 새기는 전체 과정을 체험하면서 학생들이 환경 사랑과 뿌듯한 마음을 느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교육청은 제3회 환경교육주간(6월 5~11일) 일회용 컵 거절하기, 엘리베이터 거절하기 등 일상 속 '거절해도 괜찮아' 홍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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