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본질을 디자인한다, 폭스바겐 ID.4

전기차의 본질을 디자인한다


Volkswagen ID.4

ID.4는 대중차 시장에 위치하면서도 독특한 디테일로 고급차 특유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순수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가 미래를 겨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힘쓴다. 반면 기술을 제공하는 풀은 한정적이다. 배터리 같은 전동화의 핵심 기술을 공급하는 부품 회사가 손꼽는 상황이어서 순수 전기차의 디자인과 기술 평준화가 빠르게 가속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철학이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해야만 소비자를 주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어떤 부분이 새로운가?” 이번에 시승한 폭스바겐 ID.4는 이런 질문에서 접근했다. 지난 9월 한국에 출시한 ID.4는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SUV다. 폭스바겐은 양산형 순수 전기차를 앞으로 ‘ID’ 시리즈로 정의한다. ID는 지능형 디자인(Intelligent Design)의 약자이고, 뒤에 붙는 숫자는 자동차크기에 따른 제품 라인업이다. 폭스바겐은 이 차를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으로 소개하고 있다. 쉽게 말해 대중차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사용자 감각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대중성은 곧 효율성이자 가격 경쟁력을 의미한다. 프리미엄 전략은 고급화, 즉 사용자경험과 만족감과 연결된다. 엄밀하게 말해 두 영역은 상반된다. 그래서 양쪽을 모두 잡겠다는 ID.4가 어떤 제품인지 자못 궁금하다.

단순함이 최고의 경쟁력

ID.4는 세련된 도심형 SUV다. 순수 전기차이기에 가능한 디자인 요소를 바탕에 두면서도 모든 것이 단순화했다. 특별히 놀랍거나 새로운 요소는 없다. 기존 폭스바겐내연기관 제품에서 경험했을 뻔한 요소를 순수 전기차라는 제품 특성에 맞춰 효율적으로 변화시켰다. 외관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함과 기교를 절묘하게 넘나든다는 것이다. 앞모습은 양쪽 헤드라이트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LED 라이트 스트립을 중심으로 앞 범퍼부터 보닛까지 하나의 덩어리처럼 매끈하다. 반면 측면 디자인은 섬세한 라인을 바탕으로 대단히 역동적이다. 20인치 휠이 들어갈 만큼 큰 휠 하우스를 차 앞뒤로 배치했다. 보닛에서 트렁크로 연결되는 캐릭터 라인과 무게 중심을 뒤로 준 루프 라인을 절묘하게 연결해 시선을 주목시킨다. 자동차 하단부를 플라스틱으로 처리한 투톤 보디와 휠하우스 위로 가볍게 들어간 입체적 원형 라인, 검은색 무광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두꺼운 C 필러 등 세련된 디테일이 차고 넘친다.

뒷모습은 앞모습처럼 단순하게 이미지를 정리되면서 통일성을 유지한다. 캐릭터 라인이 앞보다 자연스럽게 높아졌기 때문에 뒷 유리창의 면적은 그만큼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테일램프도 위쪽으로 배치되면서 해치백과 SUV의 장점을 섞은 크로스오버 느낌이다. 키로 차 문을 여닫을 때 앞쪽 매트릭스 LED 라이트와 뒤쪽 3D LED 테일램프를 통해 시그니처 애니메이션 효과가 강조된다는 점도 최신형 고급차들에서 볼 수 있는 표현법이다. ID.4의 실내 공간은 전체적인 느낌은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함 속에 깊이 있는 디테일이 녹아있다. 시트에 앉았을 때 첫 느낌은 앞뒤 모두 넓고 여유가 있다. 차를 둘러싼 창문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고, 사이드미러도 커서 자동차 안에서 보이는 자동차 외부시야 확보와 개방감이 확실하다. 대시보드가 앞 창문보다 높이가 낮다. A 필러와 C 필러 부분에 자투리 공간을 투명한 유리로 충실하게 채워서 개방감에 도움을 주는 등등 모두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이런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일부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5.3인치 계기반은 주행에 꼭 필요한 정보만 담는다. 스티어링 휠(컬럼)에 바로 붙어있는 디자인으로 스티어링 위치와 높이 조절에 상관없이 항상 잘 보인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2인치, 풀 터치스크린. 폭스바겐 자체 구동 인터페이스를 쓴다. 홈버튼이나 앱 형태의 정렬 등 최신 스마트폰 운영체제처럼 되어있어서 사용성이 직관적이다. 소프트웨어의 영역이 늘어난 만큼 물리적인 버튼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ID.4의 단순한 디자인에 통일성을 준다. 기어 레버는 돌리는 스위치 형식으로 계기반 옆에 배치된다. 앞으로 돌리면 주행, 뒤로 돌리면 중립과 후진 순으로 기어가 변하고 버튼으로 주차 모드에 진입한다. 기어 레버를 돌렸을 때 주행 모드가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앞 윈드실드 하단에 긴 LED 바에 하얀색으로 불이들어온다. 센터 콘솔 앞뒤로 컵 홀더와 기타 수납공간이 있다. 모든 공간은 사용 목적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격벽이나 컵 홀더를 빼고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가속, 브레이크 페달에 각각 플레이(

)와 일시 정지(Ⅱ)를 뜻하는 모양이 있다. 농담을 잘 안 하는 독일 디자이너가 이 정도 위트를 더했다는 건 사용자를 감동시키기 위해 아주 적극적이었다는 의미다. 운전석에서 조절 가능한 물리적인 창문 스위치는 단 두 개. 뒷창문은 ‘REAR’라고 써진 버튼을 누르면 작동한다. 뒷좌석 충전 포트는 모두USB C-타입이고, 어린이 시트 고정장치(ISOFIX)가 조수석 및 뒷좌석 모두 기본이다(프로 모델 기준).

ID.4의 구조는 일반적인 순수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 중심부, 가장 낮은 부분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두고 뒤 구동축에 모터를 달아서 뒷바퀴굴림 주행 특성을 가진다. 모터가 발휘하는 출력은 204마력(31.6kg·m)이다. 최고 주행 속도는 시속 160km로 제한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기속은 8.5초로 2.0L 터보 자동차와 비슷하다. 배터리 용량은 82kWh로 한 번 충전으로 40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135kW 급속 충전과 11kW 완속 충전 모두를 지원하며 급속 충전 시 4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제원으로 얼핏 보면 모든 것이 기존 전기차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이다. 하지만 ID.4는 이전 세대 전기차와 다르다. 차축과 전기 구동장치, 제어 모듈 모두를 더 작고, 가볍게 발전시켰다. 배터리 관리 성능도 외부 기온이나 주행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지 않다. 며칠간 테스트하면서 아주 일정하게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차는 높은 모터 출력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주행 성능과 실험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제품이 아니다. 일반도로에서 달릴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승차감과 정숙성 확보였다. 하체에서 전해지는 진동과 소음을 대단히 억제하고 있다. 급가속을 요구할 때 갑자기 차가 튀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최대 가속까지 쭉 밀어붙이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가속 페달에서 갑자기 발을 뗐을 때도 모터 출력이 순간적으로 끊기면서 차체가 울컥거리지 않는다. 기분 나쁜 울컥거림이나 진동, 소음 없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이런 차이가 곳곳에 존재한다.

주행 모드는 두 가지. D(드라이브)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 전기 모터가 자유롭게 작동한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놓을 때 탄력 주행으로 에너지 효율을 보존하는 데 집중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는 에너지 회생 제동이 활성화되어 배터리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B(브레이크)는 회생제동 충전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정지상태를 제외한 모든 주행에 전기 모터가 일부 에너지를 배터리로 다시 공급하여 에너지를 확보한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완만한 제동은 회생 제동만 개입해서 차를 멈추고, 그만큼 전기 에너지 회수를 극대화한다. 코너링 성능도 안정적이다. 저속으로 깊은 코너, 고속으로 완만한 코너 등 모든 주행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전기 신호로 작동하는 구동계를 가졌음에도 타이어의 남은 접지력을 일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시승차는 235mm 피렐리 스콜피온 사계절타이어를 달았다. 20인치 휠을 장착한 것치고 하체가 딱딱하지 않다. 편평비 50의 사이드월이 승차감 확보와 코너링 민첩성이라는 절묘한 균형을 가진다. 갑자기 만난 요철을 넘을 때 앞뒤 서스펜션 댐퍼가 끝까지 눌리며 ‘텅’하는 충격이 있다는 걸 제외하면 일상 주행에서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 순수 전기차라는 핑계로 희생시킨 주행 감각이 없다. 전기차의 간지러운 주행 특성을 오히려 효율성에 집중하며 풍요로운 주행 감각으로 채웠다.

이번에 시승한 ID.4 프로 모델은 한두 가지 특징을 내세워 설명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인 순수 전기차이자 프리미엄의 경험도 충분히 만족시킨다. 제품을 경험하고 테스트하는 동안 모든 것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일부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 그만큼 순수 전기차라는 구조적인 이질감을 느끼기 어렵다. ID.4 프로의 가격은 5,490만 원이다. 2022년 11월 기준에서 국가 보조금이 최대 651만 원까지 지원된다. 이런 기준에서 가격대비 가치 면으로 봤을 때 누구나 충분히 수긍할 수 있겠다. 아니, 차의 구석구석의 만듦새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4천만 원대라는 가격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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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swagen ID.4 PRO

레이아웃 EV, RWD, 5인승, 5도어 SUV   전기 모터 영구자석 전동 모터, 204마력, 31.6kg·m   배터리 리튬이온, 82kWh   휠베이스 2,765mm  길이×너비×높이 4,585×1,850×1,620mm  주행 거리 405km(복합)   최고 속도 160km/h   무게 2,144kg  판매 가격 5,490만 원(보조금 최대 651만 원)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