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그것도 음주 가스라이팅 입니다"…송년회 '의사의 조언'

정심교 기자 2023. 12. 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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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음주를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현상이 유행하고 있다.

김윤미 과장은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1급 발암물질이지만 여러 규제가 많은 담배보다 패키지도 예쁘게 나오고 여러 미디어에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데이트할 때 마시는 등 다소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과음이 건강에 해롭다고 알고 있지만 술을 조금만 마시더라도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건강에 안전한 음주는 없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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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 직장인 A씨는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송년회 모임이 이제는 불편하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3년여간 술자리가 줄어든 분위기에 익숙했던 탓에 최근 늘어난 송년 모임이 유난히 더 힘들다. 먹기 싫은 술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건강한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음주를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현상이 유행하고 있다. 술 취하지 않고(Sober), 호기심이 많아 뭘 하고 싶어 하는(Curious) 이란 뜻의 합성어로, 맑은 정신으로 있고 싶어 해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의 소비를 주도하며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회사나 학교 모임 등에는 여러 세대가 골고루 있는 만큼 못 먹는 술을 강요당하거나 안 먹어도 되는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연간 음주율은 2020년 78.1%로 10년 전인 2010년 전체 79.1%와 큰 변화가 없었다. 음주로 인한 보건·사회·경제적 폐해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단 얘기다.

술의 알코올은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된 후 간에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이 발생하는데 체질적으로 분해 효소가 부족하거나 과음 등으로 분해 능력이 떨어지면 홍조·두통·어지럼증 등 신체에서 독성 반응이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은 담배와 함께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지나친 음주는 뇌·심장·소화기·콩팥·호흡기 등 여러 부위에 질환을 일으킨다. 우울·기억상실·학습장애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또 과음은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주취 폭력,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대동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김윤미 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그런데도 사회 분위기가 담배를 끊으면 응원받지만 술을 거절하면 눈치를 봐야 한다"며 "이는 술이 담배처럼 나쁘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립암센터의 대국민 음주·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에서 1급 발암물질 인식이 담배가 88.5%이지만 술은 33.6%를 차지했으며 술과 담배가 똑같이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3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미 과장은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1급 발암물질이지만 여러 규제가 많은 담배보다 패키지도 예쁘게 나오고 여러 미디어에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데이트할 때 마시는 등 다소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과음이 건강에 해롭다고 알고 있지만 술을 조금만 마시더라도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건강에 안전한 음주는 없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는 게 좋겠지만 연말연시 술 모임에 빠지기 어렵다면 세계보건기구의 '저위험 음주량'인 남성 40g(소주 4잔이나 맥주 5잔), 여성 20g(소주 2잔이나 맥주 2.5잔)을 넘지 않도록 조절해보자. 그 이상 마시면 '위험 음주자'로 분류된다. 자신의 주량을 알고 넘지 않도록 하며 기저질환이 있거나 알코올에 거부 반응이 있다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음주 횟수는 주 1회 이하로 하며, 음주 후 3일은 금주하는 게 권고된다.

술을 마시게 될 경우 식사 후가 나으며, 알코올 함량이 낮은 술을 선택해 천천히 나눠 먹도록 하며 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한다. 김윤미 과장은 "건배사를 하게 하거나 '파도타기'를 시키는 등 음주를 강요하는 건 음주 가스라이팅"이라며 "술을 섞어 마시기(폭탄주)를 강요하지 않도록 하며 불필요한 술자리나 먹지 못하는 술은 자신을 위해 거절할 줄 알고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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