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꼭 갖춰두면 좋은 공구 11

안녕하세요. 공구를 추천하고 판매하는 ‘공구로운생활’의 재니 정입니다. 이사를 하거나 인테리어를 하려면 공구가 필요합니다. 이럴 때 대부분은 저렴하고 편리한 가정용 공구 세트를 사곤 하죠. 하지만 가정용 공구 세트의 품질은 좋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에 많은 분께 가정용 공구 세트를 선물했는데, 금방 망가져 난감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정작 필요한 제품은 없고 쓸데없는 게 있어서 아쉬웠고요. 결국 몇 개만 쓰고 몇 개는 녹이 슬 때까지 수납공간만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특정 상황이 되면 미친 듯이 간절해지는 것”

가정에서 공구는 그런 존재입니다. 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공구는 명절 때 보는 가족과 같아요. 필요할 때만 보는 거죠. 저도 이번에 청소용 샤워 호스가 터져서 호스 교체를 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요. 호스 볼트 부분을 조이려는데 몽키 스패너가 정말 사무치게 그리워지더라고요.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관심 없었는데 말이죠.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드렸는데 오늘은 여러분들께 가정에서 필요한 알짜배기 공구 몇 가지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헐레벌떡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말 요긴하게 쓸 것들, 생활이 윤택해지는 공구 그리고 우리가 다 아는 공구를 어떻게 골라야 좋은 걸 살 수 있는지 꿀팁을 알려드리려고 하니 살짝 귀를 기울여주세요.


[1]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조립식 가구가 점점 많아지는데요. 한 가구당 수십 개의 나사를 수공구 드라이버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제품 안에 들어있는 쇠젓가락 같은 수공구로 조립하려니 끔찍하지 않나요? 특히 오랫동안 조여진 나사를 풀 때는 손목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이때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가 무조건 필요합니다. 나사에 비트만 넣고 버튼만 당기면 전동의 힘으로 쉽고 빠르게 나사를 풀 수 있습니다. 요새는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모양으로 충전식 드라이버가 나오고 있으니 잘 보고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추천 브랜드 | 보쉬(BOSCH), 하이브로(HYBRO), 웍스(WORX)


[2]
롱노즈 플라이어

펜치, 니퍼, 롱노즈 이렇게 세 가지를 ‘플라이어 삼총사’라고 부르는데요. 세 개를 다 구비하면 좋으나 그중에서 하나만 사야 한다면 롱노즈 플라이어를 추천드립니다. 앞이 뾰족하여 깊은 구멍에 넣을 수도 있고 절삭 역할과 또 비상시엔 볼트 조이기도 가능하죠. 손가락으로 치면 검지와 엄지 역할을 해주는 게 롱노즈 플라이어입니다.

추천 브랜드 | 로보스터(Lobster), 쓰리픽스(3 peaks), 세신


[3]
수평계

벽에 무언가를 걸 때나 책상의 높낮이를 맞출 때 눈 한쪽을 질끈 감고 수평이 맞는지를 보시지 않나요? 그때는 수평(기)계를 쓰면 됩니다. 수평계는 안에 담긴 특정 용액의 기포 위치에 따라서 수평이 맞는지 알 수 있는 구조인데요. 가격도 싸고 길이도 각각이라 가정에 두면 유용합니다. 전문 기술자들은 바벨만큼 길쭉한 수평계를 들고 다니는데 가정용으로는 최대 200mm짜리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추천 브랜드 | 스타빌라(Stabila), 에스비(SB)


[4]
줄자

줄자는 떨어뜨려도 끄떡없을 정도의 내구성이 필요합니다.

줄자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히 알죠? 그렇다면 이 정보도 꼭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 쓰는 용도라면 최소 3.5M를 추천드립니다. 2M, 3.5M가 있는데 간혹 길이가 부족할 수 있으니 이왕이면 넉넉한 길이로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기왕이면 빨리 감길 때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오토락이 있는 제품으로, 쭉쭉 뽑아내도 흐물거리거나 꺾이지 않도록 직립도가 좋은 걸 찾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추천 브랜드 | 타지마(TAJIMA), 코메론(KOMELON)


[5]
정밀 드라이버 세트

간단하게 6가지가 들어있는 세트를 사셔도 무방합니다.

요새 제품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눈알 빠질 것 같은 작은 나사가 박혀 있는 가전제품이나 아기 장난감을 고칠 때는 일반 드라이버보다 더 작은 정밀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단품만 사거나 세트를 사셔도 무방합니다. 예전에 일렉기타를 분해할 때 많이 썼던 기억이 나네요.

추천 브랜드 | 베셀(Vessel), 베라(Vera)


[6]
다목적 가위

놀랍게도 다목적 가위는 한국 브랜드가 잘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원예가위라고도 불리는 가위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가정에서 가장 필요한 공구를 꼽자면 군말 없이 이 가위를 고를 겁니다. 가지를 자르는 용도 뿐만 아니라 비상시에 택배 박스를 뜯거나 종이를 자르거나 롱노즈처럼 무언가를 집을 때 등 말 그대로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다목적 가위 하나면 일상이 윤택해질 겁니다.


[7]
멍키스패너

손잡이의 길이에 따라, 최대 벌림에 따라 색상에 따라 취향에 맞는 멍키스패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원숭이 옆모습을 닮았다, 해양학 용어에서 따왔다 등 어원에 대해 여러 썰이 도는 오랜 명맥이 있는 수공구입니다. 조우(턱)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볼트를 체결할 수 있습니다. 쓸 일이 많지는 않다 보니 갖고 있으면 애물단지, 없으면 아쉬운 수공구인데, 저는 하나쯤 구비하는 걸 추첞랍니다. 샤워호스, 싱크대 호스 등 육각볼트 체결 작업을 할 때 꼭 필요할 겁니다. 멍키스패너는 모양과 크기가 아주 다양한데요. 가정용으로는 손잡이 길이가 짧은 포켓 멍키인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지를 보고 고르시면 됩니다. 가정용으로는 그렇게 안 커도 됩니다.

추천 브랜드 | 로보스터(Lobster), 세신, 체스코(Chesco)


[8]
헤라

국민학교에서 교실 바닥에 붙은 껌을 떼는 청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나이를 들켰네요). 이때 썼던 게 바로 스크래퍼라고 불리는 헤라입니다. 헤라는 넓적하게 붙은 무언가를 뗄 때, 욕실 유리창 물때 벗길 때, 심지어 택배박스를 뜯을 때도 씁니다. 단, 커터 칼만큼 날카롭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대부분 2~4인치 정도로 하여 하나쯤 두셔도 됩니다. 고무 헤라도 있고 철 헤라도 있는데요. 제가 추천드리는 건 철 헤라입니다.

추천 브랜드 | 툴쎈(Tolsen), 타지마(Tajima)


[9]
해머 드릴

전동 드릴 드라이버에서 해머 모드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전동 드라이버가 있는데 또 드릴을 산다구요? 네, 엄연히 용도가 다르거든요. 드라이버는 나사를 체결할 때, 드릴은 구멍을 내는 소위 타공 작업에 쓰입니다. 특히나 콘크리트에는 일반 드릴이 아닌 해머 드릴을 꼭 사야 합니다. 망치처럼 톡톡톡 치면서 타공이 된다고 해서 해머 드릴인데요. 콘크리트나 타일 작업 때는 꼭 필요합니다. 요새는 저렴한 가격의 해머 드릴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동 드라이버와 해머 드릴 중 하나만 소장하고 싶다면 ‘전동 드릴 드라이버’ 제품에 해머 기능을 꼭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추천 브랜드 | 나리온, 자야


[10]
WD-40

정식명칭은 방청윤활제지만 WD-40이 고유명사로 불리게 되었죠.

군대에서 정비 꽤나 해봤다면 아는 제품이죠? 방청윤활제의 일종으로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녹을 제거하고 방지하는 데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 밖에도 기름 성분의 오염을 지울 때나 스티커 접착제를 지울 때 WD-40이 70-80%는 처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단,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전문적인 화학제를 찾는 게 좋습니다. 또, 냄새가 심하니 반드시 환기하면서 사용해야 합니다.


[11]
망치

손잡이가 나무나 고무여야 타격의 충격을 많이 줄일 수 있죠.

망치는 정말 종류가 많습니다. 작업에 따라 용도에 따라 크기에 따라 아주 다양한데요. 가정용으로 쓰이는 망치라면 손잡이가 나무로 된 ‘빠루 망치’를 추천합니다. 빠루는 못을 뺄 때 사용하고 나무 손잡이는 쇠보다 손에 충격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망치는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시는 게 좋습니다. 너무 무거우면 타격력은 좋지만 반복 작업이 힘들고, 반대로 너무 가벼우면 반복 작업에 좋지만 타격력이 떨어지죠. 게임으로 말하면 힘과 민첩성을 잘 조절하셔야 합니다.

추천 브랜드 | 헥토르, 한신, 도규


“위의 공구들만 사면 집에서 무슨 일을 해도 문제가 없겠죠?”라고 물어보신다면 100% 확신하여 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대신 저는 조금 관점을 바꾸고 싶은데요.

이런 상황에는 이런 공구가? ⭢ 이런 공구를 이런 상황에도?

말장난처럼 보이겠지만 깊은 뜻이 숨어있어요. 저는 이 상황에는 이 공구, 저 상황에는 저 공구 이렇게 정답을 내리기도 보다는 이 공구로 어떤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에 대해서 탐구를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롱노즈 플라이어의 기본 용도는 전기, 전선 쪽이지만 특징만 안다면 볼트도 조이고 작은 것도 집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 수공구가 되죠. 다목적 가위도 원래는 나뭇가지를 자르는 용이지만 지금은 그 절삭력으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잖아요? 헤라는 ‘껌칼’이라고 불리면서 껌 떼는 용도로 쓰지만 고깃집에서는 고기판 청소할 때도 쓴다고 합니다. 공구는 여기저기 적용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어요.

공구는 무한히 확장하고 있습니다. 작업 환경도 다양해지면서 공구의 범위도 점점 넓어집니다. 기술자나 저 같은 판매자도 앞으로 배울 공구들이 수두룩할 정도입니다. 이럴 때마다 이 작업엔 이 공구 저 작업엔 저 공구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공구를 가지고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구를 다루는 사람들도 일종의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소개해드린 위 공구가 여러분의 가정에서 보다 많이 활용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