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농협은행이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에 은행 기능을 탑재하는 '임베디드금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업의 일상적 금융이 은행 창구 밖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가속화하면서 은행권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임베디드금융의 첨병인 'NH임베디드플랫폼'은 기업고객이 ERP 시스템에서 계좌조회, 이체, 급여 업무 등을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별도의 은행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계좌조회 △자금이체 △급여 지급 등 주요 금융업무를 ERP 화면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ERP를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은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인터넷뱅킹이나 자금관리서비스(CMS)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공하는 방식이었지만 2020년을 전후해 오픈API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전략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 업무가 ERP 중심으로 고착되면서 은행이 고객을 창구로 불러들이는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서비스형뱅킹(BaaS)을 고도화하며 외상매출채권 자동화, 공급망금융(SCF), 법인카드 경비처리 자동화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에 따라 비금융기업 플랫폼에 금융 기능을 내장해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에서 금융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임베디드금융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ERP가 매출·원장·인건비 등 기업 운영 데이터의 허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장악하면 기업여신·결제·보증의 관문을 선점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실무가 ERP에서 벗어나지 않는 만큼 '어떤 파트너와 어떤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가 경쟁력의 기준선이 된다"며 "농협은행이 합류하며 내년부터 임베디드금융의 경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협은행도 이 같은 구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은행이 중소·중견기업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다음 달부터 핑거의 '파로스·스텔라', 다우기술의 '다우오피스' 등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이 높은 ERP·그룹웨어 플랫폼에 서비스를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기업금융 디지털전환(DX) 기조와 맞닿아 있다. 대기업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제조업·유통업 등 실물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의 자금·매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영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과제도 남는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더존비즈온 등 대형 ERP 업체들과 이미 견고한 협력망을 구축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ERP 플랫폼이 기업금융의 프런트로 기능하는 시대에는 제휴 범위가 영향력과 직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NH임베디드플랫폼은 기업금융을 확대하기 위한 농협은행 임베디드금융 전략의 출발점"이라며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확대해 기업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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