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정밀 조정에 나섰다. 반도체 소재를 SK에코플랜트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SK브로드밴드로 각각 넘기며 핵심 계열사 간 기능 중복을 걷어냈다. 단순한 자산 이동이 아닌 지주회사의 기획·조정 역량을 바탕으로 계열사 구조를 재설계하는 전방위 리밸런싱이 본격화되고 있다.
SK㈜는 이달 12일 이사회에서 사내독립기업(CIC)인 SK머티리얼즈와 SK C&C의 주요 자산을 각각 SK에코플랜트, SK브로드밴드에 이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닌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기능을 재배치하는 입체적인 구조조정에 가깝다.
우선 SK㈜는 SK머티리얼즈 CIC 산하 자회사인 SK트리켐(지분율 65%), SK레조낙(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51%) 지분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고 100%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넘긴다. 이에 따라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인수한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에 이어 4개 반도체 소재 법인을 추가로 확보하며 'EPC–리사이클링–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환경·인프라 중심이었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가 반도체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한 셈이다. 향후 SK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및 대외 고객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같은 날 이사회에는 SK C&C가 보유한 판교 데이터센터(30MW 규모)를 약 5000억원에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는 안건도 함께 의결됐다. SK브로드밴드는 이로써 가산, 서초, 일산 등 기존 IDC를 포함해 총 9개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며 AI·클라우드 수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산업용 토지에 비견된다. 이번 자산 이전은 SK브로드밴드를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 육성하려는 그룹의 전략이 반영된 결정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AI 트레이닝 수요와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SK브로드밴드의 미래 수익 기반을 다지는 중장기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재편은 SK㈜가 단순 지분 보유를 넘어 자회사 간 기능 조정과 사업 재편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컨트롤타워형 지주사'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복 사업 구조를 통합하고 각 계열사의 성장 축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 관계자는 "자회사들의 성과가 지주사 가치에 직결되는 만큼 중복 사업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해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회사 성장과 재무 건전성 가화를 통해 지주사 본연의 역할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해부터와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 최적화 △에너지솔루션 분야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성장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 등 미래 성장 기반 강화를 목표로 리밸런싱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이번 재편도 해당 전략의 일환이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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