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대기 1년째 '웨이팅게일'… 차라리 해외로 떠납니다"
바늘구멍 된 간호사 채용문
"의사 파업 터지고는 이게(취업) 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요."
서울시와 인천시에 소재한 대학병원 간호사에 지난해 합격한 김모(23·여)씨는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간호업계에서 말하는 웨이팅게일이다. 웨이팅게일은 취업 확정 후 병원에서 발령이 날 때까지 ‘Waiting’ 상태에 놓여있는 발령 대기 간호사를 말한다.
김 씨는 "제 앞으로 119명이 있고 뒤로는 30명이나 있는데 작년에 합격한 병원에서는 파업 여파로 2024년도 상반기 신입 간호사 발령을 무기한 연기시켜버렸다"며 "주변에선 웨이팅 기간에 수입이 없어 발령 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나 다른병원 근무를 시작하기도 한다"고 간호업계 상황을 전했다.
군포시의 한 간호대학 4학년 졸업반 박모(22·여)씨는 "작년에도 이미 불취업이었는데 올해는 의사 파업까지 더해져서 우리 학년은 그야말로 ‘작살’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병원 재정난 때문에 사람을 뽑지 않아 취업 문이 올해 완전히 닫혀버렸다"며 "휴학하는 사람도 생겼고, 암암리에 빅5 병원부터 해서 대학병원은 올해 인력 공고를 아예 안 낼 거라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고용행정통계 ‘연도별 간호사 구인구직취업현황(취업률)’에 따르면 김씨와 박씨와 같이 간호사로 취업하기 위한 구직건수가 지난해 4만1천15명으로 4만건대를 돌파했다.
2020년 2만5천12건으로 2만건대에 머물렀던 간호사 구직건수는 2021년에는 3만건대(3만3천14건)를 돌파했고 2022년에는 4만건에 11건이 부족한 3만9천989건이었다.
반면 최근 5년간 병원들이 간호사를 채용하는 구인인원은 1만 명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구인인원이 전년 보다 1천512명이 줄어든 1만4천26명에 머문 상황에서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의사 파업이 장기화 되며 대학병원들의 간호사 채용도 중단 돼 간호대 학생들과 간호업계에서는 취업난이 더욱 가중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로컬(종합)병원 취업 준비와 동시에 해외 취업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NCSBN)에 의하면 미국 간호사 자격시험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한 한국인의 수는 2022년 1천816명에서 2023년 3천299명으로 1천400명 이상이 증가하며, 응시율이 81.7% 상승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에 482명이 응시했을 때와 비교해 6.8배가 높아진 수치다.
국가별 응시 순위에서도 한국은 필리핀(3만6천410명)과 인도(6천714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의사 파업 여파로 현직 간호사가 무급 휴직을 받고 일하거나 웨이팅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국내 간호계의 취업 노선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서 국내를 떠나 해외로 취업하는 이들이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소재 A간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28·여) 씨는 "원래부터 해외 취업 생각이 있었지만,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간호사 시험인 ‘엔클렉스(NCLEX)’를 따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하게 됐다"며 "학과의 교수님들조차 수업 중 해외 취업을 독려하는 말을 하실 정도"라고 귀뜸했다.
신연경·윤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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