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 수많은 바다 풍경이 있지만, 정작 조용히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는 많지 않다.
차들이 휘몰아치는 해변 도로가 아닌,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도 온전히 걷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길.
그런 특별한 길이 제주 애월에 있다. 곽지과물해변부터 애월항까지 이어지는 한담해안산책로는 단 1.2km의 짧은 거리지만, 그 안에 제주의 고요함과 자연의 생동감을 모두 담고 있다.

곽지와 금성리를 잇는 한담해안산책로는 제주에서도 잘 알려진 힐링 명소다. 검은 용암 바위 사이로 부서지는 파도, 그 옆을 따라 펼쳐진 잘 닦인 산책로는 걷는 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전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고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 길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곽금올레길’로 불릴 만큼 친숙하지만, 외지 여행객에겐 여전히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다.
2009년에는 제주시 ‘숨은 비경 31선’에 선정될 만큼 그 가치가 인정받은 곳이기도 하다. 조용한 파도 소리와 함께 걷는 이 길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한담해안산책로의 매력은 풍경만이 아니다. 길은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아이부터 어르신, 휠체어 이용자나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까지 모두가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별다른 등산 장비나 운동복 없이도 가볍게 산책이 가능한 코스라 여행 중 잠시 들르기에 부담도 없다.

해가 서서히 지는 저녁 시간, 이곳은 단연 제주에서 손꼽히는 일몰 명소로 바뀐다.
붉게 물드는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걷는 그 시간은, 짧은 여행 속에서도 가장 깊게 남는 순간이 된다. 그저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길.
한담해안산책로는 제주가 보여주는 정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진정한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한담해안산책로는 단순히 ‘예쁜 풍경’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성이 있다. 걷는 내내 용암이 만든 독특한 바위들이 시선을 붙잡고, 발아래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번잡한 일상에서 한걸음씩 멀어지게 만든다. 이 길은 그저 바닷가 옆이 아니라, 제주의 일상을 걷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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