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노트] '전기차 완속충전기 위험' 오해와 진실
최근 전기자동차 완속충전기가 급속충전기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미 스마트폰 모바일앱으로 완속충전기의 유효전류량 또는 배터리 충전량을 제어할 수 있지만, 일부 학계 인사가 이 같은 사실을 잊은 채 잘못된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PLC(Power Line Communication) 기능이 완속충전기에 장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기차 완속충전기는 사용자가 다양한 충전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테슬라와 BMW는 모바일 앱으로 유효전류량을 조절해 충전 출력을 맞추거나 자신이 원하는 배터리 충전량을 설정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유효전류량을 조절할 수 없지만 모바일앱으로 충전량을 제어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충전을 중지하면 충전기에서 단 1㎾의 전력도 나오지 않는다. 차량 제어신호에 따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보편화됐다는 뜻으로, 모 대학 교수가 끊임없이 주장하는 ‘과충전’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된다.
전기차 완속충전사업자들은 PLC 모뎀이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보급에 부담을 느낀다. 정부에서 관련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단가가 비싸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완속충전기들도 차량의 충전제어에 따라 작동되지만, 정부가 이를 믿지 않고 무리한 정책을 편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완성차 제조사가 충전기 회사의 자체 BMS 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PLC 모뎀 충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만, 자동차 업계는 허락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은 기존 충전사업자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PLC 기능이 장착된 ‘스마트제어충전기’를 신규 설치하고 기존의 완속충전기를 이 충전기로 순차 교체한다는 것이 정부의 핵심 방침이다. 이는 앞서 설치된 전기차 완속충전기를 정부 스스로 믿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PLC 모뎀 충전기로 수익을 확대하려는 소수의 사업자만 웃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아직 강한 것도 문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지하주차장의 경우 전기차 화재 시 주변 시설물에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지만, 아직 이 사실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전기차포비아(공포)’를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인천 연수구청과 충남 예산군청의 조치는 큰 아쉬움을 준다. 연수구청은 지난달 12일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의 전기차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청사 지하 전기차 충전시설을 모두 지상으로 이전한다”고 밝혔고, 예산군청은 특별한 이유 없이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긴다고 공지했다.
결국 두 지자체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충전기 이전 공사를 벌였다. 8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모두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아직 해당 지자체에는 이 사실이 팩트로 여겨지지 않았다. 정말 우리는 전기차 완속충전기가 위험하다는 오해를 사실확인 없이 진실로 여기고 싶은 건지 되묻고 싶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