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니오 팩트체크…고려아연 부실 공시? MBK 왜곡 해석?
MBK "고려아연, 매출 202배에 이그니오 인수"
고려아연 "이그니오 매출 9배에 인수…적정"
한 회사, 서로 다른 매출 탓에 공방전 가열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현금을 물 쓰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을 태우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투자를 했다"며 잘못된 투자 중 하나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 인수를 예로 들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MBK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MBK가 숫자를 왜곡해 악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합병(M&A)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봤다.
한화 돈으로 인수한 이그니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홀딩스 지분 73.21%(12만5581주)를 인수한 것은 2022년 7월이다. 앞서 고려아연이 2021년 12월에 미국에 설립한 페달포인트 홀딩스(Pedalpoint Holdings)가 인수 주체로 나섰다. 지배구조가 고려아연→페달포인트 홀딩스→이그니오 홀딩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그니오 홀딩스 첫 인수가격은 3억3223만6865달러로,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4360억원이다. 이어 그해 11월 잔여지분 23.85%를 1397억원에 사들였다. 지분 97.48%를 인수하는데 총 5757억원이 든 것이다.
투자 재원은 2022년 8월 한화의 미국 계열사(Hanwha H2 Energy USA)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 자금 4718억원 등을 통해 마련했다. 한화는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태양광 폐패널에 대해 고려아연과 협업하고 있다.
서로 다른 매출, 누가 말이 맞나?
김 부회장은 이그니오 홀딩스에 대해 "미국에서 전자제품 폐기물을 수거하는 리사이클링 업체"로 "당연히 들어가야 되는 산업이자 좋은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수가격에 대해선 "당시 매출이 29억원"이라며 "매출의 202배로 샀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2년 두 차례 타법인 주식 취득 공시를 통해 이그니오 홀딩스 2021년 매출을 공개했다. 그해 7월엔 637억원, 11월엔 29억원이었다. 넉달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2021년 이그니오 매출'이 공시된 것이다.
MBK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매출 중 11월 공시를 토대로 '매출 29억원의 202배인 5800억원'에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7월에 공시한 2021년 이그니오 홀딩스 매출은 '잠정치'이고, 11월에 공시된 2021년 매출은 '감사를 받은 수치'라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5800억원짜리 M&A를 하면서 실사를 안 한 거냐 속은 거냐 아니면 알고도 이렇게 한 거냐"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MBK가 이그니오 홀딩스의 사업구조를 모른 채 숫자를 악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맞섰다. 고려아연이 7월에 공시한 2021년 매출은 '이그니오홀딩스 전체 매출'의 합산이고, 11월 공시된 매출은 이그니오홀딩스 내에 속한 '이그니오프랑스 단독 매출'이라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이그니오홀딩스는 미국 기업인 MCC가 프랑스의 '위 메탈리카'를 인수한 뒤 2021년 설립한 법인이다. 고려아연이 아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할 2022년 7월 이그니오홀딩스의 연결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고, 고려아연은 KPMG의 금융실사를 기반으로 이그니오 홀딩스의 감사인(Crowe)과 협의를 거쳐 매출 637억원을 산정했다.
고려아연 측은 "매출 637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인수대가는 약 9배로, 멀티플 9배는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2차 지분을 인수할 2022년 11월 이그니오홀딩스 내에 속한 '이그니오프랑스'의 2021년 감사보고서가 나오자, 이를 기반으로 매출이 29억이라고 공시했다는 입장이다. 이 매출엔 이그니홀딩스에서 물류 등을 담당하는 트레이딩 비즈니스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 매출의 근거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오해를 살 만한 부실 공시를 두 차례 했고,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뒤 MBK가 이를 악의적으로 무리하게 확대해석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고려아연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의 소통이 끊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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