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 대통령, 똑같은 BMW 의전차를 5대나 구매한 이유

11대 전두환, 13대 노태우,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도 '캐딜락 플리트우드'를 연이어 사용했습니다. 이로써 플리트우드는 가장 오랫동안 청와대 공식 의전 차량으로 활약한 모델이 됐죠.

새로 도입된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은 84년식으로, 처음으로 기본 세단에서 길이를 늘린 '스트레치드 리무진' 모델이 사용됐습니다. 이전의 화려한 장식이 돋보였던 디자인을 다리미로 쭉 편 듯 반듯한 면과 선이 돋보이는 외관은 확실히 시대가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줬죠.

유리와 차체를 보강해 방탄 능력을 갖췄고, 뒷좌석에는 개방형 선루프를 마련해 퍼레이드 시 VIP가 몸을 내밀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여전히 8기통을 유지했지만, 앞서 거쳐간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배기량이 4.1L로 대폭 줄고, 그에 맞춰 출력도 줄었지만 연료 효율은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이후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이 차량이 연달아 쓰이다가 임기 말인 1992년,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 리무진을 새롭게 구입했고, 이 차량은 이후 취임한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여전히 각을 세워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권위적인 디자인을 내세웠지만, 헤드램프를 일체형으로 다듬어 세련미를 더했고, 소총탄은 물론 소형 폭발물 정도는 거뜬히 견뎌낼 만큼 방어 성능을 보강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엔진 역시 배기량을 4.9L로 키워 더 넉넉한 힘을 제공했죠.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에 참여해 후임 대통령들의 앞날을 응원했고, 현재는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 기록관' 로비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경쟁 모델이었던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을 함께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명확한 사진 자료 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당시 미국 교통법에 의해 규격화된 헤드램프를 사용해야 해서 지나치게 닮은 꼴이었던 두 모델을 헷갈렸던 것으로 추측되네요.

럭셔리카의 대명사 벤츠 S클래스는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처음 이용했습니다. 캐딜락을 줄곧 써왔던 건 우리나라 최고 우방국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분위기 상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컸지만, 동시에 방탄 기술이 가장 뛰어나기도 해서였는데요. 그 사이 유럽 차의 방탄 기술 역시 눈에 띄게 발전했고, 청와대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S600 가드'를 시범삼아 도입했습니다.

최고 출력 400마력의 12기통 6.0리터 엔진과 4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된 방탄 사양으로 오랜 역사와 더불어 당시 전 세계 정상들의 의전 차량으로 폭넓게 사용된 모델이었죠. 허리를 길게 늘린 스트레치드 모델이 아닌 일반형 모델을 베이스로 만들어져 외형은 일반 S 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큰 행사 외에는 기동성이 좋은 이 S600 가드를 주로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능에 만족한 청와대는 이후 신형 'W220 S600 가드'를 추가로 도입해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전 차량으로 이용했습니다. 모두 S600 사양에 신형으로 거듭난 만큼 517마력의 12기통 트윈 터보 엔진이 장착됐고, AK 소총과 폭발물로부터 탑승객을 보호하고 타이어가 파손돼도 시속 80KM로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육로를 이용할 때도 이 모델이 함께했습니다.

의전 차량이 다양해지는 와중에도 캐딜락에 대한 청와대의 애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벤츠 S600 가드와 함께 캐딜락의 신형 '드빌 리무진'도 의전 차량으로 이용했어요. 드빌은 플리트우드가 단종되면서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포지션을 넘겨받은 모델이었습니다.

'캐딜락 원', 일명 '비스트'로 불리는 현재 미국 대통령 의전차도 이 드빌의 신형 모델을 베이스로 만들어졌었죠.

그 아무리 보수적인 캐딜락이라도 디자인 트렌드의 파도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신형 드빌은 종전의 날카로운 칼주름 대신 부드러운 곡면을 적극적으로 쓰면서도 낮고 넓은 차체를 유지해 아메리칸 럭셔리 특유의 단정하고 무게감 있는 외모를 그대로 뽐냈습니다. 아쉽게도 미국 모델은 업무 중 활용하는 공식 의전 차량에서 빠졌고 독일 차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습니다.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과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BMW의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 방탄 모델'을 이용했습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럭셔리카 시장에서 엄청난 호불호와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킨 '크리스 뱅글'의 4세대 7시리즈는 이후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의 손을 거쳐 전보다는 훨씬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났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도입한 차량도 2006년 출시된 이 4세대 7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BMW에서 자체 제작한 방탄 사양인 '하이 시큐리티' 모델이었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고급스러운 모델인 '760Li'를 베이스로 제작해 최고 출력 438마력을 발휘하는 V12 6.0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품었고, 선대 차량들 못지않은 방호 성능과 특수 타이어를 갖췄죠. 플래그십조차 날렵하게 만들어버리는 BMW답게 집중 포화 속에서도 누구보다 잽싸게 도망갈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이었습니다.

당시 똑같은 차량을 5대 구매해 한때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는 대통령 경호 시 VIP가 어느 차량에 탑승해 있는지 드러나지 않도록 같은 차량 여러 대가 동시에 이동해야 하며, 각종 정비나 비상 상황 발생 시 예비 차량으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대를 한꺼번에 구매한 것이었죠. 이를 전직 청와대 경호원이 직접 나서 이를 설명하면서 일단락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의전차 이야기는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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