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EV 도입 현실화…전기차처럼 타면서 주유로 해결하는 시대 온다
"전기차처럼 탈 수 있는데 충전이 아니라 주유를 하면 된다고?" "심지어 한 번 주유하면 900km를 넘게 간다고? 이게 진짜 가능한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건 먼 미래 얘기가 아니고 이미 테스트카가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라 한국 얘기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쏘렌토, 카니발, 싼타페 같은 차들이 곧 이런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바로 EREV 이야기다. 최근 이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EREV가 무엇이고 소비자들이 왜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REV가 제공하는 새로운 주행 방식
물론 EREV와 비슷한 방식은 다른 제조사들도 많이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도 그에 맞춰 EREV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EREV는 현재 기준으로 가장 단점이 적고, 성능과 효율이 모두 높은 차량으로 평가된다. 구조는 단순하다.
주행은 전기차처럼 한다. 하지만 반드시 충전을 할 필요는 없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하고, 주행은 100% 전기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엔진은 발전만 하고 주행은 전기로 하는 차”로 이해하면 된다. 주유가 불편하다면 주유 대신 충전해도 된다.

하이브리드지만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한마디로 “하이브리드 전기차”라고 이해해도 무리가 없다. 장점이 매우 뚜렷하고, 현재 전기차가 가진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대차는 이미 2024년에 한 번 충전으로 900km 이상 달리는 EREV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북미와 중국에 먼저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올해는 이를 한층 구체화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900km가 아니라 600마일, 약 96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EREV를 2027년부터 출시하겠다”고 했다. 배터리 전기차보다 훨씬 긴 주행거리, 그리고 내연기관차처럼 주유만 하면 되는 방식이 핵심이다.

게다가 내연기관차 대비 주유량이나 주유 빈도는 훨씬 적다. 반대로 말하면 전기차와 달리 긴 충전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전기차처럼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큰 장점이다. 여기에 무조건 주유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주유가 어렵거나 불편하면 그냥 전기차처럼 충전해도 된다.
주유와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은 사실상 단점을 거의 없앤 셈이다. 장거리 이동이 급하게 필요하면 주유하고 바로 출발하면 된다. 그리고 출퇴근 위주라면 집이나 회사에서 전기차처럼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EREV 모델이 판매되고 있고, 실제로 타보면 전기차와 주행 감각이 거의 동일하다.

이 기본 구조만 이해해도 왜 장점이 많은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EREV 확대 전략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두 차종은 거의 확정적이다. 현대차는 싼타페, 제네시스는 GV70부터 EREV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GV80 하이브리드, G90 하이브리드, 차세대 G80도 EREV 적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GV90은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국내외 정보들에 따르면 전기차로 먼저 출시된 후 2027년에 EREV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대중 브랜드로도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다. 싼타페가 성공적으로 시장 반응을 얻으면 쏘렌토, 카니발 같은 인기 모델에도 도입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장 큰 장점
EREV가 기대되는 이유를 관점별로 보면 더 명확해진다. 첫 번째는 소비자 관점이다. 지금 한국 소비자들은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냐에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취향이나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부·기업·소비자 모두가 전기차 전환을 확신 있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수조 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충전 인프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내연기관·하이브리드 판매가 강세라 굳이 저렴한 전기차를 집중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소비자 역시 “전기차가 좋다는 건 알지만 지금 당장 전기차로 넘어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예산은 매년 늘어나지만 충전 인프라 품질이나 전기차 보급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EREV는 고민 자체를 없애준다.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냐 따질 필요 없이 그냥 사서 타면 된다.
충전 스트레스가 없고 연료비 부담도 크지 않다. 장거리는 주유, 출퇴근은 충전이라는 간단한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한 번 충전하면 1000km 가까이 탈 수 있다는 점은 실용성을 극대화한다. 싼타페, GV70 등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쏘렌토, 카니발, 그랜저 등 국내 인기 모델에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하이브리드 시장 전체가 EREV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이 EREV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두 번째는 기업 관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매우 적다. EREV는 고성능 배터리와 모터 덕분에 순수 전기차와 같은 출력과 성능을 낸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은 전기차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이는 제조 원가 경쟁력에서 매우 큰 의미다.
비싼 배터리 비중이 낮아지면 차량 가격을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또 기존의 내연기관 엔진과 부품을 활용할 수 있어 개발·생산 비용도 절감된다. 셀 수가 줄어들면 필요한 광물량도 줄어든다. 제조사는 배터리 공급망 리스크까지 줄일 수 있다. 결국 환경 규제 대응, 공급망 안정성, 가격 경쟁력, 상품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산업 전체가 얻는 전략적 ‘버티기 카드’
세 번째는 자동차 산업 측면이다. 전기차 시대는 언젠가 오겠지만, 그 시점은 불확실하다. 유럽은 기존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회하고 있고, 미국은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이다. 즉 지금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해진 것은 ‘완전한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까지 얼마나 잘 버티느냐’다. EREV는 바로 그 버티기를 가능하게 한다.
환경 규제는 충족시키면서도, 소비자는 기존 내연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탈 수 있다. 전기차 수요와 하이브리드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천후 모델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읽고 대규모 국내 투자를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의 125조 투자와 EREV 시너지
한미 관세 협상 이후 여러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발표했고, 현대차그룹도 2026~2030년까지 5년간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다.
투자 분야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AI SDV·로보틱스·전동화·AI 데이터센터·수소 생태계 구축.
둘째, R&D 투자로 EREV 플랫폼·배터리·모터·자율주행 알고리즘 등이 포함된다.
셋째, 국내 공장 투자 및 전기차·EREV 수출 기지화, 자동화 설비 확대다.
특히 관세 15% 시대가 되면서 정의선 회장은 수출 시장 다변화를 강조했다. 국내 공장 수출 물량은 기존 69만 대에서 175만 대 수준으로 2.5배 늘리는 것이 목표다. EREV 출시 시기와 대규모 투자가 맞물리면서 시너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두 가지다. 전기차 평균 가격을 낮추는 것, 그리고 레벨3 자율주행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순수 전기차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다. 하지만 EREV는 전기차 전환까지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완충 역할을 한다. 산업과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이다.
한국에서는 기존 하이브리드 시장이 EREV로 빠르게 교체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많이 팔리는 차종들도 충분히 전환 가능성이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적어도 FSD가 국내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 이상, 현대차그룹도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놓아야할 때가 됐다.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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