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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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면증, 깊은 밤의 괴로움 : 원인과 종류
잠자는 시간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잠 못 이루는 밤이 지속된다면 삶의 질은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불면증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우리 몸과 마음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질환입니다. 이제부터 불면증의 다양한 측면을 자세히 살펴보며, 그 원인과 종류를 명확히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불면증이란 무엇인가?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불면증(不眠症, Primary Insomnia)이라고 합니다. 잠드는 것뿐만 아니라, 자는 도중에 자주 깨서 숙면을 취하기 어렵거나,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증상까지 모두 불면증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수면 문제가 적어도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피로감이 느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 불면증으로 진단합니다. 즉,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여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게 되는 모든 수면 장애(Sleep Disturbance)의 일종입니다. 밤에 충분한 잠을 이루지 못하면, 낮 동안 피로, 졸음, 의욕 저하 등이 나타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킵니다.
최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도 불면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면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우울 및 불안 증세를 느끼는 인구의 증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인구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정서적 고립감, 각성제나 스테로이드와 같은 물질 남용으로 인한 수면 방해, 교통 발달에 따른 수면 주기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불면증의 원인에 따른 분류
불면증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불면증이 다른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이차적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이차적 불면증의 가능성이 높다면, 불면증 자체에 대한 치료보다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오십견으로 인해 밤마다 통증으로 잠을 설치는 환자분의 경우,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가 먼저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불면 증상과 동반된다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인한 불면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뚜렷한 신체적, 정신적 질환 없이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이를 “일차적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잘못된 습관이나 수면 환경, 혹은 잠에 대한 왜곡된 생각들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차적 불면증 중에서도 잠에 대한 과도한 염려로 인해 잠잘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긴장하여 잠들기 어려워지는 경우를 “정신생리적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정신생리적 불면증을 겪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노력과 좌절이 반복되면서, 잠잘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절대 잠들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에 불안해지고, 결국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들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곤 합니다.
이러한 일차적 불면증의 경우에는 수면에 대한 왜곡된 생각과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면 관련 습관들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치료법을 불면인지행동치료(I-CBT)라고 합니다. 더불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소량의 수면 관련 약물을 병행하는 것도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불면증, 효과적인 치료 방법
불면증 치료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단번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꾸준한 노력과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분명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제시된 방법들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면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법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바로 만족할 만큼 잠을 자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불면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경우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며 불면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잠 못 이루는 고통을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불면증을 즉시 해결해 줄 마법 같은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실제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꾸준히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카페인 섭취 줄이기 : 커피, 콜라, 홍차, 녹차,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음식의 섭취량을 줄여보십시오. 섭취하더라도 점심 식사 시간 이후에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주량 줄이기 : 술은 일시적으로 잠이 오는 듯한 효과를 줄 수 있지만,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새벽에 일찍 깨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알코올 의존성을 높여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규칙적인 운동 : 꾸준한 운동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주어 우울증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잠들기 직전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신체를 각성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실 환경 개선 : 침실은 최대한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으로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빛은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잠들어야 할 시간에 빛에 노출되면 수면을 방해하고 수면 주기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암막 커튼이나 수면 안대를 활용하고, 소리에 민감하다면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적정 침실 온도 유지 : 잠을 잘 때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침실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간 서늘하다’고 느껴지는 정도가 적절합니다.
취침 전 가벼운 간식 : 배고픔 때문에 잠들기 어렵다면 치즈, 땅콩, 우유, 바나나 등 수면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함유된 음식을 소량 섭취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취침 전 스마트폰 및 시계 멀리 두기 : 침대에 누운 후에는 시계나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도록 합니다. 자꾸 시간을 확인하면 남은 잠잘 시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30분 내 잠들지 못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 잠자리에 누운 지 30분 이상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루한 책을 읽거나 조용한 활동을 하다가 졸음이 느껴지면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침대라는 공간을 잠 못 이루는 고통스러운 곳이 아닌, 잠이 올 때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잠들려고 노력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실제로 졸릴 때 잠을 청하는 경험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에 제시된 방법들을 꾸준히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정정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