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md] '우승'이란 단어는 언급 금지야!...마음 아팠던 김기희, "무게는 선수들이 질테니 팬들은 즐기길 원해"

한유철 기자 2024. 10.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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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포투=한유철(상암)]


팬들이 짊어질 '우승'의 무게. 김기희는 이를 덜어주고 싶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누리꾼스퀘어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파이널라운드 그룹 A에 포함된 6팀의 감독과 선수들이 자리했다. 울산HD는 김판곤 감독과 김기희, 김천은 정정용 감독과 김민덕, 강원은 윤정환 감독과 황문기, 포항은 박태하 감독과 김종우, 서울은 김기동 감독과 린가드, 수원FC는 김은중 감독과 이용이 참석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이번 시즌에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이탈과 선수들의 부상 등 다사다난한 일들일 많았지만 현재 리그 33경기에서 18승 7무 8패(승점 61점)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 있다. '2위' 김천과의 격차가 5점인 만큼, 여유는 있지만 결코 방심할 수는 없다.


울산은 현재 리그에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광주전 승리를 시작으로 포항과 강원, 인천, 대전, 김천을 상대로 단 1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선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요코하마 마리노스 등 일본 팀을 상대로 2연패에 빠진 만큼, 일관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기희는 이번 시즌 울산의 '핵심' 수비수이자 캡틴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고생하며 적지 않은 결장 기간을 보냈지만 복귀 후 꾸준히 출전 기록을 쌓으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홍명보 감독이 떠나는 등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주장'으로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등 경기장 안팎으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매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울산. 최근 2연패를 하며 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전에는 마음 아팠던 경험도 많았다. 그 탓인지, 팬들 사이에서 '우승'이란 단어는 금기어처럼 됐다. 김기희는 이 부분이 안타까웠다. 그는 "팬 여러분께는 무게는 선수들이 질 테니까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HD 김기희 일문일답]


Q. 현재 울산에서 5년째 몸 담고 있다. 향후 10년, 20년 후에 울산에서 어떤 선수였다고 기억이 되고 싶은지?


A. 특별한 선수라고는 당연히 비춰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나의 부족한 모습은 항상 팬들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는 건, 한 번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경기장에 나왔을 때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Q. 홍명보 전 감독과 김판곤 감독의 스피치 스타일이 많이 다른가?


A. 다른 건 좀 사실이다. 지금 감독님께서는 우리가 조금 더 주도적으로 축구를 하길 원하신다. 김판곤 감독이 홍명보 전 감독보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방향성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하셨다. 물론 홍명보 전 감독님에게도 좋은 축구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축구는 좋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Q. 리그에선 선두에 있는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과만 그런 것인지, 내용도 원한 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인지?


A. 핑계가 될 수 있지만, 스케줄이 정말 많다. 부상자가 많이 나온 상태고, 그런 걸 다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부진한 부분에선 비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최대한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무기력한 경기가 돼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 축구를 하려고 90분 동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다.


Q. 요즘 잔디 문제도 많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뛰어봤는데, 국내랑 비교하면 어떤지?


A. 듣기로는 비용 문제인 것 같다. 예민한 부분이라 말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비용 문제 같다. 잔디 부분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다. 부상자들도 정말 많이 나왔다. 최근에도 부상자가 4명이나 발생했다. 나도 발목을 다쳤다. 훈련이 잘 안된다. 공이 너무 튄다. 그냥 맨땅이다. 그 정도로 안 좋아서 내년부터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강원, 김천과 비교했을 때 울산은 우승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클 것 같은데


A. 팬 여러분이 '우승'이란 단어를 선뜻 못 꺼내더라. 울산에 있는 5년 동안 발전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한번 하는 것도 어려운데, 2연패를 하고 아시아 제패도 했다. 그럼에도 팬 여러분이 아직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게 마음 아프다. 자만하면 안되지만, 우리가 2연패를 했다는 것에 자부심도 가지면서 즐겼으면 좋겠다. 팬 여러분께는 무게는 선수들이 질 테니까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Q. 김판곤 감독이 서울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기희 선수 본인은 서울을 많이 경험했을텐데 어떤지?


A. 쉬운 경기는 결코 아니었다. 서울은 조직적으로 나왔고, 선수 개인 능력도 좋다.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서울이랑 경기를 할 때는 심적으로 단단하게 준비를 해야 조금 더 괴롭히는 경기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서울이 우리를 상대로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엄청 이기려고 달려들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영리하게 선수들이 이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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