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전남 도민의 발’…시내버스·농어촌버스 멈춰 서나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5. 3. 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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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춘투(春鬪)’ 전남의 버스 교통…노조 파업 촉각
1차 농어촌버스 10여개 사업장, 271대…노동쟁의 조정 신청
버스 노조 측 “임금 7% 인상·정년 65세로 2년 연장해 달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도민의 발인 시내버스·농어촌버스 노동자들이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나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조정 기간 내 노사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버스 대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는 파업으로 이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 22개 시·군 시내·농어촌버스 현황(2024년 9월 기준)은 45개 업체에서 1188대를 운행 중이며 노선 수는 1405개에 달한다. 목포·여수·순천·나주·광양 등 시 단위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646대가 228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나머지 군 단위는 농어촌버스 542대가 1177개 노선을 오가고 있다. 특히 농도(農道) 전남의 농어촌버스 노선과 운행대수는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도 단위 중 가장 많다.

전남 도민의 발인 시내버스·농어촌버스 노동자들이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나서 조정 결과에 따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조정 기간 내 노사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버스 대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역사회는 파업으로 이어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남지역 시내버스 모습(기사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시사저널

'4월 버스 대란' 우려…노사, 임금 인상·정년 연장 놓고 충돌 

25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따르면 전남지역 9개 시내버스·농어촌버스 사업장은 지난 19일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현재 전남 지역 자동차노동조합은 '농어촌버스분과', '지방시내버스분과', '직행버스분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농어촌버스분과가 이날 가장 먼저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고, 지역별로는 곡성, 영암, 무안, 함평, 화순, 구례, 고흥, 장성, 강진 등이다. 

지방시내버스분과 순천 2곳, 여수 3곳 등 5개 사업장에서도 25일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할 예정이다. 직행버스분과는 5월 말 기존 임금계약이 만료될 예정으로, 그 이후 조정 신청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 신청을 낸 지역의 시내버스 및 농어촌 버스는 곡성 19대(56개 노선), 영암 31대(71개 노선), 무안 24대(55개 노선), 함평 29대(57개 노선), 화순 63대(94개 노선), 구례 16대(56개 노선) 고흥 44대(118개 노선), 장성 29대(73개 노선), 강진 16대(49개 노선)등 총 271대(629개 노선)다.

노사간에 임금과 정년 문제가 가장 민감하게 부딪치고 있다. 노조 측은 임금을 7% 인상할 것과 현재 63세인 정년퇴직 나이를 65세로 2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운전원 고령화가 심화되고 청년 신규 인력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라 운전원의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조합 입장이다.

현재 버스 운전직 평균 연령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65세)와 정년이 맞물릴 수 있도록 조정해야 실질적인 노후 보장과 노동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조 "조정 불성립시 파업 등 단체행동 불사" 

하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임금 인상의 경우 버스사업자 측의 운신 폭이 좁다. 버스사업이 대중교통인 만큼 요금 책정 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사실상 '묶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운임이 자유롭게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재정지원 없이는 현실적인 임금 인상이 어렵다며, 근본적으로는 공공성을 반영한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하고 있다. 정년 연장도 사업자들이 승객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버스노조 관계자는 "4월 초·중순께 조정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파업 등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남 버스운송조합 관계자는 "이용객 감소로 인한 수익 감소로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는 업계와 노조의 입장 차이가 커 난감한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노위 관계자도 "노사간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당사자 간 합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은 신청 이후 일반사업의 경우 10일, 공익사업은 15일 이내에 종료해야 하며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일반사업은 10일, 공익사업은 15일 이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버스는 공익사업에 따른 특별사업장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정에서 현상이 결렬될 경우 15일 간의 연장기간을 거쳐 파업에 대한 노조 찬·반 투표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 운행 중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조금 주느라 '허리휘는' 지자체…버스업계는 뒷짐 '적자 타령'

하지만 긴축재정 속에 허리띠를 졸라맨 지자체에서도 보조금 예산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농어촌 등 지방 소도시 주민들의 이동권은 갈수록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선 지자체가 적자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하는 재정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일선 시·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전국적으로도 열악한 상황에서 막대한 대중교통 예산은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지역 시내버스나 농어촌버스 운행에 필요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일선 시·군에서 부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은 24.4%로 전국 평균인 43%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완도(7.24%), 구례(7.83%), 신안(7.87%), 장흥(8.04%), 강진(7.83%), 함평(7.16%), 진도(9.3%), 보성(7.61%), 곡성(9.26%) 등 대부분의 전남도 내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전남 지역 벽지노선 손실보상은 19개 시·군, 859개 노선에 339억원으로 이른다. 문제는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중 국비는 91억원(26.8%)으로 시·군이 부담하는 예산은 전체의 73.1%인 247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각 기초자치단체들은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멈출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보조금은 버스회사가 적자 및 벽지노선을 운행하는 대가와 대주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주어지는 것이지만, 민간 버스회사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도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이들 버스회사는 연간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적자 타령'을 하면서 공공연히 행정기관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반면에 서비스 개선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관가 주변에서는 "정작 대책 마련에 부산해야 할 업체들은 뒷짐을 진 채 '나 몰라라' 하고 있고 애꿎은 지자체 공무원과 도민만 버스가 멈추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고생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버스회사는 행정에만 기대는 모습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자세로 노사 협상을 비롯한 경영에 나서야 하고, 행정도 '회사와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강력한 감독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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