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박스오피스 정상을 굳건히 지키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들의 존재감도 빛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짧은 등장만으로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뒤흔든 신스틸러들이다.
특히 음문석, 임현식, 황석정은 저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호프> 특유의 기괴함과 긴장감, 그리고 블랙코미디를 완성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너무 강렬해서
점점 분량이 늘어난 양배

먼저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배우는 단연 음문석이다. 그는 사건의 결정적인 발단을 제공하는 목수 양배 역으로 등장해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다. 캐스팅조차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등장은 관객들에게 의외의 반전이었고, "우리 집에 있데니께유!"라는 충청도 사투리 한마디만으로도 극장을 웃음과 긴장으로 동시에 물들였다.
남루한 행색과 기묘한 표정, 독특한 말투는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양배라는 인물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악행이라고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죄책감 없는 순진한 얼굴과 소름 끼치는 행동이 대비되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평범한 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홍진 감독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자신에게 선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고, 봉준호 감독 역시 GV에서 음문석의 안면 표현력과 리듬감을 극찬하며 "훈련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호평 속에 국내 개봉판에서는 양배의 분량이 오히려 늘어날 정도로 캐릭터의 비중도 커졌다.
대사 컨닝하며 찍었다는
해술 아저씨

베테랑 배우 임현식이 연기한 해술 삼촌 역시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영화 초반부터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해술 아저씨가 봤다면 진짜"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받는 인물인 그는 중반부에 등장해 외계 생명체를 목격한 경험을 들려준다.
무거운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현식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예상치 못한 화장실 유머는 객석에 폭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한 코미디에 머물지 않는다.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묘하게 찜찜한 감정을 남기는 그의 연기는 <호프>만의 기묘한 정서를 완성하는 중요한 축이 된다.
촬영 비하인드도 화제였다. 나홍진 감독은 임현식이 대사를 잘 외우지 못해 카메라 밖에 적힌 대사를 보며 촬영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선과 즉흥성이 살아나 더욱 인상적인 장면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오랜 세월 다져온 노장의 관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모든 대사가 애드리브였다는
보건소장

마지막으로 황석정은 보건소장 역으로 등장해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외계인의 사체를 해부하는 장면에서 그는 기존 영화 속 냉철한 부검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신기한 생명체를 마주한 호기심과 집요함을 동시에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묘한 웃음과 불편함을 안긴다.
더 놀라운 점은 해당 장면의 대사 대부분이 황석정의 애드리브였다는 사실이다. 나홍진 감독은 "시나리오 대사는 무시하고 자유롭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황석정은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이미 '황해', '곡성'을 함께했던 그는 이번에도 특유의 개성과 순발력으로 나홍진 영화 세계관의 한 축을 완성했다.

<호프>는 주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존재감만으로 완성된 영화가 아니다. 양배의 섬뜩한 순수함, 해술 삼촌의 능청스러운 여유, 그리고 보건소장의 기괴한 집념까지. 세 배우가 만들어낸 짧지만 강렬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호프>만의 독창적인 세계는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관객들이 극장을 나선 뒤에도 가장 오래 떠올리는 얼굴이 이들인 이유다.
- 감독
- 출연
- 알리시아 비칸데르,마이클 패스벤더,음문석,이상희,임현식,황석정,김규백,서범식,이용녀,민경진,김기천,유순웅,나홍진,나홍진,김새미,김새롬,손승현,홍경표,이후경,마이클 에이벨스,유상섭,김신용,김서영,조희란,김선민
-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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