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거시설로 대두한 모듈러 주택
전문가가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참고한 사전준비
최근 예비 건축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듈러 주택. 언뜻 보기엔 달콤한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모듈러 주택을 과연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PART 01에서는 전문가들의 관점을 살펴보고, 모듈러 주택에 접근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간략히 훑어본다.
정리 남두진 기자│협조 최문수 사장(케이씨산업), 이영주 대표(㈜스마트하우스)
내국인 근로자의 고령화, 고강도 작업 기피 등으로 해를 거듭하며 건설산업에서의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인력난과 더불어 자잿값 또한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2021년부터 건설자재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본지에 주택 작품을 게재하는 업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계획설계까지는 마쳤으나 실제로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급등하는 자잿값을 감당하지 못해 건축주가 공사 연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모듈러 공법이다. 사실 모듈러 공법이라는 말은 2000년대 초반에 국내에 등장했으며 모듈러 주택시장이 비교적 활성화돼 있는 해외에 비하면 도입이 늦은 편이었다. 모듈러 공법은 건물을 완성하는 요소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거나 아예 하나의 전체 유닛으로 제작해 현장에 옮겨와 설치하는 시공법이다. 빠른 공사기간, 비교적 저렴한 비용, 일관되고 양호한 품질 등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한 건설 환경을 극복하고자 향후 건설업계는 OSC(Off-Site Construction, 탈현장 건설)를 지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모듈러 공법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친환경 미래 건축공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듈러 공법에 대한 이해라면, 전문가들은 과연 모듈러 공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농식품부 ‘농촌체류형 쉼터’ 보도자료 발표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이하 농식품부)는 ‘농촌체류형 쉼터’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농식품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농촌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의 주말·체험 영농과 농촌 체류 확산을 위한 임시숙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본인 소유 농지에 농지전용허가 등의 절차 없이 데크·주차장·정화조 등 부속시설을 제외한 연면적 33㎡(약 10평) 이내로 설치할 수 있다. 농막과 달리 숙박할 수 있으며, 최장 1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농막이 부속시설 포함 연면적 20㎡(약 6평)에 숙박이 불가능했던 것을 고려하면 대폭 완화된 규제다. 기존 농막도 농촌체류형 쉼터 입지 기준을 충족시키면 신고를 통해 연면적과는 별도로 부속시설의 설치를 허용한다.
전원생활을 희망하지만 새로 집을 짓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크거나 자신이 전원생활과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던 예비 건축주에게는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다.
최근에 개최된 코리아빌드 박람회에서는 관련 업체가 실제 사이즈의 모듈러 주택을 행사장 내부로 옮겨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과는 다른 세련된 모습에 너도나도 내부를 보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등 많은 사람이 긴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한 참관객은 “고향에 농막을 알아보고 있던 중 이번 발표를 보고 본격적으로 실행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참가했다”며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모듈러 주택에 전문가들 조심스러운 자세 보여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농식품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공통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좀 더 체계적인 정의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최문수 케이씨산업 사장은 “이번 농식품부의 발표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관심을 높인 것은 맞지만 국가 차원에서 모듈러 주택에 대한 표준적인 정의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시적인 흐름을 타고 너도나도 모듈러 주택이라는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워 품질은 뒤로한,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많아질 경우 결국 그곳에서 지내는 사람의 안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영주 스마트하우스 대표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너도나도 모듈러 주택을 해보려는 업체가 많이 생겨난 데 반해 전반적인 불경기의 영향으로 고객과의 마찰이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기대를 가지고 과도하게 투자해 자금난과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모듈러 주택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이전과는 달라서 애초에 체계적인 기준이 있으면 공식 인증된 곳에서 보다 쾌적하고 신뢰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동식 학교시설이나 모듈러 고층 건축물 등 국가가 나서 모듈러 공법의 본격적인 확산과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나 정책적 기반 조성은 다소 아쉬운 실정이다. 따라서 올해 12월부터 농식품부의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관련 소식을 자주 접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비 건축주, 일반 주택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모듈러는 사실 주택보다는 임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학교나 근린생활시설에 적합한 공법이다. 다수가 이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규격화된 사이즈가 필요하고 한정된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농촌체류형 쉼터와 같이 한시적으로 사용할 공간으로 모듈러 주택을 선택한다고 했을 경우에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이영주 대표는 “모듈러 주택은 규격화된 기성품과 같아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혹시 본인이 욕심을 조금 버리고 비용 대비 저렴한 주택을 빨리 짓고 싶다면 모듈러 주택이 답이 될 수 있지만 특이한 디자인과 자재를 사용하고 싶다면 특별히 권하지는 않는 편이다”며 “그럼에도 기술력은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는 업체는 조심해야 한다. 해당 업체가 시공한 사례를 반드시 확인하고 사전에 충분히 어느 정도 공부해 상담을 나누며 업체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문수 사장은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던 완성된 하나의 유닛을 현장으로 옮기던 간에 모듈러 주택에는 반드시 장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토지에 장비가 진출입할 수 있는 곳이 확보돼 있는지 사전에 필수로 확인해야 한다. 장비가 아니더라도 위급 상황 시엔 구급차나 소방차 등도 원활하게 오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나 디자인은 그 이후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듈러 주택은 일반 주택에 구현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적절한 토지를 찾는 것이 우선순위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모듈러 주택의 정의와 기준 등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될 때 비로소 모듈러 주택시장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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