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없이 40조 성과급?”… 삼성전자 주주들 “노사 아닌 주총 사안” 소송 검토
“임금” vs “이익 배분” 충돌
주주운동본부 “6월 중순 소송 제기”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서 4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성과급 지급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법정 공방으로 번질 조짐이다. 일부 주주들은 노사가 합의한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회사 이익 배분에 해당한다며 무효확인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일부 주주들이 참여한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20일 노사가 도출한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가운데 성과급 관련 조항에 대해 무효확인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잠정합의안은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됐다.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는 “주주명부 등사 절차를 마치는 데 보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가 끝나는 대로 6월 중순 이후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쟁점은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노동법상 임금·근로조건으로 볼지, 아니면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한 상법상 이익 배분 문제로 볼지다.

◇주주단체 “성과급은 임금 아닌 이익배분… 주총 의결 필요”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성과급 합의가 노사 교섭만으로 정할 수 있는 임금협약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직원에게 나눠주는 구조라면, 이는 주주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자본 배분 문제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상법 제462조를 근거로 들고 있다. 회사의 이익을 배당하려면 이사회가 최종안을 마련하고 주주총회가 의결해야 하는데, 이번 성과급 역시 실질적으로는 회사 이익을 배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무효확인소송의 피고를 협약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초기업노조로 보고 있다. 소송 대상은 지난 20일 노사가 도출한 잠정합의안 중 성과급 부분이다. 앞서 DX 부문 측이 제기한 교섭중지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주주운동본부는 이와 별개로 성과급 협약의 법적 성격을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주운동본부는 별도의 효력정지 가처분보다 본안소송인 무효확인소송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이 내년으로 예정돼 있어 당장 가처분을 제기할 실익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지급 절차를 강행할 경우, 이사의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행사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조선비즈에 “이번 사안을 기존 이익배당 구조의 확장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판례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외국 입법례와 판례 등을 확보한 상태”라며 “보수적인 법원에서도 다퉈볼 만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법조계 “성과급과 이익배당은 별개… 주주가 다툴 자격도 불확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주주운동본부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직원 성과급과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은 법적으로 다른 개념이라는 이유에서다.
상법 제462조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할 때의 재원과 절차를 정한 조항이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을 곧바로 이익배당 절차와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상장사 지배구조 사건을 다뤄온 이형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판례는 임금과 성과급을 상법상 배당 절차와 구분해 취급하고 있다”며 “임단협상 지급 기준이 회사 영업이익과 연동된다는 점만으로 성과급을 법적 성질이 다른 이익배당 절차와 연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자본시장 사건을 주로 맡아 온 판사 출신 권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같은 취지로 봤다. 권 변호사는 “상법 제462조의 이익배당은 주주에 대해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라며 “이번 노사합의에서 정한 성과급과는 다른 개념이어서 이익배당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소송 자격도 쟁점이다. 주주가 임금협약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임단협의 효력을 직접 다툴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주주는 임단협과 관련해서는 제3자에 불과해 원고적격이 없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며 “임단협 체결로 주주에게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어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노사합의보다 후속 이사회 결의가 쟁점 될 수도
법조계에서는 실제 법적 다툼이 노사합의 자체보다 성과급 지급을 위한 후속 절차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임단협의 무효를 주장하는 법리 구성은 쉽지 않지만, 합의 내용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나 자사주 처분 절차가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과급이 현금이 아니라 자사주 처분을 통한 주식 교부 방식으로 집행될 경우 쟁점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이사회 결의의 절차와 내용, 자사주 처분의 적법성, 주주 이익 침해 여부가 별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임단협 무효 주장 자체는 법리 구성이 쉽지 않다”며 “오히려 임단협 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이사회 결의 등이 향후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급이 자사주 처분을 통한 주식 교부 방식이라면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관점에서 주주 이익 침해 여부가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다만 성과급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 집행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절차 역시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이 변호사는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을 행사하려면 단순히 지급액이 크다는 점을 넘어서 추가 입증이 필요하다”며 “지급액이 경영판단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거나, 지급 결정 방식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거나, 이사회 결의나 자사주 처분 절차에 위법이 있다는 점 등이 입증돼야 유의미한 주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법원이 주주운동본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상장사의 성과급 합의 과정에는 일정한 부담이 남을 수 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나 자사주 활용 방식이 주주 이익과 충돌할 수 있는 만큼, 향후 기업들은 노사합의 과정에서 이사회 검토와 주주 설명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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