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s 벤츠...‘헤리티지 전략’ 창과 방패 대결[현장+]

현대차 최초의 조립생산 차량인 포드 코티나가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모습(사진 왼쪽). 독일 슈투트가르트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센터에 전시된 300SL/사진=조재환 기자

올 4분기부터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헤리티지 전략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현대모터스튜디오를 활용한 헤리티지 전시에 나섰고 벤츠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박물관과 클래식 센터 등을 이용하는 전략을 영구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브랜드 모두 헤리티지 전략과 관련된 과제가 여전히 쌓여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포니의 일대기를 담은 ‘포니의 시간’ 헤리티지 전시에 이어 1억대 누적 생산을 기념하는 ‘다시, 첫걸음’ 헤리티지 전시를 이달 10일부터 서울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시작했다. 현대차 최초의 조립생산 모델인 포드 코티나 마크 2와 최초 수출차 포니 에콰도르 택시 실물 등이 공개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다시, 첫걸음’ 행사에서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발전방향 등을 동시에 소개했다. 전시장 내부에 스쿠프와 엘란트라를 전시한데 이어 출시된지 24년이 넘은 싼타페의 발자취도 언급했다. 특히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의 전기차를 배치해 향후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도 앞장서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8~90년대 차량의 개발공간과 당시 개발된 차량들을 소개하는 신문기사와 잡지 등이 전시된 것도 눈에 띈다.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내 현대차 '다시, 첫걸음' 전시 행사에 배치된 스쿠프, 엘란트라(사진 왼쪽부터)/사진=조재환 기자

현대차는 앞으로 다양한 차량을 주제로 한 헤리티지 차량 전시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지만 영구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지난해 ‘포니의 시간’ 전시의 경우 6월부터 8월까지 개최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입소문이 확산돼 10월까지 전시기간이 늘어났다. 이번에 진행되는 ‘다시 첫걸음은 11월 10일까지 예정됐다. 현대차는 경기도 고양시에도 모터스튜디오 전시공간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적인 헤리티지 역사를 강조할만한 전시 콘텐츠가 없다.

벤츠의 경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클래식센터와 박물관 등을 통해 헤리티지 전략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클래식센터는 오래된 차량의 전시뿐만 아니라 복원·판매까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박물관에서는 대표적인 명차로 손꼽히는 ‘300SL’과 다양한 클래식카 등을 접할 수 있다. 이같은 전시 전략은 현대차와 달리 영구적으로 접할 수 있다.

300SL 등 1950년대 차량이 주로 전시된 슈투트가르트 벤츠 박물관 내부/사진=조재환 기자
걸윙도어 타입으 도어가 장착된 벤츠 300SL/사진=조재환 기자

벤츠 클래식센터의 차별점은 ‘직접 생산’이다. 독일 게르메르스하임 지역에 위치한 벤츠 부품센터의 경우 5만2000개의 클래식카를 위한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부품 자체의 구입이 어렵다면 벤츠 스스로 해당 클래식카에 맞는 부품 생산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위탁생산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 결과 1955년도에 제작된 ‘걸윙’도어 타입 쿠페형 차량 SL은 시동을 걸어도 부드러운 엔진음을 낼 수 있게 됐다.

벤츠 클래식센터는 1993년 공식 개장이 됐고 박물관은 2006년도에 개장돼 현대차보다 헤리티지 전시에 오랜 역사를 갖췄다. 하지만 벤츠의 헤리티지 전시는 현대차처럼 전동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20일 방문한 슈투트가르트 벤츠 박물관에는 2012년 개발됐던 SLS AMG 쿠페 전기 콘셉트카와 2010년 개발됐던 B클래스 수소연료전지 차량 등 두 종류의 개발용 친환경차만 전시됐다. 벤츠의 전동화 브랜드인 ‘EQ’를 상징화할 수 있는 관련 전시는 아직 이 박물관에는 마련되지 않았다. 전동화에 대한 미래를 벤츠 스스로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벤츠에겐 어려운 숙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