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들 "역사적 판결, 2인 방통위로 의결했던 모든 방송 장악 무효"
2인 체제 방통위 위법성 인정한 첫 본안 판결, MBC 내부 "역사적 판결"
"이진숙·김태규 2인이 밀어붙인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 의결 불법 행위 명확"
야당 "불법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시도 맞서 상식 재확인한 법원"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17일 법원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며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자, MBC 내부에서 “방통위의 위법적 방송장악 행태에 제동을 건 역사적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법원 판결의 핵심은 2인 방통위가 불법”임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이날 MBC가 과징금 부과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MBC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난해 11월13일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PD수첩'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1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후 지난 1월 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으로만 구성된 방통위는 이를 반영해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의 성격을 강조하며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은 의결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본안 소송에서 5인 정원의 방통위가 위원 2인 만으로 의결한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를 '합법'이라 억지 주장하며 제멋대로 내렸던 의사결정에 대해 명백한 위법이라고 명시한 첫 번째 본안 판결이자, 방통위의 위법적 방송장악 행태에 또다시 제동을 건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윤석열 정권의 이 같은 법꾸라지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사법부의 준엄한 판단”이라며 “재판부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는 최소 3인의 위원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입법목적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MBC본부는 “법률적 표현의 모호성과 법적 판단의 불완전성으로 둘러댈 여지도 사라졌다. 절차가 위법한 이상, 위법한 상태에서 내려진 모든 판단은 당연무효”라며 “류희림 방심위가 MBC를 표적 삼아 쏟아낸 법정제재 처분은 모두 '방통위 2인 체제'를 통해 의결된 만큼, 이제 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했다. 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김태규 위원과 단둘이서 밀어붙인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 의결 역시 불법행위였음이 명확해졌다”며 “더 나아가 윤석열 정권이 2인 방통위를 통해 의결했던 모든 방송장악 행위도 무효화돼야 한다”고 했다.
MBC본부는 “윤석열 정권은 당장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 방통위의 위법적 결정을 이제라도 모두 바로잡으라”며 “지금이라도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하고, 방송3법 개정에 나서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오늘 법원 판결의 핵심은 2인 방통위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각종 가처분 신청에서도 확인됐던 2인 방통위의 위법성을 본안 소송에서도 확인한 첫 판결”이라며 “불법과 반칙으로 점철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맞서 상식을 재확인한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국회가 추천한 방통위원 임명을 거부하고 자신들 입맛에 맞는 방통위원들만 임명해 기형적 방통위를 운영했다. 공영방송 이사를 멋대로 해임하고, YTN 지분을 팔아치우고, 비판 언론에는 제재를 남발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반쪽 방통위를 이용한 언론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방통위 정상화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법원을 향해 “2인 방통위가 내린 나머지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도 같은 날 “방통위 2인 구조 의결이 위법하다는 최초의 본안소송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지난 8월26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집행정지 인용에 더해 오늘 법원의 판단으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 등을 의결해 방송장악을 꾀했던 이진숙 위원장의 위법성과 탄핵의 정당성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이들은 “여전히 반성 없이 SNS, 유튜브 출연 등을 통해 국민을 갈라치고 망언을 일삼는 이진숙 위원장과 방통위의 설립 취지를 짓밟고 공영방송 장악의 수단으로 삼은 윤석열 대통령에 고한다”며 “불법행위를 한 이진숙과 무리한 법정제재를 남발하며 방송탄압을 일삼은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고 국민께 백배사죄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장악의 야욕을 멈추고 방송정상화를 위한 법개정 논의에 응답하라”고 했다.
한편 방통위는 법원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받은 후 내용을 분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인 체제 위법’ 판결에 방통위 “형식 판단 오류…즉시 항소” - 미디어오늘
- 주진우의 자료 요청에 김용민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물어본 이유 - 미디어오늘
- 노벨문학상에 단비? 지역 서점은 교보문고 때문에 울었다 - 미디어오늘
- 김건희 ‘오빠 논란’ 축소에 ‘주가조작 몰랐다’ 부각한 KBS - 미디어오늘
- “2인 방통위 위법”에 “‘김어준의 뉴스공장’ 법정제재도 취소해야” - 미디어오늘
- ‘나는솔로’ PD 국정감사 피해 잠적? 정몽규도 고발 조치 예고 - 미디어오늘
- 블랙리스트 논란 영진위, 재발 우려 나오는 이유 - 미디어오늘
- “2인 방통위 위법 판결, 제일 가는 위법은 YTN 매각” - 미디어오늘
- 언론노조 “尹대통령 잔여 임기 중 방통위 단 1초도 기능 못할 수도” - 미디어오늘
- 넷플릭스 3분기 신규가입자 507만 명… 시장 예상 깼다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