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좋은 식재료도 국이나 찌개에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채소와 콩에는 소장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발효되는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 많은 양을 먹으면 가스와 복부팽만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오래 끓였다고 음식 자체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물에 녹는 성분이 국물에 남기 때문에 건더기만 건져냈다고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양파
양파는 국물의 단맛을 내고 여러 요리에 넉넉히 넣기 좋은 채소지만,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양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양파에는 프럭탄이라는 발효성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일부 사람은 이를 소장에서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식후 가스나 복부팽만, 복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양파의 프럭탄은 물에 녹기 때문에 국이나 육수에 오랫동안 넣어 끓이면 일부가 국물 쪽으로 빠져나옵니다. 따라서 양파를 큼직하게 넣었다가 나중에 건져내더라도 국물을 함께 먹으면 민감한 사람은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조리 실험에서도 양파의 발효성 탄수화물이 조리수로 이동하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평소 양파를 먹고 속이 자주 부글거리거나 배가 빵빵해진다면 국에 반 개, 한 개씩 듬뿍 넣기보다 양부터 줄여보는 편이 좋습니다. 향이 필요하다면 쪽파나 대파의 초록 부분처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양파를 잘 먹는 사람까지 일부러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늘
마늘은 몸에 좋다는 이미지가 강해 국과 찌개에 다진 마늘을 한두 숟갈씩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늘 역시 프럭탄 함량이 높은 식재료입니다. 평소 마늘을 많이 먹은 뒤 배에 가스가 차거나 복통, 묽은 변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양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진 마늘을 국에 넣으면 프럭탄이 물에 녹아 국물 전체에 퍼질 수 있습니다. 오래 끓이면 마늘 조각이 부드러워져 소화가 더 잘될 것 같지만, 프럭탄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국물을 많이 먹는 것이 오히려 불편함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프럭탄은 기름에는 잘 녹지 않아 마늘 향을 낸 기름을 활용하는 방식은 위장이 민감한 사람에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을 끓일 때 습관적으로 다진 마늘을 듬뿍 넣었다면 티스푼 정도로 줄여도 맛을 내는 데는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생강이나 후추, 허브처럼 다른 향신 재료를 함께 사용하면 마늘 양을 줄이기도 쉽습니다. 마늘 자체가 위에 나쁜 음식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특히 과민성장증후군처럼 발효성 탄수화물에 민감한 사람이 주의하면 됩니다.

콩
콩은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식이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콩류에는 갈락토올리고당, 즉 GOS라는 발효성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데, 사람의 소화효소로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대장에서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콩을 오래 삶으면 일부 GOS가 조리수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콩 삶은 물을 버리는 요리와 달리 콩국이나 찌개처럼 국물까지 모두 먹는 경우입니다. 물로 조리한 식품에서 일부 발효성 탄수화물이 조리수로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푹 끓였으니 괜찮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콩을 먹을 때마다 배에 가스가 심하게 찬다면 처음부터 한 공기 분량을 넣기보다 두세 숟갈 정도부터 시작해 적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린 뒤 삶은 물을 버리고 새 물로 조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대로 콩을 먹어도 아무 불편함이 없다면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좋은 식품이므로 굳이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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