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분한 것 같더라" 형들은 19살 괴물루키 다독였다…0이닝 2피홈런 참담함은 잊어라[SPO 타이베이]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약간 아쉬워는 하되 좀 많이 분한 것 같더라고요."
국가대표 막내 투수 김택연(19, 두산 베어스)은 데뷔전을 마치고 고개를 푹 숙였다. 2024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래 가장 참담한 투구 내용이었기 때문. 김택연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쿠바와 경기 8-1로 앞선 8회초 구원 등판해 0이닝 2피홈런 3실점으로 무너졌다. 한국은 8-4로 승리하긴 했지만, 막판에 쿠바에 쫓기면서 하마터면 경기 초반의 좋은 기세가 꺾일 뻔했다.
김택연은 올 시즌 60경기에서 3승, 19세이브, 4홀드, 65이닝, 평균자책점 2.05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신인왕 트로피에 이미 이름을 써놓은 상태일 정도로 대단한 루키 시즌을 보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는 조금 더 다듬어야 하지만, 김택연은 리그 어느 투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묵직한 직구 하나로 괴물루키로 성장했다.
다만 대회를 준비하면서 김택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시즌 때보다 마운드에서 힘이 잘 안 써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 김택연은 대만에 일찍 도착해 대회를 준비하면서 "직구가 아직 다 안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몸 상태가 100%인 것 같지는 않은데, 점점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시즌 때 좋았을 때 그런 느낌보다는 뭔가 아직 조금 더 무딘 느낌이 있다. 감각은 80~90%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약간 몸 쓰는 스피드나 파워가 한 80%? 그렇게 안 써지는 느낌"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김택연은 8회초 등판하자마자 야디어 드레이크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요엘키스 기베르트에게 우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8-3으로 좁혀진 한 방이었다. 김택연은 이어 하파엘 비냘레스에게 왼쪽 담장 너머로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결국 김택연은 정해영(KIA)과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공 단 9개를 던져 3실점한 김택연은 벤치로 돌아와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이며 괴로워했다.
형들은 그런 김택연을 감쌌다. 두산 팀 동료이자 쿠바전 선발투수였던 곽빈은 망연자실해서 벤치에 앉아 있는 김택연에게 다가가 자책하지 않도록 했다.
김택연의 공을 넘겨받은 정해영은 "좀 약간 아쉬워는 하되 많이 분한 것 같더라.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내일(15일) 나가게 되면 내일 또 네가 던져서 이기면 된다'고 말을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택연이가 그래도 일단 결과는 안 좋아도 경기는 이겼으니까. 어차피 이제 아마 다음 경기부터는 무조건 잘 던질 것이다. 그만큼 좋은 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어차피 택연이 탓 안 하고 다 격려해 주고 하니까. 다음부터는 아마 잘 던질 것이라고 나도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수 소형준(kt) 역시 "워낙 잘하는 선수고, 첫 경기는 누구에게나 조금 그런 어려운 경기다. 아까도 택연이한테 이야기한 것처럼 그냥 지금 맞을 것을 다 맞았으니까. 내일부터 조금 더 편하게 자신 있게 던지라고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에 다음 경기를 잘할 것이라 믿고 있다. (홈런을) 맞고 조금 침울했던 것 같은데, 공은 워낙 좋으니까. 자신감 잃지 않고 좋은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한국은 15일 숙적 일본과 조별리그 3번째 경기를 치른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해서도 이번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한국은 좌완 최승용(두산), 일본은 우완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다카하시는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1.38)에 오른 에이스다.
쿠바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한국은 다카하시가 나와도 기세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원준(KIA)은 "일본이 지금 국제대회 20연승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이제 질 때 됐다고 생각한다. 내일(15일)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 최선을 다해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최근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 일본 상대로 8연패에 빠져 있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일본을 4-3으로 꺾은 게 마지막 승리다. 이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으나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아마추어 선수들을 내보내기에 동등한 승리로 간주하긴 어렵다. 한국은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2패,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2패, 2021년 도쿄올림픽 1패,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패, 2023년 APBC 2패를 더해 최근 8년 동안 8패만 떠안았다.
세계랭킹 1위 일본은 나가는 국제대회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정도로 매우 탄탄한 전력을 자랑한다. 2019년 프리미어12 2라운드 멕시코전부터 현재 국제대회 20연승을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일본이 얼마나 강적인지 알 수 있다.
류중일 한국 감독은 한일전에서도 김택연이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기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류 감독은 "택연이가 홈런 2방을 맞았지만, 믿고 중간투수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며 막내가 기죽지 말고 계속해서 자기 공을 던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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