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레시피] 금리인하기 ELB ‘뭉칫돈’… 원금 보장에 중수익 매력
정기 예적금보다 금리 높아
중도환매 시 수수료 발생 주의
개인사업자 김현우(37)씨는 최근 주식 등을 처분하고 생긴 1000만원을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투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자 연 4% 이상 금리를 주는 ELB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ELB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달리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김씨는 “금리 인하기 돈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는데 ELB로 중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하 시대에 접어들면서 재테크의 방법을 놓고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발 빠른 재테크족들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로 눈을 돌리고 있다. ELB는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 예·적금 상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LB는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여기까지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다. ELS와 가장 큰 차이점은 ELB는 원금을 보장하는 원금 지급형 상품이라는 점이다. 증권사는 ELB로 들어온 자금의 90% 정도를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파생상품이나 개별 종목에 넣는다. 안전자산에서 원금을 지키고 나머지에서 추가 수익을 내 고객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통상 ELB 수익률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환산 4~7% 수준이며 많게는 10% 이상을 기록하는 상품도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발행된 ELB는 총 15조642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6817억원) 대비 80.1% 급증했다. 올해 초 홍콩 ELS 손실 사태로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ELB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ELB 발행이 급증한 최근 1년간 ELS 발행액은 23조1408억원에서 12조929억원으로 50%가량 급감했다.
◇ 금리 하락기에도 연 4% 이상
ELB 유형에는 크게 하이파이브형과 레인지형이 있다. 하이파이브형은 조기상환 평가일 및 만기일에 기초자산 값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원리금을 주는 상품이다. KB증권이 내놓은 ‘KB able ELB 171호’가 이 유형에 속한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코스피200지수, S&P500지수이며 매월 수익 평가일에 해당 기초자산의 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90% 이상이면 세전 연 5.52%의 수익을 준다. 기존 하이파이브형에 월 지급식이라는 옵션을 추가했다.
레인지형은 상품 가입기간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ELB 3331′이 레인지형이다. 미래에셋증권 ELB 3331은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가 만기 시점에 기준가격보다 15%를 초과해 상승했다면 세전 연 4%의 수익을 보장하고, 변화가 없거나 15% 이하로 올랐다면 상승률의 1.1배에 1%포인트를 더한 연 수익을 제공한 상품이다. 만약 코스피200이 15% 상승했다면 17.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조건만 맞으면 원금보장 안정성을 가져가면서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 ELB 상품의 만기는 3개월∼3년으로 다양하다. 만기가 늘어날수록 수익률은 증가하는 구조를 가졌다. 기초자산도 다양하다. 코스피200지수부터 삼성전자, 기아, LG화학, 한국전력공사 등 개별 종목인 상품도 있고, 해외지수인 S&P500, 유로스톡50, 니케이225 등을 기초로 한 ELB 청약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가장 많이 발행된 기초 자산(단일 기준)은 삼성전자, 코스피200, 한국전력공사, KT, 현대차, S&P500 순이었다.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하면 일반형은 최대 200만원, 서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도 노려볼 수 있다.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9.9%의 세율로 분리과세가 적용돼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의무가입 기간 중 중도 해지하면 과세 특례 적용 소득세가 다시 추징된다. 키움 등 몇몇 증권사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용 특별판매 ELB 상품까지 만들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 중도 상환 어렵다는 점 주의해야
다만 ELB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ELB는 원리금의 일부 또는 전부가 상환되지 않을 위험이 있는 파생상품이다. 원금 지급형으로 내거는 이유는 기초자산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것이지 원리금 상환 가능성과 무관하다. 원리금 상환 여부는 발행사인 증권사의 지급 여력에 따라 결정된다. ELB에 넣은 투자금은 법적으로 별도의 예치 의무가 없어 발행사인 증권사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지 않는다. 만약 증권사가 파산한다면 투자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금융투자 상품이다.
또 ELB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적금은 금융사가 부도를 내거나 파산해도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지만, ELB는 증권사가 파산하면 투자금을 보전받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ELB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의 신용도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ELB 상품은 투자설명서에 증권사의 신용도를 표시하고 있다. 만약 수익률과 상품 구조가 비슷한 ELB라면 신용위험이 더 적은 대형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중도상환이 어렵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도상환을 신청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해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중도상환을 신청하면 원금을 돌려받기까지 2~3영업일이 걸리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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