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조조정 칼날’ 경고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저수익 가전의 생산라인을 도려내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썩어가는 살을 도려내야 새살이 나오듯, 수익성이 낮은 가전 생산라인부터 과감하게 폐쇄하는 것이다. '호 실적 잔치'에 환호하고 있는 노조에도 분명한 경고음으로 들린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자체 경영 진단을 통해 드러난 저수익 사업에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1분기 약 134조 원의 매출과 57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56%나 급증했다. 분기 기준 모두 역대 최대의 실적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이유는 뭘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마냥 지속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내리막도 분명 있을 것으로 미리 예상한 것이다. 실제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53조 7000억 원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한 반면 생활가전과 모바일 부문은 미국의 관세 영향과 원가 상승 등으로 실적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중동 전쟁 등 다중 위기가 몰아친 상황에서 '반도체' 하나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진리를 경영진은 미리 파악했던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이런 발 빠른 결정은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수익을 잘 내지 못하는 일부 가전분야의 생산라인부터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1989년 이후 해외 생산 거점 역할을 맡아 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문을 닫는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기술 추격에 맞서 선택과 집중 전략 없이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다고 진단했던 것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이런 구조조정 칼날을 노조 측도 그냥 넘겨서 될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경고음이다. 언제까지 호 실적에 취해 '투쟁'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을 건가. 이재명 대통령도 노조의 총파업을 우려하고 있고, 온 국민들도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은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1분기 1.7% 성장률 달성 등 화려한 외형에 도취 될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복합 리스크에 내몰린 부실·한계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급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이 부실 징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기업은 5058곳에 달한다. 1년 새 21.4%나 급증했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반도체가 성장을 받쳐 주고 있는 지금이 구조조정의 최적기다.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유망기업은 선별 지원하고 부실기업은 이참에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로운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 올해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내건 정부가 삼성전자의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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