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속 스마트폰이 돈이 된다?' 도시광산 채굴에 열 올리는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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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순환경제를 통한 전략적 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원자재를 재활용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출발점은 다름 아닌 서랍 속에 잠든 스마트폰이다.

EU는 최근 채택한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사용 원자재의 최소 25%를 재활용 자원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EU 내에서 소비되는 핵심 자원의 재활용 비율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시광산(urban mining)’이라는 개념에서 비롯된다.

도시광산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전자제품 등 기존 제품에서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고부가가치 광물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인 '1차 채굴(primary mining)'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럽에는 사용되지 않는 스마트폰이 약 7억 대에 달한다. 각 스마트폰에는 미량의 리튬과 희토류 금속이 내장돼 있어, 사실상 자원 창고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를 효과적으로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전자 폐기물, '현금화' 가능한 자원

EU는 전자 폐기물을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폐기물 유형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전략 자원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다. 현재 EU 전역에는 약 2,700여 개의 전자 폐기물 처리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각국은 공인기관을 통해 전자제품 수거 및 운송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 시설들이 향후 유럽 제련소의 원자재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오래된 전자제품을 집에 보관하며 재활용하지 않는 ‘전자기기 동면(electronic hibernation)’ 현상,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 추출 원가 대비 수익성 부족 등이 걸림돌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 가정은 평균 74개의 전자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3개는 사용하지 않지만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산업도 ‘순환경제’로 전환

EU는 전자제품을 넘어 건설·해체 분야까지 순환경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EU 전체 폐기물 중 약 40%는 건축 자재에서 발생한다. 콘크리트, 알루미늄, 유리, 철강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역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6년 발표 예정인 ‘순환경제법(Circular Economy Act)’은 건설 폐기물의 고품질 재활용을 확대하고, 모듈형 건축 및 재사용 가능한 자재 설계를 장려할 방침이다. 일부 국가는 건물 철거 전 자재의 종류와 양을 사전에 조사·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유럽환경청(EEA)은 EU 기존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20~25%가 자재에 내재된 탄소 배출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건물 해체보다는 리노베이션을 통한 재사용이 환경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EU의 자원 전략은 더 이상 자연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전자기기와 건축자재에 담긴 잠재 자원을 적극적으로 회수하고 재사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버려진 자원이 곧 미래 자원’이라는 인식 아래, EU는 자원의 자급자족을 향한 체계적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자원 수입 의존 국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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