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가격, 4년여 만에 최고 수준…아시아·유럽 가장 취약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흐름이 끊기며 글로벌 화학제품 공급 충격이 심화되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폴리머 가격이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사진 제공=다우케미컬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 분쟁이 시작된 이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가격은 원유와 원료 가격 상승과 함께 급등했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연간 약 200억~250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중동에서의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경우 생산업체들은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주도로 중동은 PE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또 중동 PE는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으로 수출됐다.

OPIS의 화학시장 분석기관 케미컬마켓애널리틱스의 조엘 모랄레스는 “중동에서 수입하는 모든 업체, 즉 중동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 업체들이 주요 공급원을 잃고 대체 수지를 찾기 위해 극도로 높은 가격을 감수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의 짐 피터링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물류 불확실성이 커졌고 PE 공급의 최대 50%가 중단되거나 제한되거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전 세계 나프타의 하루 수출량 중 약 120만배럴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경우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 공급이 더울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아시아의 나프타 정제 마진은 브렌트유 기준 톤당 약 108달러에서 4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연료·수소 연구센터의 막심 소닌 에너지 임원은 가격 급등이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을 반영하며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가 특히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일본, 인도 등은 수입 원유와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아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또 아시아와 유럽의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수입 원료와 중동 공급에 크게 의존해 원자재 비용 상승과 마진 축소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 석유화학사 라이온델바셀은 유럽이 원료 비용 상승과 수입 증가로 압박을 받고 있는 한편 나프타 가격 급등해 계약 가격과의 격차가 벌어져서 생산업체들이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미는 원료 확보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갖는다. 라이온델바셀의 아구스틴 이스키에르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동 분쟁 이후 PE, PP와 원유 연계 산소 연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도 4월 주문량은 최근 몇 달 중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가 원료 측면에서 유리한 지역임이 분명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플라스틱은 대부분 천연가스나 이와 관련된 원료로 생산되는 반면 다른 지역은 주로 원유 유도체인 나프타를 활용한다.

OPIS의 우트팔 세스는 미국 생산업체들이 PE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하며 “초과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화학업체들은 증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셀라네스는 엔지니어링 소재와 아세틸 제품 라인의 가격을 인상했고 다우케미컬도 이달과 4월 PE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BASF, 바커케미 등이 원료와 운송비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 독일 특수화학기업 랑세스는 지속적인 비용 압박을 언급하며 난연제와 특수 첨가제 가격을 최대 35%, 가소제는 최대 50% 인상했다.

인도의 최대 생수업체 비슬레리는 가격을 11% 올렸다. 이에 식수 공급 불균형 문제 겪는 인도에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수처리 전문기업 에코랩은 비용 상승을 이유로 4월부터 10~14%의 에너지 할증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원자재 비용 상승은 비필수품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전반적인 인플레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소닌은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시장이 일부 대규모의 비용 경쟁력이 있는 생산업체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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