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이탈리아가 완전히 새로워진 6세대 RAV4를 지난 13일 전격 출시하면서 글로벌 SUV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약 30년간 전 세계 SUV 시장을 장악해온 베스트셀러가 ‘Life is an Adventure’라는 콘셉트로 역대급 변신을 선보인 것이다.

전동화 끝판왕 등장, 전기차 긴장하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6세대 RAV4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 두 가지 전동화 구성만 제공한다. 순수 내연기관 엔진은 완전히 사라졌다. 토요타가 전동화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는 결정이다.
특히 PHEV 모델에는 토요타 최초로 6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대용량 배터리와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를 적용해 기존 대비 무려 58%나 향상된 150km의 전기 주행거리를 실현했다. WLTP 기준이니 실제 주행 시에도 충분한 거리다.
여기에 V2H(Vehicle to Home) 기능까지 탑재해 집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DC 급속 충전도 지원한다. 전기차가 아니면서도 전기차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춘 셈이다.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트랜스액슬, 인버터, 배터리 성능이 대폭 개선됐다. 출력과 응답성, 가속감이 모두 한 단계 올라갔고, 전기모터 중심의 매끄러운 주행감으로 정숙성도 크게 높아졌다.

디자인 반전 매력, 라이프스타일 따라 선택하는 재미
6세대 RAV4는 ‘Big Foot·Lift-up·Utility’를 디자인 키워드로 내세웠다. 대형 타이어와 높은 지상고, 넓은 적재공간을 강조한 것이다. SUV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세련미를 잃지 않았다.
트림 구성도 흥미롭다.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코어(CORE), 오프로드 감성의 어드벤처(ADVENTURE), 스포츠 주행 중심의 GR 스포츠(GR SPORT)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폭넓은 옵션을 제공한 것이다. 도심에서 출퇴근만 할지, 주말마다 캠핑을 갈지, 아니면 와인딩 로드를 즐길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차를 탈 수 있다는 얘기다.

실내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랜드 아키텍처 적용
인테리어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아이랜드 아키텍처(Island Architecture)’라는 새로운 설계 철학을 도입했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40mm나 낮춰 시야를 대폭 개선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사라지고 탁 트인 느낌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 연동형 디지털 디바이스, 리버시블 콘솔 박스, 피아노블랙 마감 센터패널 등 감성 품질과 사용 편의성을 동시에 높인 디테일이 돋보인다. 특히 리버시블 콘솔 박스는 필요에 따라 수납 방식을 바꿀 수 있어 실용성이 뛰어나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시대, 토요타가 연 새 국면
이번 6세대 RAV4의 진짜 혁신은 따로 있다. 바로 토요타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린(Arene)’의 첫 적용이다. 이를 통해 신형 RAV4는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 차량을 넘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완전히 진화했다.
무선 소프트웨어(OTA)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처럼 차도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안전·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똑똑해지는 차가 되는 셈이다.
새로운 아린 기반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개인화된 UI를 제공하며, 음성인식의 반응 속도와 정확성이 크게 향상됐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교통사고 제로(Zero Accident)’를 지향하는 안전·안심 기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아린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로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토요타도 이제 소프트웨어 전쟁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안전성 넘사벽, 급발진 방지부터 응급 정차까지
안전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진보가 이뤄졌다. 운전자의 급작스러운 이상을 감지해 차량을 자율적으로 정차시키는 ‘드라이버 이상 대응 시스템(Driver Emergency Stop Assist)’이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도 정밀하게 작동한다.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거나 심정지가 발생해도 차가 알아서 안전하게 멈춰선다는 의미다.
급가속 억제 기능은 모든 트림에 기본 탑재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급발진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토요타의 의지가 엿보인다. 브레이크와 액셀을 헷갈려 밟아도 차가 판단해서 급가속을 막아준다.

이탈리아 가격 공개, 한국은 언제?
이탈리아에서 공개된 신형 RAV4 하이브리드(HEV)의 가격은 전륜 구동 기준 약 7,497만 원(45,200유로)부터 8,657만 원(52,200유로)까지 형성됐다. 사륜 구동 옵션을 선택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대가 예상된다.
국내 출시 시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올해 신형 RAV4의 국내 출시는 어렵다”고 답했지만, 업계에서는 올가을 출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연말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며, 일본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도 순차적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5세대 RAV4 하이브리드가 3,460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6세대 모델의 국내 가격은 4,000만 원 중반대에서 5,000만 원 후반대까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소프트웨어 혁신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대다.
투싼·스포티지 긴장하라, SUV 판도 바뀐다
6세대 RAV4의 등장으로 국내 SUV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중형 SUV 시장은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의 검증된 하이브리드 기술과 소프트웨어 혁신, 그리고 압도적인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더해진 신형 RAV4는 충분히 이들을 위협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토요타가 30년간 쌓아온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큰 강점이 될 것이다. 150km의 전기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차의 장점과 내연기관의 편의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실용성 면에서도 탁월하다.
1994년 첫 등장 이후 30년간 전 세계 180개국 이상에서 사랑받아온 RAV4는 이번 6세대 모델을 통해 또 한 번 SUV 시장의 기준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디자인, 안전성 등 모든 영역에서 이룬 혁신은 경쟁 브랜드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토요타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자동차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탄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조화, 전동화 기술의 진화, 그리고 안전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이 모든 것이 6세대 RAV4에 집약돼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 차를 직접 경험할 날이 머지않았다.